용인시 수지구 상현동 삼성쉐르빌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깡마른 콘크리트 단지를 생명력 넘치는 푸른 정원으로 탈바꿈시켰다.
삼성쉐르빌이 심사위원 전원일치로 대상을 차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바로 주민들의 푸른 정원에 대한 열정과 그 과정에서 싹튼 아름다운 공동체 정신이었다.
이 아파트가 2000년 입주때부터 이렇게 푸른 옷을 입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형식적인 조경에 무표정한 분위기는 여느 아파트 단지와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주민들의 정성이 하나씩 모이며 작은 변화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버려진 자투리 땅을 정비해 공동 텃밭을 일구고 주차공간을 줄여 과감히 녹지공간을 늘렸다. 또 밋밋한 옹벽엔 담쟁이 덩굴을 둘러심었고 각 동 사이의 정원에 오솔길과 실개천 그리고 아담한 분수도 마련했다.
이뿐만 아니라 주민센터 옥상엔 `하늘정원'이라는 옥상정원을 만들었다. 이 정원은 주민들이 직접 설계하고 나무를 고르는 등 그 탄생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입주자들의 땀과 정성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삼성쉐르빌 정원의 또다른 특징이자 장점은 소통에 있다. 보고 즐기기만 하는 혹은 혼자만의 정원이 아닌 사람이 모이고 어울릴 수 있는 소통의 공간으로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곳곳에 벤치와 만남의 장소를 배치했다.
또 나무를 심을 수 없는 콘크리트 바닥이나 건물입구, 계단 난간 등에는 예쁜 화분을 놨고 곳곳에 항아리 등 우아한 조형물들을 배치해 멋스러움을 더했다.
이와함께 삼성쉐르빌 사람들의 푸른 정원에 대한 열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또다른 사례가 있다. 아파트 입구에 있는 야트막한 야산이 상가 신축으로 깎여나갈 위기에 처하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야산의 일부(76평)를 매입한뒤 녹지로 보존시킨 것이다.
3개동 총 87세대로 비교적 작은 단지지만 삼성쉐르빌 주민들이 일군 푸른 정원의 꿈은 그 어느 대규모 단지보다 훨씬 깊은 울림을 자아내고 있다.
■심사 어떻게 했나
아름다운 정원대상은 가꾸기와 만들기 부문으로 나눠 후보작을 공모했다. 가꾸기는 2003년 12월31일 이전에 조성된 정원을 대상으로, 만들기는 2004년 이후 새로 조성된 정원을 대상으로 했다.
각 부문은 다시 개인주택, 공동주택, 상업·업무용 건물, 공장 등 건물 용도에 따른 각각 4개 분야로 세분화했다.
8월1일부터 9월8일까지 진행된 공모에는 가꾸기 64곳, 만들기 31곳 등 총 95개소의 정원이 접수됐다. 분야별로는 개인주택 40개소, 공동주택 20개소, 상업·업무용 건물 24개소, 공장 9개소 등이었다.
심사위원에는 김종남 경인일보 부국장, 이병만 경기녹지재단 사무처장, 이완희 경기도 주택과장, 홍윤순 한경대 조경학과 교수, 성종상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우대준 우디포 환경디자인연구소 소장 등 6명이 참여했다.
가꾸기 부문의 경우 지속성, 참여도, 관리상태, 사회기여도, 공공성, 경관성, 지원성을 평가지표로 삼았고 만들기부문은 녹지배분, 시설물 및 식재의 적정성, 사후관리 용이성, 사회기여도, 공공성 및 경관성 등을 중점으로 살폈다.
심사위원회는 이번 공모에서 가꾸기 부문에 상대적으로 많은 후보작이 응모한 것에 대해 “개인과 소규모 커뮤니티가 정성으로 만들어가는 작지만 소중한 환경의 중요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총평했다.
홍윤순 교수는 “공동주택의 가꾸기 부문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함을 느꼈다”면서 “거주라는 일상의 환경에 기반한 지역공동체가 환경 가꾸기의 주체로 나서고 있는 새로운 흐름을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