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4동 아트클립 프로젝트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봤음직한 `늙지 않고 싶다는 소망' 그건 아마도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의 소망이며 바람일 것이다. 도시 또한 마찬가지다. 시간이 흐르면 과거의 모습은 흔적으로 남아 당시의 모습을 유추할 수 있게 할 뿐 그 모습 자체를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 이런 도시가 나이를 거꾸로 먹고 그 안에 사는 사람들에게 삶의 원동력과 희망을 줄 수 있다면, 도시는 풍요롭고 마음의 안정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 희망의 도시를 만드는 사람들, 사람들의 향기가 묻어 언제나 여유로운 자신들만의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편집자 주〉

 지난 9월 30일 오후 1시께 성남시 수정구 태평 4동 `아트클립(생활예술상점)'에는 어린 아이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아이들은 미리 준비한 헌CD에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그림이나 글씨는 새겨넣는데 열중하고 있다. 잠시 뒤 자신이 리폼한 헌CD를 보며 아이들의 얼굴에는 해맑은 미소가 지어진다.

 같은 시간 동네 골목에는 상가주인과 예술가들이 상가 메뉴판 및 상가 거리를 꾸미느라 정신이 없다. 호기심에 구경을 하던 한 상가 주인이 조심스레 “저도 그려도 되나요”라고 말을 건네자 바닥을 칠하고 있던 작가는 환한 미소와 함께 페인트와 붓을 건넨다.
 붓을 받아든 주인도 잠시 뭔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이내 바닥에 그림을 그리더니 멋적은 미소를 지으며 “생각처럼 잘 안되네”라며 작가에게 붓과 페인트를 건넸지만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다.

 여느 동네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색다른 주말 오후의 풍경으로 사람들의 얼굴에는 삶의 향기와 남다른 열정마저 느껴지게 만든다.
 또 이날 오후에는 주민들과 작가들이 함께 모여 동네 어귀에 있는 커다란 벽면에 자신들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며 즐거운 한때를 즐겼다.
 성남문화재단이 생활과 예술의 `만남, 소통, 놀이'를 통해 생활속에서 예술을 재생산하는 문화놀이터 `아트클립'이 개점된 지 한달이 지난 토요일 풍경의 모습이다.

 조금씩 변화되는 동네 모습에 어느새 주민들도 시나브로 동화되어 가고 있다. 동네 어귀에서 30년간 노점을 운영해 왔던 이반얼(86)할머니의 경우 이날 자신만의 조그만 공간이 생겼다. 일명 `손바닥 가게'로 이름지어진 이 공간은 당초 할머니가 주민들에게 받은 도라지, 마늘 등을 파는 노점으로 햇볕을 받는 우산도 없고 차디찬 바닥에 앉아 주민을 상대로 장사를 하던 곳이었다. 그러나 작가는 바닥에 비닐을 깔고 우산을 마련해 할머니가 햇볕을 막을 수 있도록 리폼을 하고 `손바닥 가게'라는 이름으로 간판도 달아줬다. 이 할머니는 “30평생 이곳에서 장사를 해오면서 인근 가게 주민이 영업을 못하게 한 적도 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작가양반이 너무 고맙다”며 작가의 손을 잡고 연방 인사를 했다.

 20여년간 책방을 꾸며온 신옥희(52·여)씨도 소풍가기 전날 처럼 들뜬 마음을 가눌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지하 1층에 마련된 조그마한 책방은 무심코 지나치면 전혀 알아볼 수 없는 장소였지만 이곳도 새 단장을 했다. 더욱이 그림을 좋아하는 동네 아이들이 작가의 도움을 받아 꾸몄기 때문에 조금은 어색하지만 유난히 눈이 많이 가는 곳이기도 하다.

 지하실로 내려가는 벽화를 제작한 성남여중 박정민, 잔유민, 신성은양은 “처음 작품이라 많이 떨리기도 했다”며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좋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희망을 담아 지하실 출입구의 벽화를 그려냈다.
 재단과 `아트클립'의 작가들은 또 프로젝트 기간동안 제작한 예술품을 판매하는 장터와 미니축제, 골목길 쉼터 `쪽마루' 만들기, 화단시상식, 영정사진 찍어주기 행사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달말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한달여 동안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태평4동에는 사람 사는 향기가 되돌아 오고 있다. 어떻게 보면 작은 변화지만 그 변화로 인해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소와 생기가 넘쳐흐른다.
 조금은 멀게만 느껴졌던 예술, 문화라는 단어가 실생활과 접목되면서 주민 스스로 창작의 동기를 부여하고 그 경험을 토대로 능동적인 시민 창작 활동을 이뤄내려는 재단의 의도처럼 주민들은 이제 삶속에 숨어있는 그리고 때로는 지나쳤던 문화를 느끼고 경험하며 새로운 문화를 찾아가며 잃어버렸던 꿈을 찾는 동네 주민들.
 이들은 이제 곧 이 세상 오직 하나, 태평4동에만 있는 희망과 꿈이 살아있는 그들만의 `네버랜드'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성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