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즈베키스탄 고려인들의 임시 근로허가증.
볼가강 주변에서 계절농을 일구는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의 가장 큰 어려움중 하나는 교육이다. 대부분의 계절농 가정은 파종기인 3~4월 부부가 먼저 들어온뒤 방학때면 아이들을 합류시킨다. 한창 농번기에 일손이 달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땅히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거나 현지 일꾼을 구할 여력이 없는 가정은 봄부터 아예 온 가족이 함께 나온다. 이 경우 아이들은 전혀 학교교육을 받을 수 없다. 또 방학에 나온 아이들이 다음 학기를 포기하는 경우도 간혹 생긴다. 역시 일손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불법체류자가 됐을때다.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은 대부분 3개월, 6개월, 1년 단위의 임시 근로허가증을 끊고 러시아로 넘어온다. 목돈을 들여 땅을 임대하고 6개월 이상 공들여 가꾼뒤 본전을 뽑아야 하는 식이다. 대부분이 빚을 내서 농지를 임대하고 있어 사실상 농사에 `올인' 하는 셈이다.

따라서 자연재해 등으로 농사를 망치거나 농산물 가격이 폭락할 경우 곧바로 파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아이들의 교육은 물론 온 가족이 생계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이밖에 정상적인 입국절차 없이 일거리를 찾아 온 고려인들은 불안정한 신분으로 인해 대부분 외진 곳에 숨어지내고 있다. 이들이 러시아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선 고용증명과 예치금, 그리고 거주증명 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하나 관련 서류를 모두 구비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고려인들의 설명이다.

수박농사를 짓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청년 박 콘스탄틴(28)씨는 “고려인들의 상당수가 신분이 불안하다보니 러시아 경찰과 관리들에겐 `봉'이나 다름없다”면서 “고려인들이 아니면 누가 이 땅을 일구겠냐”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