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 리더십 부재론'(박근혜 전 대표) '한반도 내륙운하 건설'(이명박 전 서울시장) '민심 100일 대장정, 국가 체질개선'(손학규 전 경기지사).
 한나라당 박근혜 이명박 손학규 등 이른바 대권 주자들의 빅매치가 시작됐다. 정치적 성향과 지향하는 정치 이상이 다른 만큼 각 후보 진영의 경선 콘셉트와 전략도 달라 관전의 재미가 쏠쏠하다. 3강이 형성할 경선 이벤트 자체가 한나라당 대선 전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이란 전망도 이 때문이다.

`범여권발' 정계 개편이 한창인 지금 정권 연장 차원의 `지역주의' `야합'으로 몰아세우는 등 `대여전선'에선 한 목소리를 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의 정책과 비전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낼땐 치열한 신경전을 마다하지 않는다. 여권은 정계 개편으로 정신없지만 한나라당의 정치 시계는 이미 대선게임에 접어든 느낌이다.

박 전대표의 경우 좀처럼 튀는 행동을 하지않는 대신 대학 강단과 각종 모임을 찾아 다니며 21세기 국가 운영과 비전, 지도자의 리더십 문제를 강조하며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유럽 방문을 통해 한반도 내륙운하 구상을 보다 구체화시키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지속중이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 역시 민심 100일 대장정의 결론을 `국가체질 개선'으로 정리하고 이를 화두로 버스를 개조해 2차 민심대장정에 돌입했다. 정책 대결과 차별화 전략에서 한치의 양보없는 접전에 들어간 것이다.

박 전대표와 손 전지사가 지도자 리더십 부재론과 국가체질 개선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 이 전 시장은 청계천 복원 등 자신의 치적으로 형성된 이미지를 강화해 한반도 대변혁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먼저 최근 여론조사에서 1위권에 진입한 이명박의 동선은 활발하다. 지난달 스위스,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3개국을 방문했다.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한반도 내륙운하의 계획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다. 유럽 운하의 대명사인 마인~다뉴브 운하의 중심에 있는 독일 남부 뉘른베르크시를 방문했다. 유럽은 흑해의 루마니아로부터 북해의 네덜란드까지 운하를 통해 연결된 물류 중심국가다.

이 전 시장은 유럽 방문에서 한반도 대운하 구상에 대해 “제2의 도약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대한민국 경제가 3만달러, 4만달러가 되려면 대운하가 필요하고, 많은 물동량을 도로에 의존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전 시장은 독일 방문에서 동·서독의 통일 문제를 연구하기위해 전문가들을 만났으며 북한 핵실험에 따른 남·북 긴장 문제와 통일 문제에 대한 자문도 들었다. 그는 지난8일에는 일본 과학도시 방문에 나섰으며, 내년초에는 중동과 인도를 방문, 국가 개조라는 그랜드플랜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반해 박근혜의 행보는 신중하면서도 조용하다. 과열경쟁이 경선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대두되면서 정중동 행보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 9월 23일 박 전대표는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본부를 거쳐 독일을 다녀왔고, 11월말에는 중국을 방문, 북한 핵 문제와 한반도 현안 문제를 놓고 중국 지도자들과 만나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EU와 NATO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전시작전통제권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고, 독일의 첫 여성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면담해 첫 여성 대통령에 도전하는 정치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극대화하는데 주력했다.

그는 최근 한 대학 특강에서 “국민은 21세기에 맞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지도자들의 리더십은 국민이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발목을 잡고 있다”며 지도자 리더십 부재 현상을 질타했다. 물론 리더십 공백을 자신이 메울 수 있다는 뜻이다.

경기지사직을 마치고 곧바로 민심 100일 대장정에 나섰던 손학규는 최근 친위 인사들을 중심으로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을 발족시켰다. 그는 “민심을 바닥부터 경험해 본 결과, 국가 지도자에게는 통합의 리더십과 종합적인 국가 경영 능력이 필요하다”며 국가체질 개선론을 들고 나섰다.

이명박의 국가개조론이 다분히 개발이라는 현상을 천착한다면, 자신의 국가체질 개선론은 보다 본질적인 차원의 정책 어젠다라는 것이다. 이명박의 현실론에 손학규는 근원적 고민을 해결할 정책으로 맞설 계획이다.

손학규가 9일부터 개조한 버스를 몰고 2차 민심대장정에 나서 전국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등 민심 껴안기에 재도전하는 것도 자신의 구상을 대중에게 검증받기 위한 행보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빅3 후보들은 여론조사 순위가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경선방식과 이 전시장의 내륙운하 건설을 놓고 격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박근혜는 최근 “(경선 방식은) 개개인의 사정이나 유·불리에 따라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못을 박았고, 이 전시장의 운하구상에 대해서는 “경제정책이 아닌 개인 아이디어일뿐”이라고 폄훼했다. 손학규는 “지금은 내륙운하를 건설하기보다는 국가체질을 개선해야 할때”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대해 이명박은 경선방식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개하고 새로운 일전을 벼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