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 싱가포르의 도시재생 비밀 >上<
싱가포르 주도심권인 센트럴(Central)지역에서 서북쪽으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클레멘티(Clementi). 이 곳은 인근의 주롱산업지구 배후도시로 건설된 주택중심지다. 싱가포르의 주택 개발지는 대부분 산업·상업지구 등과 인접한 지역에 위치한다. 직주 근접을 원칙으로 하는데 이는 `Clean & Green' 정책을 추구하는 싱가포르의 교통·환경정책과 맥을 같이한다.
취재진이 찾아간 클레멘티 블록 315~320은 재개발과 리모델링 사업장이 혼재돼 도시재생이 한창이었다. 30년 전부터 우리나라의 주택공사격인 싱가포르 주택개발청(HDB, Housing & Development Board)에 의해 건설된 클레멘티 곳곳은 아파트 숲으로 둘러싸인 구도심과 노후된 아파트 등이 산재하고 있어 도시재생 사업이 활발히 진행중인 곳이다.
첫번째로 찾은 재개발 구역은 이미 400가구가 입주할 수 있는 중대형 평수의 아파트 골조공사가 끝나 실내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당초 이 곳은 100가구 정도의 다락방 단독주택지였다. 구도심은 인근의 아파트 숲 개발로 인해 생활기반이 점차 낙후되면서 지난해 HDB는 재개발을 결정했다. HDB는 재개발시 지역주민 70% 이상이 찬성해야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이 지역 역시 주민들의 개발 욕구가 강했다고 할 수 있다.
싱가포르내 보급된 주택 85%는 HDB가 개발한 공공주택이다. 나머지 15%는 민간 고급아파트 또는 고급 단독주택이다. 이는 싱가포르 정부가 서민들의 주택안정화를 위해 1961년 HDB를 설립, 추진한 공공주택 보급정책 때문이다. HDB는 단순히 주택 건설 보급 뿐 아니라 주택 환매, 관리, 재개발 등 주택과 관련된 전분야를 담당한다.
특히 HDB의 재개발 사업은 철저하게 지속가능한 도시개발 차원에서 이뤄진다. 즉, 싱가포르가 1971년부터 매 10년 단위로 재정비하는 전체 도시계획인 콘셉트 및 마스터플랜의 전제 조건에서 제시하고 있는 도로, 학교, 녹지, 보행자 통로, 커뮤니티 공간 확보 등 기반시설 우선 정비의 원칙을 철저히 지킨 뒤 개발의 수요에 맞춰 용적률을 결정, 아파트 건설을 진행한다.
특히 기반시설은 모두 공공자금이 투자돼 정비가 이뤄진다. 따라서 재개발 뒤 기존 원주민들이 재입주할 경우 부담액은 5~20%로 차등화돼 큰 부담을 느끼지 못한다. 또 재개발시 절대 기존 주택 평수 이하로는 개발하지 않기 때문에 원주민의 재입주에 따른 부담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HDB의 하청을 받아 클레멘티 재개발사업을 맡고 있는 서바나(Surbana)사의 현장소장 첵문셍(Chec mun seng)씨는 “싱가포르 전체의 도시 재생이나 신도시, 산업·상업용지 개발은 이처럼 철저한 직주 근접, 기반시설의 공공투자 등에 의해 진행된다. 이는 공공이나 민간 모두 마찬가지인데, 민간의 경우 수익보장을 위해 용적률을 고도화하는 방법이 사용될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재개발이나 뉴타운 사업, 신도시 사업의 경우 기반시설 비용을 건설사나 입주자들에게 전가해 결과적으로 분양가 상승이나 토지가 급등을 야기하는 것과는 천양지차다. 따라서 향후 신도시나 뉴타운 등 새로운 도시건설에는 철저한 기반시설의 공공투자가 선행되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게 싱가포르가 주는 교훈이다.
또 하나는 싱가포르의 재개발(도시재생)은 순환방식으로 이뤄진다. 즉, 싱가포르의 도시계획에는 미래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오픈 스페이스를 남겨두고 있다. 이 오픈 스페이스는 재개발시 우선 원주민들이 이주할 수 있는 이주단지를 건설하는 용도 등으로 활용된다. 특히 이주단지 역시 기존 주택지와 인접해 위치해 있거나 좀 멀리 떨어진 경우 오히려 이주에 따른 이익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정한다. 클레멘티 재개발지 역시 이주단지를 4블록 떨어진 곳에 건설, 이 곳으로 이주한 원주민들은 두배 이상의 이익을 보았다고 한다.
경기개발연구원 수도권정책센터 장윤배 연구원도 “우리나라의 뉴타운 사업도 싱가포르와 마찬가지로 이주단지를 먼저 건설해 이주할 수 있도록 순환개발 원칙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현재 추진중인 신도시내 임대주택 활용이 좋은 예”라고 말했다.
/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