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가포르 센트럴 지역에 자리한 신도시 마리나베이 전경. 뻥 뚫린 도로, 녹음이 우거진 도시 전경이 풍요로움을 더한다.
[5] 싱가포르의 도시재생 비밀 >中<

 싱가포르를 찾으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녹음으로 우거진 도심 생태환경이다. 가로변은 물론 도로 중앙선에는 열대 녹음과 아름다운 꽃들로 싱가포르를 찾는 기업인,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교통도 시원스럽다. 주도로와 간선도로가 양방향 통행 및 일방통행 체제로 체계적으로 이뤄져 막힘이 없다. 건물이 모두 고층화돼 있는 것은 서울과 비슷하지만 도심환경은 천양지차다.

 특히 아파트나 호텔, 쇼핑센터 어느 건물에서 도로변으로 나와도 보행통로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고, 바로 공원과 수변공간 등으로 이어지는 `그린웨이'가 일상에서 쉽게 녹색공간을 접할 수 있도록 한다. 싱가포르의 공원면적은 1인당 7.89㎢로 서울의 2배에 달한다.

 창이국제공항을 비롯한 5개의 공항, 동·서양을 연결하는 항구, 세계의 유수 파이낸스 기업과 첨단기업들이 몰려있는 이곳, 사람의 마음을 녹음지게 하고, 뻥 뚫린 도로로 쉽게 공항과 항만으로 물류를 이동시킬 수 있는 이곳, 싱가포르의 도심환경에 어찌 외국투자자본들과 관광객들이 몰려들지 않을 수 있을까.
 먹는 물 조차 말레이시아에서 수입할 정도로 부존자원이 `제로'인 싱가포르가 성장경쟁력 세계 7위(WEF 2004년 국가경쟁력 평가보고서)를 차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경쟁력을 갖춘 도심환경'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경쟁력을 갖춘 도심환경을 갖게 된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싱가포르의 도시재생 비밀-(상)편'(경인일보 지난 14일자 6면 보도)에서 잠깐 언급했듯 싱가포르의 도시개발(재생)은 철저한 계획에 의해 이뤄진다. 좁은 땅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싱가포르의 도시개발을 맡고 있는 도시재개발국(URA)은 10년 단위의 콘셉트 플랜과 5년 단위의 마스터 플랜을 수립하고, 이를 토대로 전국을 55개 지역으로 분류, 각각에 대한 개발지침계획을 수립했다. 개발지침계획에는 해당 지역의 용도(상업·산업·주거·유통 등)가 정해져 있어 민·관 디벨로퍼들이 각 지역을 개발·재생을 할 때는 반드시 그 용도에 맞도록 개발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용도를 위배할 경우 개발부담금을 내야 하고, 이 부담금은 URA의 운영비용으로 쓰인다.

 콘셉트 플랜에서 제시하는 토지이용계획을 보면 파이낸스와 쇼핑 등의 중심을 이루는 센트럴(Central) 지역의 1주도심권과 외곽의 주롱(Jurong), 우드랜드(Woodlands), 탐피네(Tampines) 등 3부도심권, 부오나 비스타(Buona vista), 비쎈(Bishan), 세란궁(Serangoon), 파야 레바(Paya lebar) 등 4개 소생활권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토지이용계획에서 눈에 띄는 것은 산업·상업지구와 주거지구가 근접해 있다는 점이다. 이는 앞선 `상편'에서 소개한 주롱산업지구와 클레멘티의 관계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싱가포르가 이 같은 직주근접의 토지이용계획 원칙을 수립한 것은 좁은 땅에서 한정된 도로망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무분별한 도로망 개발로 도심생태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다.

 싱가포르의 교통 시스템은 철저한 대중교통 중심적이다. 현재 93㎞의 철도·지하철망이 거미줄처럼 엮여있다. 도심의 대중교통수단은 지하철(MRT), 버스는 지하철과 연계한 지역별 대중교통수단으로 활용되고, 시 외곽지역은 모노레일인 경전철(LRT)을 이용토록 해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다. 55개의 택시회사는 도시 전체를 포괄하고 있다.

 그렇다고 승용차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도로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 싱가포르는 철저한 자동차 총량제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 싱가포르의 자가용 보유대수는 60만대, 인구는 423만여명으로 7명당 1대 꼴이다. 우리나라 제주시의 3.64명당 1대 보다 절반 수준이다. 이처럼 낮은 자가용 보유 비율은 연간 자동차 증가율을 3%로 제한하고 있고, 동시에 자가용 구입시 3배에 달하는 고액 세금을 부과(COE)한데 따른 것이다. 또 EPR(도심통행료) 제도를 통해 출·퇴근 시간에 도심에 들어가려면 우리의 하이패스처럼 자동적으로 통행료가 부과된다. 이는 택시를 타도 마찬가지로 도심통행료는 승객이 추가요금으로 부담해야 한다.

 싱가포르는 지난 2001년 발표한 콘셉트 플랜에 의해 40~50년 후 인구를 550만명으로 정했고, 현재 이에 걸맞는 철도망을 500㎞로 늘리고, 대중교통 체계를 새롭게 재편하는 등 개발에 앞서 대중교통 체계를 수립하고 있다. 모두 공공개발로 이뤄지는데, 우리나라의 개발형식이 `선 개발-후 기반시설 정비'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또 녹지와 수변계획 등도 마찬가지다. 싱가포르는 개발계획을 시행하기 앞서 철저히 공공영역의 보존·개발을 우선시한다. 즉, 개발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도시개발(재생)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도심 재생에서도 나타난다. 싱가포르의 도심재생은 공공영역을 침해하지 않는 조건에서 이뤄진다. 때문에 기존 건물을 고층화할 수밖에 없는데, 이때 전체 면적의 20~30%를 녹지로 조성해야 하고, 도로 구역경계에는 2m 이상의 녹지를 조성해야 한다. 이 규정을 지키기 위해 건물 가운데 층과 옥상 등에 녹지공간을 새롭게 조성하는 기법이 이용된다. 차가운 이미지의 건물이 이 같은 녹지공간으로 푸근함을 더해주는 곳이 싱가포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