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지만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나라, 싱가포르. 앞서 `싱가포르의 도시재생의 비밀 (상)·(중)편’(경인일보 11월 14·16일자 6면 보도)에서 살펴보았듯 싱가포르가 세계 성장경쟁력 7위를 차지할 정도로 부유한 나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경쟁력을 갖춘 도시건설(재생)과 환경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경쟁력을 갖춘 도시건설이 가능했던 배경은 무엇일까? 이 것이 진정 싱가포르의 도시건설이 전세계의 `모델'이 되는 비밀의 열쇠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URA는 콘셉트 플랜은 물론 마스터 플랜 수립시 시민들을 참여시켜 합의에 의한 계획을 수립한다는 점이다. 특히 의견수렴 과정도 우리처럼 계획안을 신문에 공개해 의견을 얻고, 공청회 1~2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설명회-계획안 인터넷 공개-인터넷 의견 수렴' 등 모든 과정을 공개하면서 지속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다시 고쳐 계획을 재수립하는 과정을 거친다. 각각의 계획별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이 1년여 정도 걸린다는 게 청국휘 URA 물리적 계획팀장의 설명이다.
청 팀장은 “콘셉트 플랜은 싱가포르의 향후 50년 뒤의 비전을 설정해 주는 계획이다. 물론 법적인 효력은 없지만 모든 계획의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철저한 시민 참여로 이뤄진다. 그래야 시민들에게 우리 나라, 내 고장이 이렇게 바뀐다는 희망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1년 수립된 콘셉트 플랜은 `21세기 세계적인 수준의 도시'를 비전으로 삼고, 주택·여가·업무·정체성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풍부한 녹지공간 속의 편안한 거주환경과 국제업무를 위한 융통성 있는 조닝(zoning)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에는 토지이용과 교통, 오픈스페이스, 공공시설 등에 대한 계획과 전략이 통합적으로 포함돼 있다.
청 국장은 마스터 플랜 역시 시민들의 참여와 합의를 중시하며 짜여진다고 설명한다. 마스터 플랜은 콘셉트 플랜의 구체적인 실천계획. 그 안에는 비전에 대한 전략이 있고, 도시설계 가이드라인이 있다. 싱가포르는 전국을 55개 지역으로 나눠 각각의 개발지침계획을 수립했다. 이 개발지침계획을 통합해 수립한 것이 마스터 플랜안이다. 주요 내용은 토지이용, 교통, 공원 및 오픈스페이스, 높이, 보행연결, 용적률, 높이, 도로체계 등이 포함돼 있고 보존지침계획, 도시설계지침계획, 가로블록계획 등의 세부계획이 있다.
이 모두를 URA는 항시 공개한다. 싱가포르 맥스웰(Maxwell) 거리에 위치한 URA 본부 1·2층 갤러리에는 각 필지별 땅값에서부터 지역별 개발계획 도면 등이 비치돼 있어 누구나 열람이 가능하다. 또 앞으로 싱가포르의 변화양상을 보여주는 미니어처나 싱가포르 도시성장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역사관 등은 이 곳을 찾는 싱가포르 시민들에게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준다.
비공개와 시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일방통행식 정책 발표로 국민들에게 불신만 초래하고 있는 현 정부나 지방정부의 정책추진 태도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시민참여 도시개발 정책을 이끌어 내는 URA는 어떤 곳인가. `생활하고, 일하고, 즐기는 훌륭한 도시를 만드는 것'을 모토로 내 건 URA는 1974년 싱가포르의 국가개발청 산하기관으로 설립됐다. 다양한 분야의 도시계획 및 설계 전문가 1천여명이 5개 부서로 나눠 일한다. 이들 전문가들은 항상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열린 공간을 갖고 있다.
URA의 구체적 역할로는 콘셉트 플랜, 마스터 플랜, 개발지침계획을 수립하고 더 나아가 주요 도시개발 프로젝트에서 개발 컨설턴트 역할을 맡는다. 또 주요 도시개발 프로젝트에는 직접 참여해 개발가와 시민에게 혜택이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통합적이고 협력적인 시스템 좌장 역할을 하기도 한다.
싱가포르의 국토는 모두 국유화돼 있다. 그렇다고 이들 토지 모두를 공공 디벨로퍼들이 개발하는 것은 아니다. URA는 공공부담을 적게하기 위해 토지를 민간에 매각한다. 매각하는 방식도 해당 지역의 개발계획에 대한 제안서를 받아 URA가 수립한 도시설계의 의도와 내용이 잘 반영된 민간 디벨로퍼들을 대상으로 개발권 경매제도를 통해 개발권을 판다. 그리고 개발가들에게 설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민원사항 및 인허가 등에 도움을 준다. 즉, URA가 시민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수립한 각종 플랜에 맞도록 도시개발을 유도하는 것이다. URA는 그 과정에서 민간 디벨로퍼에게 충분한 이익을 제공한다.
그렇더라도 이 같은 URA의 도시설계 또는 개발계획에 맞지 않게 `이익을 창출한다'는 명목으로 무분별하게 개발을 진행하는 디벨로퍼들에겐 가혹할 정도의 개발부담금을 부과하고, 그 부담금으로 URA는 공공개발 및 운영비용으로 사용한다.
일련의 도시설계 및 개발 과정이 `도시의 미래를 위한 장기적인 비전설정'도 없고, 그저 개발사의 이익만을 위해 소모적 도시개발이 자행돼 시민들에게 미래의 불확실성만 던져주는 우리네 개발방식에 비교하면 부러울 뿐이다.
/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