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싱가포르 등 도시재생 선진국들은 지역적 역사·정체성과 특성을 살린 도시재생을 위해 지자체, 시민, 시민단체, 민간업체 등의 의견 수렴을 통해 마스터 플랜을 수립, '철저한 선(先)계획'에 의한 경쟁력을 갖춘 도시재생을 추진하고 있다(사진은 일본의 도심재개발 사업에 의해 조성된 오다이바 중심지(사진왼쪽)와 신·구도심간 도시격차를 줄이고 있는 요코하마 전경).  
 
[3] 전략계획 통한 체계적 도시정비


영국, 미국, 일본 등 세계 선진국들이 쇠퇴한 기존시가지나 내부시가지의 도시재생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시는 인적·물적 유형의 자본과 역사·문화 등 무형의 자본이 축적된 복합적 집합체다. 때문에 도시는 탄생이후 산업·자본사회를 거치면서 국가 활력(경쟁력)을 이끈 견인차 역할을 해 왔다. 특히 도시중 이 같은 역할을 수행한 곳이 바로 기존시가지나 내부시가지 등 중심부다.

그런 도시 중심부가 외형적 도시팽창으로 인해 쇠퇴하면서 도시 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의 활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또 그 과정에서 신·구 공간단절 및 지역공동체 해체, 교통·환경·도시기반시설 악화에 따른 각종 부작용 등이 발생하면서 오히려 불편한 존재로 치부돼 왔다. 따라서 선진국들은 이들 도시 중심부에 다시 활력을 불어 넣어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도시재생을 앞다퉈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선진국들의 도시재생 과정을 살펴보면 몇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중 하나가 마스터 플랜(MP) 수립이고, 또 하나는 마스터 플랜 수립 과정에서 지자체는 물론 시민, 시민단체, 민간업체 등이 자유롭게 참여, 각각의 의견개진을 통해 스스로 도시의 경쟁력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다.

이는 도시재생이 단순히 노후화된 도시시설을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리모델링하는 선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해당 도시가 지닌 역사성과 정체성, 성장 특성 등을 토대로 미래 지속가능한 발전성을 제시하고, 도시 특성에 맞는 성장동력 부여와 도시 거주민들의 삶의 질 제고 등을 통해 도시 경쟁력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다.

전세계 도시재생의 모델이 되고 있는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도시재개발국(URA)이 매 10년 단위로 수립하는 비법정 계획인 콘셉트 플랜을 통해 해당 도시의 40~50년 후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이 콘셉트 플랜은 그린·수변계획, 정체성 제시 등의 관련 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URA의 도시계획 전문가들이 참여해 만든 계획안은 곧바로 시민들에게 공개되고 설명회, 인터넷 등을 통해 수시로 의견을 수렴해 수정해 나가는 과정을 모두 공개해 계획안을 확정한다. 이 과정이 무려 계획안 수립후 1년이 걸린다. 그렇게 제시된 비전을 통해 URA는 전국 55개 지역으로 나눈 도시의 마스터플랜과 개발계획지침을 통해 실행계획을 수립하는 데 역시 이 과정에서도 시민들의 의견 수렴과정이 필수다.

우리의 도시계획 모델인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 산하 도시재생본부가 전국 670개 지방도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지방도시들이 안고 있는 4가지 구조적 문제를 도출해 냈다. 그리고 지자체, 시민단체, 민간건설업체 등으로부터 도시재생 지원을 위한 제안을 받아 이를 검토해 과제를 선정하고, 동시에 공통적으로 지적된 제도개선 사항을 해결하는 제도적 정비작업을 마친 뒤 개성있고 선진적인 도시만들기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재생에 나선다.

최근 뉴타운 1차 사업 대상지구(9개시 10개 지구)를 선정해 본격적인 뉴타운 사업에 나서고 있는 경기도 역시 이 같은 선진국의 도시재생 과정 절차를 밟고 있다. 즉, 뉴타운 사업계획이 추진되고 있는 도시를 포함해 도내 도시 재정비 사업이 필요한 도시나 지구 등을 망라해 `도시 재정비 전략계획 수립' 용역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내년 2월 발주해 2008년 2월 마무리 된다.

비법정계획인 이 전략계획 수립이 갖는 의미는 앞서 설명했듯 도시 재생을 해당 지구로만 한정하는 재개발·재건축사업이 아닌 도시 전체의 역사성과 특성을 분석하고, 미래 도시가 가져야 할 성장동력(생산성)을 갖추도록 비전을 제시함은 물론 지역 주민들의 인간중심적이고 친환경적 삶의 환경 속에서 공동체 의식과 삶의 질을 높여 나가는 방향을 제시해 준다는 점이다.

또 이 전략계획을 바탕으로 해당 도시의 재정비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뉴타운 사업지구의 특성화를 부여함으로써 도시의 경쟁력을 높여 나간다는 게 도가 전략계획을 수립하는 궁극적 목적이다. 도는 특히 이 전략계획 수립시 해당 지자체는 물론 시민단체, 민간업체, 전문가 등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이를 공개하는 과정의 절차를 통해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양한 주체들에 의한 상향식 전략계획을 수립하겠다는 의지다.

이것이 경기도 뉴타운 사업이 갖는 경쟁력이자 관 주도의 재개발·재건축 사업 위주로 한 서울시 뉴타운 사업과 차별성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