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을 가족처럼, 친동생처럼 돌봐주신 분이었지….”

   김선웅 감독의 제자 김재은(75·현 인천고 야구동문회 고문·서예가)씨는 김 감독과의 각별한 인연을 잊지 못한다. 바로 김 감독의 야구 유니폼을 물려받은 `행운'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1945년 9월 해방후 인천에 상륙한 미군팀과 인천팀이 친선경기를 하던 날, 인고 전신인 인천상업학교 학생으로 담장으로 넘어가는 공을 챙기며 `배트 보이' 역할을 했던 김씨는 이날 김 감독을 처음 만났다.

   “시합이 끝나고 한 선수의 배트에 글러브를 낀 도구를 하나 맡아 어깨에 짊어지고 도원고개를 넘어오는 데 누군가가 `너 야구가 좋으냐'하고 묻는거야. 그래서 `좋다'고 말했더니 다음날 다시 만나자고 해서 찾아갔는데 유니폼을 건네주시면서 열심히 야구를 하라고 격려해주시더군.”

   그런데 옷이 너무 컸다. 상의가 마치 오버코트 같았다.

   그때 김 감독은 웃으면서 “줄여입고 야구장에 나와라. 야구복은 내가 연습할 때 입었던 것이고 스타킹은 일본 갑자원 대회에 출전했을 때 신은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다음날 야구복을 줄여 입고 야구장에 나갔더니 모두들 `꼬마 야구선수'라고 놀리는 거야. 그래도 야구복을 처음으로 입은, 해방 후 전국에서 처음으로 탄생한 학생선수라는 자부심에 기쁨에 들떠 있었지.”

▲ 김선웅 감독이 준 유니폼을 줄여입고 포즈를 취한 김 감독의 제자 김재은씨.
   변변한 야구도구가 없어 부러진 배트는 못을 박아 전기테이프로 감아 쓰고, 실이 뜯어진 공은 구두 수선할 때 쓰는 밀초를 실에 발라서 꿰매어 쓰곤 했던 시절에 `대선배'의 유니폼, 그것도 갑자원 대회 출전 당시의 스타킹을 `하사'(?) 받았으니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이같은 인연으로 김씨는 인천고 야구선수에 이어 경기도 야구협회 총무 및 이사, 전무이사, 인고야구동문회 회장 등을 역임하는 등 야구 행정가로서 김 감독의 바통을 이어갔다.

   그는 김 감독을 `온화하면서도 강렬한 지도력을 갖춘 감독'으로 기억했다.

   “그 분이 운동 열심히 하라고 창영학교 앞 시장에서 사주시던 꿀꿀이죽 맛을 아직도 잊을 수 없어. 후배 양성에 무진 애를 쓰신 분이었는데….”

   김씨는 김 감독이 타계한 후 애통한 마음을 글로 남겨 그의 추도비에 새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