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연수 프로그램
국내 은행들의 신입사원 연수 프로그램은 혹독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고난도 극기 훈련이 연수 프로그램에 꼭 들어가기 때문이다.
“`돈을 만지는 직업'인 만큼 정직성과 강한 정신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는게 그들의 설명이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신입사원들은 대부분 `악명 높은' 연수 프로그램 덕택에 `금융 전사'로 거듭난다고 한다.
기업은행 신입사원 144명은 지난 10월 진행된 8주간 연수과정 중 마지막 일정으로 용인 기흥연수원에서 서울 을지로 본점까지(40㎞) 무박 2일로 철야행군을 했다. 이들은 특히 행군을 끝낸 뒤 서울 명동 일대를 돌며 길거리 마케팅까지 펼쳤다.
우리은행은 지난 7월 하반기 신입사원 연수 때 아예 해병대 훈련장을 찾아 극기훈련을 했고 국민은행도 올초 당진 외목마을에서 천안연수원까지 무박 2일 동안 100㎞를 산악행군 했다.
은행권은 아니지만 SK(주)의 `굴뚝 타기' 프로그램도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높이 40m까지 굴뚝과 22m짜리 원유저장 탱크에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도록 하는 것. 물론 희망자에 한해 굴뚝타기에 도전을 허용하고 있다. `챌린지 어드밴처'라는 별칭까지 붙은 이 연수는 단체 줄넘기, 고공 낙하 등 고난이도 프로그램도 함께 포함돼 있다.
이외에도 코오롱은 3∼4명이 조를 이뤄 야간에 지도를 보며 목표지점을 찾아가는 코오롱의 `보행 랠리', LG건설의 제주도 40㎞ 한계돌파 행군, 한화 그룹의 63㎞ 야간 행군도 이색적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 기르기
삼성전기 신입사원 90여명은 지난 10월 연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기업 광고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지난해 삼성전기는 실내 체육관에서 신입 사원 42명이 밤새 도미노를 쌓도록 함으로써 우애와 협동심을 기르도록 하는 등 매년 톡톡튀는 연수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팀별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동원해 회사의 과거와 미래를 담은 광고 아이디어를 내놔야 하기 때문에 교육효과가 높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금호 아시아나는 미술 강연과 연주회를 감상하도록 하는가 하면 현대·기아차는 신입사원들로 하여금 연수기간 느낀 회사의 과거와 현재, 미래상을 뮤지컬로 각색해 만든 뒤 공연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유행중인 노래의 가사를 회사의 경영철학에 맞는 내용으로 바꿔 부르도록 하는 경진대회를 여는 한편 사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단편 드라마로 제작·상영해 눈길을 끌었다.
◇해외로! 해외로!
대한항공 신입 사원들은 `친 환경 봉사 연수'의 일환으로 몽골에 다녀온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교외에 `대한항공 숲'이 있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환경 문제로 대두된 사막화를 막기 위해 2004년부터 대한항공 신입사원 및 임직원들이 심은 수만 그루의 포플러 나무가 어느덧 숲을 이뤘다.
상하이자동차그룹(SAG)으로 계열편입을 앞두고 있는 쌍용차는 중국 상하이자동차를 방문해 현지 공장을 둘러보는 중국 연수를 실시한다. (주)쌍용도 종합상사의 특성에 맞게 해외 지사와 거래처 탐방을 신입사원 연수 교육의 일환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입사후 1년내에는 팀장급의 해외출장에 동반하도록 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신입사원들이 독일, 스위스 등 유럽 지역을 방문해 해당 국가의 일류 기업을 탐방하고 노하우를 분석, 평가한 뒤 추후 이를 임원들 앞에서 발표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웅진코웨이 신입사원들은 정수기 업체의 특성을 살려 `캄보디아 우물파기 지원'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봉사활동도 하고 교육 효과도 보고
삼성물산 건설부문 임직원은 업종의 특성을 살려 사랑의 집짓기 운동(해비타트)에 매년 참여한다. 2003년부터 미국·몽골·인도네시아·인도 등지에 100채가 넘는 집을 만들었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의 경우는 혼혈아동 지원단체인 펄벅 재단과 협약을 해 혼혈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혼혈 아동들에게 자신감과 희망을 북돋워 주는 사업을 벌인다. 펄벅 재단이 주관한 미 슈퍼볼 영웅 하인스 워드 초청행사를 후원하기도 했다.
SK건설은 신입사원들이 양로원 방문과 고궁 청소를 하고 있고 대우건설과 LG건설도 보육시설이나 장애인 시설을 찾아 봉사활동을 전개하는 등 자원봉사 프로그램도 신입 사원 교육의 단골 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SK케미컬도 수원시와 함께 매년 `사랑의 집짓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무한경쟁 시대를 맞아 신입사원들을 조직에서 필요한 인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가 동원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