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동북공정 파고를 넘는다 삼족오(三足烏)가 날았다. 전혀 주목을 받지 못할 것 같았던 이 기묘한 새 한마리가 텔레비전 드라마를 점령한지 오래다. 특히 `주몽'에선 주인공인 주몽과 삼족오가 동일시되며, 삼족오 깃발과 관련 대사가 매회 드라마를 수놓고 있다. 고구려를 다룬 `대조영'과 `연개소문'까지, 지상파 방송3사의 드라마를 통해 삼족오는 어느새 고구려의 이미지로 굳어졌다. 모 전자회사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에어컨 디자인에도 삼족오 문양이 들어갔고, 인터넷 쇼핑몰엔 삼족오 목걸이와 휴대폰 줄이 등장했다. 거리에서도 삼족오가 새겨진 티셔츠와 운동화 등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달 구리시에선 `삼족오 축제'와 `삼족오 심포지엄'이 열렸고, 성남시에선 아예 삼족오를 시조(市鳥)로 삼자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지자체들도 삼족오에 푹 빠졌다. 바야흐로 삼족오 전성시대다.
'천부경'과 함게 天地人 아우르는 우리의 엠블럼
삼족오를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발이 세개 달린 까마귀'다. 그런데 왜 발이 세개일까.
◇삼족오 긴 잠에서 깨어나다=삼족오가 날기 전인 지난 9월말 이 의문을 풀기위해 (사)국학원을 찾았다.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천안IC를 빠져나온 뒤 천안삼거리를 가기 전 접어든 샛길. 얕은 산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 편도 1차로 도로를 따라 얼마나 갔을까. 전통 한옥 지붕을 머리에 얹은 아담한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지난 2001년부터 이곳에 둥지를 튼 국학원이었다. 건물로 오르는 입구에 세워진 조형물을 자세히 보니 바로 귀엽게 생긴 삼족오였다.
국학원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삼족오를 엠블램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고구려 열풍으로 삼족오가 날아오르기 전 국학원이 처음으로 1천년 넘게 잠들어있던 삼족오를 깨운 것이다. 국학원 관계자는 “삼족오는 고대 우리 민족이 숭상한 `태양 속의 새'로 하늘과 인간을 이어준 전령이었다”며 “삼족오의 다리가 셋인 까닭은 우리 고유의 삼원사상(三元思想), 즉 천(天)과 지(地)에 인간이 더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학원 1층 로비에 들어서자 거대한 `천부경(天符經)'이 눈에 들어왔다. 국학원에 따르면 천부경은 하늘에 부합하는 경전, 즉 세상의 이치에 맞는 경전을 뜻한다. 모두 81자로 이뤄진 천부경은 단군조선 때부터 구전되다 신라시대 최치원이 바위에 새겨진 걸 발견해 한문으로 옮겼다고 전해진다. 천부경엔 `하나에서 시작돼 세개의 극치를 이룬다'는 `일석삼극(一析三極)'이란 구절이 나온다. 천부경 역시 천·지·인을 아우르고 있는 것이다. 국학원을 대표하는 쌍두마차인 삼족오와 천부경. 결국 이 둘은 일맥상통한다.
국학원 "고조선시대부터 민족상징"
◇ 삼족오 날갯짓에 국학원도 뜨다=고구려 고분벽화 속에서만 잠잤던 삼족오가 21세기에 날아오르자 이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도 덩달아 쏟아지고 있다. 삼족오가 중국에서 기원했다는 해석과 소아시아 및 중국, 중앙아시아 등 선사유적에서 두루 발견되고 있다는 분석 등이 분분한 상황이다. 최근엔 일본이 이 삼족오를 지난 1930년대부터 축구 국가대표팀의 엠블램으로 사용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며 또 하나의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 등 다른 나라보다 삼족오를 가장 화려하게 많이 활용한 국가는 단연 고구려로 지목되고 있다. 국학원 공만규씨는 “고구려가 삼족오 문화를 꽃피웠지만 사실 삼족오는 고조선시대부터 우리 민족의 상징이었다”며 “일례로 `한단고기'에서 `단군 우서한재위 8년 갑인 7년(B.C 1987), 세 발 달린 까마귀가 날아와 대궐 뜰 안으로 들어왔다'는 기록을 중국 문헌보다 앞서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모든 설왕설래를 뛰어넘어 분명한 건 삼족오가 고구려의 상징, 나아가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연계되며 새삼스럽게 국학원도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국학원은 뇌호흡의 창시자인 일지 이승헌이 국학의 근본 이념인 `홍익인간'과 `천지인 사상'을 전파하기 위해 설립한 비영리단체다. 현재 전국에 지부를 운영하고 있고, 경기도 40개 지부에서도 3만6천여명이 국학의 매력을 느끼고 있다. 11개의 지부가 있는 인천의 경우 정회원과 교육생 등을 모두 합쳐 현재 국학원을 찾는 시민이 1만여명을 상회하고 있다. 5천여명이었던 약 1년전에 비해 급속한 성장세를 기록중이다.
"동북공정 중단" 1천만 서명운동
◇동북공정의 파고를 넘어라=사실 국학원은 그동안 알게 모르게 다양한 활동들을 펼쳐왔다. 지난 2003년 12월과 이듬해 1월까지 전국에서 `고구려 지킴이 100만 서명운동'을 벌였고, 2004년 상반기엔 민간의 힘으로 `대륙의 역사 고구려 유적유물 사진 전국 순회전'을 열었다. 현재 인터넷에서 활발히 전개되는 `사이버의병운동'의 핵심도 국학원이었다. 국학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교육인적자원부와 국방부, 육군본부, 한국도로공사, 경찰청, 체신청, 카이스트, 청주대학교, 우리은행, 현대증권, 인천 계양구청과 서구청 직원 등을 대상으로 국학의 이념을 전했다. 연간 전국에서 10만명 정도가 국학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이제 국학원의 목표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춰졌다. 지난 여름부터 전국적으로 시작한 `고구려사 왜곡 저지와 한민족 정체성 찾기 서명운동'이 그것이다. 이번엔 전 국민의 5분의 1인 1천만명이다. 연말께 이 서명부를 공식적으로 중국대사관에 전달할 계획이다.
서명에 동참하는 국민에겐 삼족오 배지를 증정하고 있다. 지난 11월말 현재 인천에서만 14만5천여명이, 경기도에서 12만명 이상이 서명에 참여했다. 권은미 인천국학원장은 “인천에서만 연말까지 40만명의 서명을 받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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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8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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