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가락의 미개척지나 다름없는 양주골에서 경기민요 등 우리 소리를 전수하고 양주 땅 고유의 구전가락을 찾아 그 맥을 이어가는 진정한 소리꾼이 있다.

한국국악협회 양주시지부 민요분과위원장 박정화(46)씨가 바로 그 주인공.

4남매중 장녀로 철도공무원이던 부친의 직장을 따라 3살때 양주 송추 땅에 정착한 그녀의 평범한 삶에 마치 신내림처럼 소리가락이 찾아든 것은 지난 95년.

소리꾼은 타고 나야 한다는 말처럼 우연히 찾은 문화공연 행사장에서 경기민요중 하나인 노랫가락을 접하는 순간 온 몸이 전율하듯 그 소리에 푹 빠져든 것이 그녀를 우리 가락을 공부하는 만학의 길로 이끌었다.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31호 경기소리 보유자인 임정란 여사의 지도를 받은 그녀는 지금은 경기소리 전수자이자 문화관광부 선정 초·중·고 국악강사로 후진 양성 및 전통소리 전승에 여념이 없다.

매주 수요일은 양주소놀이굿전수회관에서 국악협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목요일과 토요일은 상여회다지회관에서 소리극반 학생들을 상대로 민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문화관광부 강사풀제에 따라 양주 고암중학교 특기적성 강사로 나선 그녀는 수업 첫날 `메나리' 음을 너무도 잘 소화하는 최선희(14)양의 천성적 가능성을 보고 집중 지도에 나선 결과, 지난 9월 경기도청소년민속예술제 민요부문에서 양주시 대표로 출전한 최양이 도내 27개 시·군에서 참가한 1천100명중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개인적으로 박씨는 경기민요중에서도 시조시에 곡조를 얹은 노랫가락에 가장 애정을 쏟고 있으며 최근엔 양주 땅 고유의 구전가락인 `양주들노래'의 체계적 전승작업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그녀는 “양주지역에서만 전승되어온 양주들노래는 모내는 소리, 논메는 소리, 꽃방아소리, 훨훨이 소리, 상사도야소리, 새 쫓는 소리 등이 있으며 일반 경기민요와는 달리 북쪽의 서도창법이 가미돼 훨씬 더 매력적인 요소가 있다”며 “양주문화원과 양주농악의 적극적 도움으로 양주 민속문화 가운데 특히 소리로 된 양주들노래를 지역민들과 학생들에게 보다 널리 알리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또한 지역내 각종 문화행사에 빠짐없이 참여해 흥겨운 우리 가락으로 분위기를 북돋우고 있으며 지난 11월에는 육군 65사단에서 개최된 `주한미군 한국문화 체험행사'에 출연해 사물놀이와 한국민요를 선보이는 등 국악의 우수성 홍보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현대의 기계적 소리에 밀려 점차 설곳을 잃어가는 토착 소리꾼의 맥을 잇고 후손들에게 자랑스런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신명을 전수하기 위해 오늘도 그녀는 소리지킴이로서 바쁜 걸음을 걷고 있다.

=양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