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인천시사회복지협의회가 제정한 '제 1회 인천사회복지상' 대상으로 선정된 평안 수채화의 집 박정희(84·여)원장. 박 원장은 한글 점자를 창안한 송암 박두성 선생의 3남 2녀 중 셋째.
박 원장은 "일제 시대에 앞을 못보는 것도 억울한 시각장애인들이 일본말을 배운 뒤 다시 일본 점자를 보는 힘든 일을 하게 할 수는 없다며 한글점자를 만드는 아버지의 강인한 모습이 선하다"며 그리움을 드러냈다. 어렸을 때는 집안 형편도 어려운데 시각장애인들의 생계부터 챙기는 아버지에 대한 못마땅함도 있었다는 박 원장.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아버지의 뜻을 이해하게 됐다"며 "아버지 덕택에 시각장애인들의 언니, 누나가 되어 그들을 돕게 됐다"고 말했다.
결혼 후 시부모를 모시고 5남매를 키우면서 본격적으로 수채화 그리기를 시작한 박 원장은 시각장애인을 돕기 위한 방법을 궁리하다가, 자신이 그린 그림을 팔아 자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박 원장은 수채화를 판매한 수익금 전액을 한국점자도서관과 인천시 시각장애인복지관을 건립하는 데 쓰는 한편, 각막이식수술을 해야하는 장애인을 위한 수술비도 지원했다. 한편 지난 9월부터 대덕연구단지 특구지원본부 만남의 장에 수채화 50점을 전시, 판매해 대학생 시각장애인 23명의 장학금을 모으는 데 힘쓰고 있다.
박 원장은 지난해 9월 세상을 뜬 남편이 운영하던 평안의원 자리에 지난 2001년부터 '평안 수채화의 집'이라는 현판을 걸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그림을 가르쳐 주고 있어 멀리 서울 돈암동에서까지 이곳을 찾아오고 있다. '그림 할머니'라고 내건 박 원장은 "아버지가 하신 일에 비해 내가 한 일은 너무 미약하다"며 "아버지는 돌아가셔도 그 업적이 살아있지만, 나는 죽으면 사라질 뿐이다"라며 겸손함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박 원장은 "내 남은 생애에 직접 쓴 동화 45편과 삽화를 책으로 만들고 아버지 초상화를 그려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쓰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