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장. 8대의원에 당선된 36명의 수원시의원들은 처음 맞는 행정사무감사에서 시민들의 혈세를 받는 첫 유급제 의원이라는 부담감이 역연했다. 집행부 역시 위상이 달라진 의원들의 공세를 예상하며 바짝 긴장했다. 한치도 물러날 수 없다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감사장은 7대 이전 의회에서 간간이 흘러나오던 농담과 웃음소리가 사라졌다.
초선인 문화복지위원회 소속 홍승근 의원이 첫 포문을 열었다. "지난 2000년부터 2005년까지 5년동안 국내 에이즈 환자가 3배이상 급증했고 수원시의 경우 장안구에서 2005년에 19명에서 올해 25명으로, 권선구에서 14명에서 20명, 팔달구는 16명에서 23명으로 증가했다"고 현황을 소개했다. 그는 이어 "관내 보건소별로 1년동안 40% 이상 에이즈 환자가 급증했는데 환자관리에 큰 구멍이 발생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도대체 수원시 보건행정은 이 지경이 되도록 뭐했느냐"고 질타했다.
감사장에 즐비하게 앉은 집행부 간부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쪽에선 "저 의원 초선 맞아?" "어디서 저런 수치를 얻어냈지?" 등등 공무원들의 귀엣말이 난무했다. 한마디로 만만치 않다는 감을 느낀 것이다.
옆방 자치기획위원회에서는 또 한명의 초선 의원이 집행부를 긴장시켰다. 박장원 의원은 "지난 2월 22일 행정자치부가 여성정책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나타낸 전국 49개 자치단체를 '여성이 행복한 고을'로 선정해 부산에서 사례발표와 시상식을 가졌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수원시의 경우 여성가족부가 권고한 각종 위원회 여성참여비율 30%에 턱없이 부족한 13% 수준에 불과한데 이는 수원시여성발전기본조례시행규칙을 스스로 위배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또한 이날 도시건설위원회 감사장에서는 이종필(초선) 의원이 "지난 83년 매탄지구 택지개발을 시작으로 지난 2002년까지 19개 택지지구가 들어선 것도 모자라 현재 2개의 택지지구가 또다시 추진중"이라며 "지난 10년 사이 인구가 32만명이 늘어났는데도 체계적인 교통망 확충계획이 없어 교통대란과 주거환경을 악화시켰다"고 집행부에 화살을 날렸다.
지난 91년 관선단체장을 감시할 첫 지방의회가 구성된 이후 지난 2006년 7월 8대 의회가 개원됐다. 그러나 기초의회의 행정감시 역할은 미미했다. 의원들의 전문성과 자질에 대해 여론은 매우 비판적이었다. 그나마 이를 용서할 수 있었던 건 기초의원들이 무보수 명예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8대 의회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의원들에게 많든 적든 공식적인 보수가 지급되고 사회·시민단체들의 의정활동 감시와 비판이 이전보다 더 왕성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세태속에 수원시의회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초선의원 3인방이 화제가 되고 있다. 3인방 새내기의원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자신들이 받는 보수 일부를 떼어내 각종 의정활동의 기초자료 구입 및 의정활동 기법을 도와 줄 '의정도우미'들을 자문역으로 고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여의도 정가 주변에서 사설동호인 형태로 만들어진 가칭 '의정컨설턴트' 회원들인 의정도우미들은 국회의원 보좌관이나 비서관 등을 지낸 이들이다. 3인방 새내기 의원들이 이들과 연결된데는 이종필 의원의 소개가 있었다.
이 의원은 국회의원 비서관 출신으로 여의도 정가 인맥을 평소 잘 알고 있는데다 참모역으로 간접 의정에 참여했던 자신도 기초의원에 당선되면서 의정활동을 어디서 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던 터에 의정컨설턴트 동호회가 결성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들을 찾았다 한다.
이 의원은 "솔직히 시민의 세금으로 급여를 받고 대변자 역할을 하는 유급제 도입이 못마땅했다"며 "월급을 장학기금 등으로 내놓으려고도 생각했으나 선거법에 저촉된다고 해 용처를 고민해오다 의정도우미를 활용키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략 1년에 1천여만원의 자문료를 주고 의정도우미들과 자문역 고용계약을 맺고 있다. 홍승근 의원은 "사실 말만 유급제이지 지난 7대까지도 수원시의원의 경우 의정활동비와 회기수당 등의 명목으로 1년에 2천120만원씩을 받아왔다"며 "유급제가 돼 연봉총액이 3천780만원으로 결정돼 사실상 1천500여만원 정도 더 받고 있는 실정에서 의정활동연구에 재투자한다는 결심으로 의정도우미를 고용했다"고 말했다.
박장원 의원도 "돈받는 의원이라는 이미지보다 열심히 뛰는 의원 이미지를 얻는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의정도우미를 고용했다"고 덧붙였다.
한편에선 의정도우미 활용을 둘러싼 찬반논쟁도 일고 있다. 한 초선의원은 "대학교수나 특정분야 전문가가 아니라 전직 국회의원 보좌관·비서관 출신들이 챙겨주는 의정조언이 실제 지방의정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검증이 된 게 없지 않느냐"며 "그들이 챙겨주는 자료에만 의존하다보면 오히려 자생력없는 앵무새 의원이란 비난을 받을 수 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그러나 "원하는 의정기초자료를 얻지 못한다 하더라도 의정기법이나 테크닉, 감사기법 등 의정도우미들을 통해 다양한 경험들을 접할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의정도우미의 도움을 받은 동료의원들의 활동이 뭔가 다르게 느껴진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아무튼 수원시 초선의원 3인방이 몰고 온 새바람은 수원시의회는 물론 다른 지방의회에도 적잖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