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일만 바다와 등대 박물관.
겨울 바다를 보러 간다.

포항 구룡포는

한반도의 동쪽 땅 끝이다.

툭 튀어나온

호랑이 꼬리 아래에 있는 곳이다.

검푸른 바다와 수평선을 뚫고 솟는

커다란 햇덩이,

저물녘 바다를 비추는

등대의 불빛이 있는 구룡포에서는

질리도록 바다를 품을 수 있다.


▲ 구룡포항.
포항의 겨울바다는 화사한 색깔을 품고 있다. 그래서 영일만을 달리는 내내 차창 너머로 묘한 감흥을 일으킨다. 길은 해안가 낮은 언덕을 따라 파도가 치듯 오르내린다. 급할 것 없다. 마음에 드는 포구마을이 보이면 핸들을 돌려 좁은 길로 내려선다. 해변에는 고기잡이를 나가지 않은 어선들이 한가롭게 정박해 있다. 이렇게 달리기를 14㎞. 호미곶에 도착한다.

영일만을 달리는 내내 파도소리가 맑게 피어나는 것만 같다. 바다를 눈여겨보지 않더라도 굽이굽이 절벽을 돌 때마다 하얀 꽃처럼 피어나는 파도는 영일만이 주는 작은 선물이다. 그래서 영일만 해안도로는 자동차의 속도를 늦추고 바다를 가슴에 담는 게으른 여행이 제격이다. 흘러가고 흘러오는 바다가 은빛으로 빛난다. 그래서 영일만의 바다는 찬찬히 바라보면 솜사탕보다 달콤한 맛이 생각난다.

포항의 영일만에서 제일 동쪽으로 돌출한 호미곶. 이곳은 일출과 등대로 유명한 곳이다. 특히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뜬다하여 일출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특히 매년 1월1일이면 가장 먼저 뜨는 해를 보기 위해 전날 밤부터 사람들이 몰려온다. 인근에는 장기곶 등대와 등대박물관, 대보해수탕 등의 볼거리가 많다.

영일만 해안선을 따라 굽이치듯 달리다 큰 배의 갑판처럼 넓은 평원에 흰 등대가 우뚝 서있다. 1903년 12월 첫 등불을 밝힌 우리나라 최고의 등대로, 정확한 등대이름은 장기갑 호미등이다. 그 옆에 조개껍질을 뒤집어 놓은 듯한 특이한 건축양식의 8각 돔형의 2층 구조물이 바로 등대박물관. 전국 각지의 등대에 흩어져 사라져가는 800여 점의 등대자료를 한곳에 모아 전시·보관하고 있는 곳으로, 우리나라 등대의 역사를 한눈에 살필 수 있다.

고산 김정호는 대동여지도를 만들면서 국토 최동단을 측정하기 위해 영일만 호미곶을 입곱 번이나 답사한 뒤 우리나라에서 가장 동쪽임을 확인하고 호랑이 꼬리 부분이라고 기록하였다고 한다.

▲ 호미곶 등대박물관.
호미곶에서 지척인 구룡포의 첫인상은 분주하다. 이른 아침 구룡포항에 나가면 살맛이 난다. 요란한 종소리를 울리며 등장한 경매사가 암호 같은 은어로 바다에서 갓 건져올린 우럭이며 광어 등 자연산 생선가격을 호창하는 모습. 이에 장단 맞춰 윗도리에 감춘 손가락을 연방 폈다 오므렸다 하며 가격을 매기는 중개인. 그에 호응하는 상인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더불어 포항의 명물 과메기를 빼놓을 수 없다. 꾸덕꾸덕하게 말린 꽁치, 과메기의 들큰한 향내가 지천에 널려 있다. "겨울이믄 구룡포에서는 김치보다 흔한 기 과메기 아입니꺼. 과메기 덕장 볼라카믄 아무 마을로나 내리가믄 다 보이지요." 어부의 말대로 구룡포 어디에서건 과메기를 볼 수 있다. 어물전과 횟집마다 '과메기 팝니다'라는 팻말이 붙어있다. 과일가게와 신발가게에서도 과메기를 판다.

과메기는 꽁치를 바닷바람에 말린 것이다. 오징어로 치면 피데기와 비슷하다. 이 어정쩡하게 마른 꽁치가 겨울,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이 즈음이면 미식가들의 입맛을 다시게 한다. 예전에는 청어로 과메기를 만들었지만 지금은 꽁치를 사용한다. 청어는 동해바다에서 1960년대 이후 사라졌다.

▲ 과메기 덕장풍경
과메기에는 두 종류가 있다. 배를 갈라 내장을 빼고 뼈를 추려서 말린 것을 편과메기(배지기)라 부르고 통째로 말린 것을 통과메기(엮걸이)라 한다. 과메기의 참맛을 즐기려는 이들은 통과메기를 선호하지만 일반인들은 편과메기가 입맛에 맞다. 과메기는 촉촉하면서도 꾸들꾸들하고, 비린가 하면서도 담백하다. 등푸른 생선 특유의 기름지면서도 구수한 맛이 살아있다. 김에 과메기 한 조각을 놓고 실파와 마늘을 얹어 쌈을 싸 먹으면 된다. 술은 소주처럼 톡 쏘는 것이 어울린다.

어촌 사람들의 바쁜 손놀림에 덩달아 마음이 급해지지만 바다는 늘 그렇듯 푸근한 모습으로 객을 반긴다. 구룡포항의 매력은 곳곳에 정박해둔 오징어잡이 배를 볼 수 있다는 것. 원래는 고래잡이로 유명했던 항구지만 지금은 그 자리를 오징어잡이가 대신하고 있다. 새벽녘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바쁘게 움직이며 강한 생명력을 과시할 오징어잡이 배지만 낮 동안은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는 여유를 보인다.

눈이 시리도록 맑아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포항의 겨울바다. 그래서 포항의 여행을 구룡포에서 마무리한다면 활기찬 생기와 풍성한 바다의 맛을 덤으로 선물 받을 수 있다.



▲ 영일만 드라이브길.
■ 가는 길:경부고속도로와 대구~포항간 고속도로를 타고 포항IC로 나가면 구룡포와 포항을 잇는 925번 지방도가 나온다. 925번 지방도가 끝나는 해안도로에서 왼쪽으로 가면 호미곶, 오른쪽으로 가면 구룡포 항구가 나온다. 호미곶해맞이여행 상품(테마캠프, 02-735-8142, www.themacamp.co.kr)


■ 맛집:승리횟집(054-247-9558)은 포항의 명물 죽도시장 내에서도 고래고기로 유명한 30년 맛집. 고래고기를 부위별로 썰어 한 접시에 담는데 '12가지 맛을 낸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다. 고래의 갈빗살은 씹을수록 구수하고, 삼겹살처럼 비계가 많은 등살은 쫀득쫀득하다. 하지만 처음 고래고기를 먹는다면 깻잎에 싸먹거나 양념을 듬뿍 찍어 드시길…. 고래고기 특유의 노린내가 비위에 맞지 않는다면 모듬회를 시켜도 좋다. 고래고기 3인분 2만원, 과메기 1만원.

■ 잠자리:이어도모텔(054-284-4555)은 구룡포에서 단연 눈에 띄는 잠자리다. 바다 전망은 물론 언덕 위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모양새만 봐도 간판을 볼 필요가 없을 정도. 단지 가격이 조금 비싸고 예약을 해야 하는 것이 흠이라면 흠. 유명 연예인들도 구룡포에 왔다 하면 이곳에 묵는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모텔이지만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이 많이 오는 편. 레스토랑도 갖추고 있다.

■ 과메기 싸게 사는 법

구룡포항 앞에 있는 횟집과 포항 죽도시장에서 과메기를 싸게 맛볼 수 있고 구입할 수도 있다. 1두름(20마리)에 1만원선. 영어조합법인(054-276-0760), 영일수산(054-276- 8286), 우럭돌과메기(054-276-3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