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보수쪽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민사회단체가 잇따라 생겨나면서 한국 사회의 이념지도가 변화 조짐을 보이고있다. '뉴라이트'(신우파) 계열의 시민단체가 잇따라 출범해 세 결집에 나서고 있고 진보단체는 사회 전반의 보수화 경향과 신자유주의 확산 속에서 세부 주제별로 분화하면서 대중에 더 가까이 다가서려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뉴라이트 단체는 '올드 라이트'(구우파)와의 연합을 추진하는가 하면 일부는 정치 참여와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입장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어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004년 11월 자유주의연대의 창립으로 처음 등장한 뉴라이트 계열 시민단체는 이후 빠른 속도로 양적 팽창을 해왔다. 현재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뉴라이트 계열만 해도 뉴라이트전국연합을 비롯해 자유주의연대, 선진화국민회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헌법포럼 등 10여곳에 달한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은 2005년 11월 출범 이후 1년만에 9개 직능별 조직과 180여개 지역조직을 결성하고 11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대형 조직으로 성장했다.
뉴라이트의 장점이 현실 정치에 대한 파급력이라고 한다면 이들 단체가 만일 위기를 겪게 될 경우 이 또한 과도한 '정치성'에서 비롯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 생명력의 근원이 공정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특정 정파에 기초한 뉴라이트는 내년 대선 이후 시민단체로서 활동하는데 치명적인 제약을 자초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진보단체는 역동적인 보수진영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이지만 역시 세부 관심사에 따라 꾸준히 분화하고 있다.
대다수 진보단체는 이른바 '진보 위기론'에 대해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거센 보수화 바람 속에서 나름대로 운동 방향의 새로운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회 전반의 보수화 흐름은 부담이 되는 것은 맞지만 진보단체가 위기를 맞은 상황은 아니라는게 진보적인 활동가들의 판단이다.
진보단체는 신자유주의의 바람이 몰아치는 '무한경쟁' 시대에서 공공성 강화를 위한 의제를 설정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대중 참여 확대를 위한 방안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보수단체 확산과 관련, "선거를 앞두고 여러 집단의 이합집산 과정에서 급조된 것으로 사회적으로 주목할만한 일은 아니다. 진보진영은 주택·의료·교육 등에서 공공성을 확장시키는 노력을 통해 고유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별교섭 노사관계 '새 불씨'
노동계가 조직 역량 강화 등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산별노조는 사업장 단위로 설립되는 기업별 노조와는 달리 동일한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하나로 묶어 임금인상 문제 등을 놓고 사업주들을 상대로 공동교섭을 벌이는 조직 형태다.
민주노총의 경우 현대차노조 등이 포함된 금속연맹 산하 34개 노조가 단일노조로는 국내 최대인 금속산별노조(14만4천명)로 전환하는 등 78%의 산별노조 전환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산별 전환율이 90%에 이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국내 노동계의 또다른 축인 한국노총도 현재 16.2% 수준인 산별노조 전환율을 내년 상반기까지 50%대 초반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처럼 국내 노동계가 산별 시대로 접어들게 됐지만 노사정이 산별체제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은 상태여서 산별체제가 본격화되는 내년에는 노사정간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경영계는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등의 예를 들면서 중앙단위에서 교섭이 이뤄지더라도 지부 또는 지회별로 이중, 삼중으로 교섭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교섭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며 산별 교섭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경영계는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 격차가 큰 우리 사회의 여건을 감안할 때 산별 교섭으로 원만한 합의를 도출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동계는 금속노조의 경우 현대차 같은 대공장 노조들이 빠져 있었는데다 사업주들의 소극적인 자세로 인해 산별 교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나 산별노조 체제가 정착되면 노사 공동으로 중앙단위 교섭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노동계 전문가들은 기업별 노조에서 산별노조로 전환하는 것은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에 '빅뱅'이라고 불릴 만큼의 충격파를 던져줄 사안인 만큼 노사정이 산별체제 정착을 위한 협의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연합뉴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