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 도하 아시안게임 귀국 후 환영식.
지난 14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 가라파 인도어홀에서 벌어진 아시안게임 여자핸드볼 결승에서 대한민국 여자 대표팀은 카자흐스탄을 29-22로 꺾고 자랑스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핸드볼의 금메달은 한국의 대회 단체전 첫 금메달이자, 지난 1990년 중국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5회 연속 아시아 정상을 확인하는 금메달이었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에도 불구하고 필요할 때면 어김없이 국가의 자존심을 살려주는 핸드볼. 현재 국내 여자 핸드볼은 인천 효명건설, 부산시설관리공단, 창원 경륜공단, 대구시청, 삼척시청 등 5개팀으로 운영되고 있다. 아테네 올림픽 결승전 상대였던 덴마크가 1부, 2부를 합해 약 100개팀을 운영하는데 비하면 조족지혈의 양상이다. 열악한 선수 자원과 대중의 무관심속에 플레이하고 있는 우리 선수들이, 88년 서울·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2연패하고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선 세계인을 감동시킨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아시안게임 5연패까지 한국 핸드볼은 세계 체육계에서 불가사의한 존재로 군림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인천 효명건설 핸드볼팀 선수들이 있다.

지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대한민국 대표팀은 임영철(46) 감독을 중심으로 오영란(34), 이상은(32), 명복희(27), 문필희(24) 등이 맹활약을 펼치며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그 4인은 올림픽 후 그해 창단한 효명건설 핸드볼팀에 합류했다. 이들을 얘기하는데 있어서 아테네 올림픽 결승전을 빼놓을 수 없다. 강호 덴마크를 맞아 2차례에 걸친 연장전과 승부던지기 끝에 아쉽게 패한 결승전은 이미 2년여가 지났지만 핸드볼 팬은 물론 국민들의 가슴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 주니어 대표 김은아 선수의 슛 장면.
현재 팀의 맏언니이자 주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골키퍼 오영란은 그날 덴마크 선수들의 대포알 같은 슛을 신들린 듯 막아내며 결승전의 최고 수훈 선수로 우뚝 섰다. 유럽팀을 편드는 폴란드 심판의 노골적인 편파 판정속에서 오 선수의 선방은 2차에 걸친 연장전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또 지난해 스페인에 진출한 이상은 역시 한국 핸드볼의 간판으로서 덴마크전에서 고비마다 슛을 성공시키며 위기에 몰린 순간마다 한국팀을 구해냈었다.

현재 한국 여자 핸드볼 세대 교체의 제1선에 있는 명복희, 문필희 선수도 당시 결승전에서 호쾌한 중거리슛과 기습 공격으로 경기 분위기를 바꾸는 활력소를 제공하며 승부를 접전으로 몰고갔다. 보름 전에 끝난 도하 아시안게임 결승전의 중심에도 두 선수가 있었다. 특히 문 선수는 결승전에서 양팀 통틀어 최다골인 9골을 기록했고, 명 선수도 고비마다 중거리슛으로 6골을 기록하며 두 선수가 절반에 달하는 득점으로 대한민국의 승리를 일궈냈다. 이들은 앞선 준결승 중국전에서도 각 7골씩을 기록하며, 34-32로 중국을 꺾는데 1등 공신으로 활약했다.

아시안게임을 통해 '좌필희 우복희'는 대한민국 핸드볼의 상징이 됐다. 그만큼 이들의 활약이 돋보인 것. 즉 오른손잡이 문필희는 상대 골문을 바라보고 왼편에서 공격을 주도했고, 왼손잡이 명복희는 오른편에서 주도하면서 한국 대표팀 공격의 절반 가까이를 책임지면서 얻은 별명이다.

효명 4인방이 한국 핸드볼의 간판으로 뜬데는 물론 모기업인 효명그룹(회장·서택동)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다. 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임영철 감독은 아테네 올림픽 후 유럽팀들로 부터 러브콜을 받았지만, 한국 핸드볼 발전을 위해 국내에 남았다. 지난 2005년 5월, 한국 대표팀 감독직 제의를 고사한 것도 효명건설 핸드볼팀을 국내 명문팀으로 육성하는데 전력을 다하기 위해서다.

효명건설은 올시즌 마지막 대회인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특히 지난해 체전 결승전에서 패한 대구시청을 상대로 통쾌한 설욕전을 펼쳐 그 의미를 더했다. 이제 효명 건설 핸드볼팀의 시선은 내년 2월 8일부터 28일까지 20일간 서울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핸드볼 큰잔치'의 패권을 향해 있다.

임 감독과 선수들은 한 목소리를 낸다. "목표는 우승입니다!" 몇몇 엘리트 선수 중심으로 올리는 국제대회에서 호성적을 올리는 것이 아닌 국내 핸드볼 인구의 저변 확대를 통한 전력 상승의 중심에도 효명건설 핸드볼팀이 있다. 그리고 300여명의 서포터스와 인천시민들은 한 마음으로 이들을 응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