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까지만 해도 나눔은 그저 단순한 기부나 봉사활동 차원으로만 여기곤 했다. 그만큼 나눔의 미덕, 나눔의 문화라는 것이 우리에겐 영 낯설고 어색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997년 IMF 사태를 겪으면서 나눔은 일순간의 동정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게 됐다. 여기에 인터넷 등의 발달로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관, 기관과 기관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면서 나눔은 개별적인 움직임에서 거대한 흐름으로 바뀌었다. 나아가 이제는 대한민국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또 하나의 '성장동력'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무엇보다 나눔의 정신은 우리 사회에 그늘이 커질수록, 골이 깊을수록, 수렁이 깊어질수록 더욱 빛을 발한다. 그리고 올해 2007년은 나눔의 물결이 그 어느때보다도 거세게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올 한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이뤄질 나눔운동을 미리 살펴봤다.



◇풀뿌리 나눔운동의 산실=수해가 났을 때, 불이 나고 건물이 무너졌을때, 그리고 끼니를 때울 쌀 한줌이 없을 때면 언제나 볼수 있는 노란 조끼, 바로 적십자 봉사원들이다. 재해가 발생한 곳, 소외계층이 머무는 곳이면 적십자 직원과 봉사원들이 늘 함께 했다. 그만큼 적십자는 우리 사회에 나눔과 기부문화를 전파한 선구자적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행정기관에서부터 동네 이장까지 연결되는 나눔네트워크의 탄탄함은 오늘날 풀뿌리 나눔운동이 자리잡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올 2007년은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가 창립 60주년을 맞는 해다. 늘 나눔을 실천해온 적십자지만 새해가 더욱 남다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60주년을 맞은 적십자 경기지사지만 거창한 사업이나 행사를 준비하지는 않는다. 대신 우리 주변의 이웃들을 위한, 이른바 나눔사업에 더욱 주력하겠다는 것이 '환갑 기념' 계획이다. 이를 위해 31개 시·군 각 읍·면·동 단위로 실핏줄처럼 퍼져있는 봉사회와 1만명에 이르는 봉사원들을 통해 사회봉사활동을 더욱 활성화하는 한편 사랑의 쌀 등 독거노인과 장애인, 소년소녀가장, 조손가정 등에 지원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적십자 경기지사 우봉제 회장은 "국제적십자운동의 '인도, 공평, 중립, 독립, 봉사, 단일, 보편'이라는 7가지 기본 원칙을 지켜가며 적십자의 인도주의 운동이 펼쳐진지 지난해로 100년을 맞은데 이어 올해로 경기지사 창립이 60년을 맞았다"며 "도민 여러분의 관심과 십시일반의 도움이 없었다며 오늘에 이를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름'을 넘어 '하나'로=천주교 수원교구의 나눔운동 '한마음'은 기존의 종교단체가 하던 기부·자선운동과는 그 참여주체나 활동내용이 크게 다르다. 한마음의 시작과 추진은 일단 천주교 수원교구에서 한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다. 종교는 물론이고 직업과 소속을 떠나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수 있다. 현재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도 소속과 상관없이 개인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중에는 불교나 기독교 신도들도 있다. 그저 나눔이라는 큰 목표아래 그야말로 '한마음'으로 뭉친 것이다.

지난달 8일 공식 출범한 한마음운동본부는 앞으로 행정기관과 기업체, 복지단체 등 범 시민·사회단체를 아우르는, 새로운 나눔운동을 펼쳐나가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정부지원을 받지 못한채 복지행정의 사각지대에 놓인 도내 소외계층에 대한 본격적일 실태조사를 벌이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적 지원과 현장 봉사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여기에 개인의 기술과 재능을 연결해주는 '한마음 은행', '제3세계 국제구호운동', '한겨레나눔운동' 등도 함께 추진된다.

천주교 수원교구장인 최덕기 신부는 "천주교 수원교구내 180여개 성당과 70만명에 이르는 신도가 있다"며 "물적·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소외된 이웃을 위한 기부와 나눔문화를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최 신부는 "그렇지만 한마음 운동은 신도만의 참여가 아니라 천주교 신자들의 사회를 향해 함께 갈 것을 권하는 일종의 프로포즈다"며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버리고 사람과 사람을 통해 '가진것을 나누는 삶'을 전파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