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인천시장은 시정책임자로서의 자신을 여전히 'CEO형 행정가'로 여기고 있었다. 벌써 5년째다. 그래선지 그 동안의 인천시정은 중앙정치 바람을 크게 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 시장은 경인일보와의 2007년 새해 대담에서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이 국민 신뢰를 받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안타깝다'는 표현을 써가며 정치권의 신뢰 회복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민의 눈에 자신이 기성 정치인으로만 비치는 것을 못내 아쉬워 했다.

"시가 큰 일을 이뤄도 시민들이 주목하지 않는 면이 있습니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정치인이 뭘 한다고 하면 시민들이 크게 보지 않는 경향으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을 해소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생각합니다. 특히 올 해는 대통령 선거가 있잖아요. 정치와 국민 생활이 밀접하다는 일반의 인식 확산이 무척 절실한 상황입니다." "정치계에 속해 있지만 인천이란 큰 회사의 운영을 맡은 CEO란 생각을 한시도 버리지 않고 있다"는 그는 올 해의 인천시정이 시민의 가슴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세를 잊지 않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안 시장은 정해년에도 유난히 바쁠 것으로 예상된다. 4월에 결정나는 2014년 아시안게임 개최도시 선정에 매달려야 하며 2009년 인천 세계도시엑스포, 2009년 인천 방문의 해 준비 등 새로운 일에 계속 이어지는 경제자유구역 개발·기존도심 재생 프로젝트 진행 등 굵직한 현안만 해도 산더미처럼 쌓여 있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올 해 캐치프레이즈를 '세계 일류 명품도시 건설'로 잡으면서 인천이 지향할 공간적 지평을 '동북아'에서 '세계'로 넓혔다. 그 배경과 구체적인 구상을 밝혀달라.

"인천은 이미 세계인들의 머릿속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중심도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특히 오는 4월 인천이 2014년 아시안게임 개최도시로 확정되고, 2009년 인천 세계도시엑스포를 성공적으로 치른다면 그 자체로 인천은 국제도시가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시는 올 해에 세계인들이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도시를 만들기 위한 첫 발을 내디디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국내 최초로 도시 전체를 '영어의 도시'로 삼기로 했습니다. 국제공항과 항만이 있는 인천은 지리적으로 세계 각국과 소통하는 연결 지점입니다. 또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인천을 찾고 있습니다. 이들이 인천 어딜 가나, 말하고 생활하는 데 불편이 있어선 안될 것입니다. 어린 아이에서부터 나이 든 어르신까지 외국인을 만나 피하지 않고, 짤막한 대화 정도는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입니다. 잉글리시 페스티벌을 개최해 학생은 물론 모든 시민에게 영어 바람을 일으키려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이 흐름을 공직자들이 앞장서 주도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올 해부터는 시청 직원들의 영어 실력을 인사고과에도 반영하기로 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외국인들이 인천공항에 내려 서울이나 타 지역으로 가지 않고서도 인천에서 모든 일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도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명품도시가 될 때만이 가능한 것입니다. 그런 기반은 이미 마련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공항과 국제적인 항만을 기반으로 하는 Sea & Air 복합물류 수송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올 해엔 이를 토대로 세계 최고의 복합물류도시로 성장할 토대를 확실히 하겠습니다.

송도의 첨단 IT 융합 밸리와 영종·청라지구의 투자유치를 위한 산업단지, 인천 바이오메디컬 허브 구축 등은 인천을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나가는 역사적인 도시로 자리매김하게 할 것입니다. 바로 이게 세계 명품도시란 겁니다."

-그만큼 많은 일을 하기 위해 시가 그동안 무엇을 준비했는지 설명해달라.

"지난 한 해 우리 인천은 교통, 주거, 환경, 복지, 교육 등 시민 생활의 질 향상에 시정을 주력하면서 21세기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갈 경제자유구역의 가시적인 성과와 도시균형발전사업의 착실한 준비 등 인천의 성장 잠재력을 키우고 넓혀 나가는 데 역점을 둬 왔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소중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함께 해주신 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지난 해 인천시는 270만 시민과 함께 정말 숨 가쁘게 달려 왔습니다. 2014년 아시안게임 인천 유치를 위해 OCA 평가단으로부터 유치 열정과 개최능력 인정, 국가차원의 지원체계 구축을 이뤄냈습니다. 오는 4월 쿠웨이트에서 열리는 OCA총회에서 '인천'의 함성이 울려퍼질 것입니다.

또 전국 최초로 탄생한 경제자유구역이 3주년을 맞아 연세대 송도캠퍼스를 비롯해 151층 인천타워 건설, UN APCICT의 개소, 인천대교와 국제업무단지의 차질없는 개발 등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세계인을 맞기 위한 각종 인프라가 착실히 갖춰지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해엔 2020 도시기본계획도 확정지었습니다. 도시공간 구조를 3도심 5부도심으로 개편하고 도시브랜드를 '세계를 위해 날자'는 취지에서 'Fly Incheon'으로 정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가정오거리 도시개발구역 지정고시 및 기본협약체결, 경인고속도로 직선화 사전절차 이행 등을 완료했습니다. 도시재생사업의 본격적인 추진기반이 마련된 것입니다.

인천대학교의 국립대 전환과 송도 신캠퍼스 기공식도 빼놓을 수 없는 일입니다. 여기에 국제학술연구단지 등 국제적 수준의 교육환경 조성 사업도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밖에 지역경제 활성화와 복지시스템 구축 등에도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인천시는 경제자유구역개발 못지 않게 기존 도심 재생사업에 대해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올 해 가시화할 도시재생사업은 어떤게 있나.

"저는 기존도심 재생사업이 인천 전체를 놓고 볼 때 지역균형발전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지역균형발전의 선도사업은 가정오거리 뉴타운 조성입니다. 가정오거리를 프랑스의 라데팡스와 같이 국제적 수준의 최첨단 입체복합도시로 꾸밀 것입니다. 올해 안에 이 사업을 주도할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하는 등 2013년까지 완성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인천의 도시공간 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꿀 경인고속도로 직선화 사업도 올 해부터 시작됩니다. 1공구인 가정오거리 주변 공사를 올 해부터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현 인천대학교 부지에 대한 개발사업 등 5대 도시재생사업이 올 해부터 본격화 한다고 보면 됩니다."

-인천이 개발 지상주의에 너무 빠진 게 아니냐는 지적을 하는 사람이 많다. 복지 분야에 대한 남다른 구상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우리가 추구하는 복지의 개념은 생활이 안정된 가운데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직업을 마련해 줌으로써 보람을 갖고 사회 구성원들과 함께 사회의 주역으로 생활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 시는 임대주택 6만 호를 건설해 저소득층의 주거환경 개선을 도모하고, 어르신과 몸이 불편한 분들의 사회참여형 일자리를 더욱 확대하겠습니다. 또 수혜적 복지를 위해 재활전문병원을 2008년까지 완공하고, 사회복지회관 리모델링, 자원봉사자의 전당 건립, 장애인 생활시설 확충 등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인천은 커지는 도시규모에 걸맞은 문화·예술, 교육 환경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여론이 높다. 문화·예술, 교육 분야의 질을 높이기 위한 대책은 어떤 게 있나.

"문화는 인천이 미래를 이끌어 나갈 우리의 새로운 생명력이라고 봅니다. 송암미술관 일대에 박물관, 미술관, 공연장, 도서관 등이 들어서는 복합문화단지를 조성하고, 부평문화예술회관, 강화문화관, 중구미술문화공간, 박물관 6개소, 도서관 3개소를 착공하거나 준공하는 등 문화인프라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 21세기 고품격 해양관광도시 구현을 위해 강화갯벌센터, 송도유원지 세부시설 재정비에도 나설 것입니다.

교육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해 개원해 시민·학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영어마을을 더욱 활성화 시키고 각급 학교에 배치돼 있는 원어민 교사도 137명으로 확대하겠습니다. 공교육의 정상화와 학력 증진을 위해 특목고 3개교를 신설하는 한편, 인천외국어고등학교에 인터내셔널 센터를 건립해 가장 경쟁력 있는 특목고로 육성할 계획입니다.

지난 해 착공한 송도국제학교와 올 해 착공하는 영종국제학교 등의 설립을 통해 국제적 수준의 교육여건을 제공할 것입니다."


대담/장철순 인천본사 정경부장, 정리/정진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