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계 금융기관이 모여있는 싱가포르 강가 고층빌딩숲. 인천 가정유타운과 청라경제자유구역의 미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지난해 연말 3박5일 일정으로 싱가포르를 취재하고 돌아왔다. 싱가포르는 인천과 입지와 인프라 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은 도시국가다. 무역항과 국제공항을 갖고있고, 공유수면을 매립해 새도시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또 공원·수변공간 조성 계획을 세워 도시를 푸르게 만드는데 노력하고 있으며,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관광코스와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싱가포르와 인천은 다르다. 싱가포르가 앞서가는 도시라면 인천은 제2의 싱가포르를 꿈꾸며 그 뒤를 쫓아가는 입장이다. 싱가포르는 각종 도시개발 정책과 계획이 정착돼 다듬는 단계라면 인천은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인천이 싱가포르 모델을 무작정 추종한다면 싱가포르를 추월하기 만만치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후발주자인 인천이 싱가포르를 따라잡기 위해선 차별화된 도시개발 시스템과 모델, 개발 전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편리한 대중교통… 막힘없는 도로체계 완성
▲교통체증 없는 싱가포르
싱가포르에는 일방통행길(One Way)이 많다. 때문에 가까운 곳을 돌아가는 경우는 있으나 교통체증은 드물다. 싱가포르에 3일 정도 머물면서 경적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싱가포르는 도심 혼잡지역으로 들어오는 차량을 줄이기 위해 '전자식 도로요금 징수제'(ERP·Electronic Road Pricing)를 운영중이다.

혼잡시간대에 중심업무지구로 들어오는 차량에 요금을 매기는 것이다.

싱가포르의 번화가인 오차드거리의 차량 흐름은 양호한 편이었다. 신호대기를 위해 잠시 정차하는 것을 빼곤 큰 막힘이 없었다.

도로 주변에 불법 주·정차 차량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싱가포르의 모든 교차로에는 사각형 안에 'X'표시를 한 주·정차 금지표시가 돼있다.

교통체증이 없는 이유 중 하나는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버스 배차시간은 짧고 잘 지켜지는 편이었다. 싱가포르에는 3개 노선의 MRT(Metro Rail Transit)와 3개 노선의 LRT(Light Rail Transit)로 지하철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쉽게 설명하면 지하철을 타고 동서남북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거리에서 택시를 잡기도 쉽다.

자연과 어울리는 문화의식 '클린시티' 밑거름
▲쾌적하고 풍요로운 나라
싱가포르를 흔히 '가든시티'(Garden City)나 '클린시티'(Clean City)라고 부른다. 정말 거리에서 쓰레기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싱가포르는 거리에서는 담배를 못 피운다는 얘기가 있다. 사실이 아니다. 거리에서 담배를 피워도 상관 없지만 대부분이 담배꽁초를 바닥에 절대 버리지 않는다. 거리 곳곳에 쓰레기통이 있다. 거리가 깨끗한 것은 쓰레기를 버리다가 적발될 경우 벌금을 내야하는 이유도 있지만 선진화된 국민 문화·의식 때문인 것 같았다. 싱가포르는 버스·택시를 기다릴 때 반드시 줄을 선다. 심지어는 화장실 문을 두드리는 경우도 적다. 급하지 않으면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는 문화가 생활화된 것이다.

싱가포르는 지난 1971년 '공원 및 수목법'(Parks & Trees Act)을 만들었다. 국립공원청장의 허가 없이는 둘레 1m 이상의 수목을 자를 수 없다. 또 국립공원청장은 토지의 점유자에 대해서 수목·식물의 식재와 유지관리, 잔디 손질을 경고할 수 있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우리나라 돈으로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싱가포르는 1960년대부터 나무심기 캠페인을 벌여 현재 40개에 달하는 국립공원을 갖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금도 녹화·수변정책은 지속되고 있다.


중국문화 유지되는 차이나타운 '또다른 관광명소'
▲ 싱가포르의 차이나타운.
▲나라 안에 중국이 있다
싱가포르 주요 관광지 중 하나는 차이나타운. 인천에 있는 차이나타운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도로가에 위치한 상점은 서울의 인사동 거리와 분위기가 흡사하다. 골목에 조성된 상점가는 재래시장 같은 느낌이었다. 인천과 다른 점은 MRT역이 곧바로 이어져 쇼핑하는데 불편이 없었다. 또 쇼핑객 중 대부분이 서양인이었다. 중국을 직접 가지않아도 싱가포르에서 중국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싱가포르 국민의 80% 가량은 중국인. 물론 여기에는 중국인과 말레이시아인이 결혼해서 낳은 싱가포르인도 포함된다. 중국 문화의 영향을 받아 왔고 그 문화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싱가포르는 또하나의 중국이라 자부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나라였다.

인천의 차이나타운을 국제적인 명소로 키우려면 페루와 같은 외형의 복원이 아니라 한국내 중국인들의 삶을 원형 그대로 유지시켜주는 문화적 접근이 우선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해변·공원·골프장 어우러진 해양수족관 '인기'
▲ 센토사섬 언더워터월드
▲관광명소로 자리잡은 언더워터월드(해양수족관)
센토사섬에 위치한 언더워터월드에 가면 250여종 2천500여마리의 해양생물을 볼 수 있다.

언더워터월드를 찾았을 때 중국인·말레이시아인·인도네시아인·유럽인 등 여러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로 붐볐다.

길이 83m의 아치형 해저터널에는 레일이 설치돼 있어 편리하게 해양생물을 관찰할 수 있었다.

테마별로 꾸며놓은 수족관에서는 카메라 플래시가 쉴새없이 터졌다.

언더워터월드가 관광명소로 자리잡은 이유는 볼거리가 많은 센토사섬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센토사섬. 리조트·해변·공원·산책로·스파·골프장 등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다.

반면에 인천시가 국내 최대 규모로 추진하던 '인천 아콰리움' 사업은 백지화됐다. 시행자측이 지난 4월 착공 이후 아직까지 운영자도 정하지 못하고, 금융권의 사업비 대출 약속도 받아내지 못했기 때문. 향후 몇 년 후에 아콰리움이 들어선다고 해도 국제는 물론 국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외국인 불편없는 환경… 여행자 발길 끌어
▲국제행사·대회가 모인다
싱가포르는 국제행사·대회를 치르기에 좋은 환경을 갖고 있다. 싱가포르가 전시와 국제회의로 유명한 것은 창이국제공항, 선텍시티 컨벤션센터, 싱가포르엑스포(EXPO) 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비유하자면 인천국제공항, 코엑스몰, 제주국제컨벤션센터가 한 곳에 있는 셈이다.

싱가포르엑스포는 MRT역과 연결돼 창이국제공항에서 5분 정도 걸린다. 5개의 건물이 마치 사람의 손 모양을 하고 있는 선텍시티는 컨벤션센터와 전시장을 비롯 호텔·쇼핑몰 등을 갖추고 있었다.

어디에서든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점도 외국인들을 유인하는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 중국인과 말레이시아인이 많아 발음이나 억양이 부정확한 경우도 있지만 의사소통에는 전혀 불편이 없었다. 또한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적대감도 없어 보였다. 영어만 가능하다면 외국인 혼자서도 얼마든지 여행·생활할 수 있는 곳이 싱가포르였다.

동서양 융합된 화려한 건물 '찍는대로 예술작품'
▲화려한 도시 싱가포르
싱가포르 건축물의 특징은 다양한 컬러, 입체감, 차별화된 디자인 등이다. 싱가포르에서 똑같은 모양의 건축물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네잎클로버형의 아파트, 정자 모양의 8각 고층 빌딩, 'H'형 업무시설, 장미꽃·코끼리 등을 형상화한 건축물 등 다채롭다. 특히 중국과 영국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아 동서양의 건축 양식을 절묘하게 융합한 건물도 눈에 띄었다.

인천처럼 천편일률적인 성냥갑 모양의 아파트는 없었고, 건축물 자체가 관광상품이자 조형예술품이었다.

싱가포르는 거리마다 테마가 있다. 야간 조명이 건축물과 주변 가로수·공원을 환하게 밝히고 있어 싱가포르의 밤거리는 신비롭다.

=싱가포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