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백시종 그림 박성현
인도차이나의 석양 ⑫
"두 장이면…. 2억 말씀입니까?"
"20억!"
"네?"
"기왕 버린 거, 벌린 입 주둥이가 찢어지게 팍 찔러!"
"하지만, 회장님…. 이번 대통령은 전번하고 달라서 그것이 통할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역으로 치고 나오면…."
"야, 임마! 장사 일이년 했어! 지금까지 내 돈 앞에서 기지개 켜는 놈 한 놈 못 봤어. 군부 대통령이나 민주 대통령이나, 엎어치나 메치나 그 놈이 그 놈이야. 내가 하라는 대로 해!"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렇지만, 경제수석이 꼭 회장님과 직접 통화를 하겠다고 안달인데… 언제쯤 통화가 가능하다고 전할까요?"
"빌어먹을! 내가 해외 나온 줄 알잖아! 경제수석 말이야!"
"물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비서실로 전화를 주신 겁니다."
"알았어! 지금 샤워 중이니까… 반 시간쯤 뒤에 통화할 수 있게 해 줘."
"그렇게 하겠습니다. 회장님… 한데…."
"한데, 또 뭐야?"
"또 한 가지 보고 말씀 올릴 게 있는데요, 다름이 아니고 홍 여사님 따님 말입니다."
"은경이가 왜?"
"서울 시경 형사들하고… 원조교제했던 남자들을 여관으로 유인해서 말입니다. 일망타진했다는 겁니다."
"너 지금 뭐라구 그랬어?"
"말씀 드린 그대롭니다, 회장님."
최대한의 예우를 다해 말하는데, 김상도는 이미 제정신을 잃은 터다. 대번에 욕설이 튀어나온다.
"이 새끼가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거야, 뭐야! 원조교제가 어떻고, 여관 유인이 어떻다고!"
"은경 양이 원조교제 20명 남자하고 관계를 맺었다는 겁니다. 그중에 우리 회사 고문 변호사도 들어 있고, 영림 대학교수도 있고, …그리고 원수창 비서도 들어 있습니다."
"뭐라구?"
"경찰이 기자회견을 앞두고 확인 절차를 밟고 있는데, 저희들 힘으로는 불가항력입니다. 원조교제는 청소년 범죄 퇴치 차원에서 국무총리실이 관장하고 있는데, 국무총리 얘기로는 회장님과 통화를 한 다음에 결정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나보고 총리한테도 전화를 걸어달라 그 얘기야?"
"아닙니다. 총리께서 회장님께 전화를 드릴 겁니다. 아무 내용도 모르시고 전화를 받으시면 황당해 하실 것 같아서… 이렇게…."
"알았어!"
"그런데…."
"그런데 또 뭐야?"
"원수창 비서하고 영림 대학 교수하고, 어떻게 처리할까요? 일단 직위 해제 파면이라도 시켜 놔야 저희 그룹 이름이 빠질 것 같습니다만…."
"원수창을 파면시키라구?"
"그렇습니다. 회장님."
김상도 회장이 잠시 멈칫하다가 작심한 듯 큰 소리로 말한다.
"파면 시켜! 잘라 버리라구!"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리고 말이야… 영림전자 사장 서승돈 말이야. 그 작자도 잘라 버려! 알겠어? 지금 당장 발표하라구, 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