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룡 감독이 올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연수를 떠남에 따라 인천 유나이티드의 임시 사령탑을 맡은 박이천(60) 감독대행은 지난 3일 인터뷰에서 "목표는 일단 6강으로 잡았지만 내용에 더 충실하고 싶다"며 "재미있는 축구로 관중을 경기장에 오게 하겠다"고 올시즌 포부를 밝혔다. 박 감독대행은 이어 "시즌을 앞두고 가능성 있는 신인 11명을 영입했다"며 "젊은 선수를 키우는 동시에 성적을 내는 팀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내 K-리그는 유럽의 리그들처럼 생활 속으로 파고든 리그가 아니다.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내지 않고서는 관중을 불러모을 수 있는 흡인력이 별로 없다. 즉 축구 인프라가 부족한 국내 여건상, 축구를 맘껏 즐기고 싶어도 장소가 부족한 국내에선 직접적인 참여를 통한 축구의 매력을 느끼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로 인해 진정한 축구팬을 만드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는 축구의 매력에 빠져 축구 자체를 즐기려 경기장을 찾기보다는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잘하기 때문에 경기장을 찾는 요소로 작용한다.
실례는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창단 2년째였던 2005년, 스타 플레이어 한 명 없던 인천은 감독 대행의 꼬리표를 뗀 장외룡 감독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전후기 통합 우승에 이어 플레이오프에서 부산을 꺾고 챔피언 결정전에 올랐다. 비록 울산에 우승컵을 내줬지만, 그 해 인천은 K-리그 관중 동원 1위(총관중 31만6591명, 평균관중 2만4353명)에 당당히 오른다.
하지만 2006년 시즌 팀 성적 하락과 함께 상황은 변한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 시작된다. 수원에게 1-0으로 덜미를 잡힌 인천은 이후 4경기에서 한골도 얻지 못했다. 다음 경기 포항전에서 2골을 넣으며 무승부를 기록, 골 가뭄이 해갈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게 했지만 팀 전력의 불균형은 이후에도 계속되며 전기리그 13경기에서 2승 8무 3패 승점 14로 14개팀 중 10위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어진 컵대회. 인천은 성남과 제주에 2연속 0패를 당하며 지난 시즌 연속 무승 기록을 13경기로 늘렸다. 그 다음 울산전에서 젊은 선수들의 반짝 활약으로 3-1로 통쾌하게 승리를 거두며,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것 같았으나 이후 4무6패를 거두며 컵대회에서 최하위를 마크했다.
인천은 후반기 대약진을 통해 지난 시즌의 끈끈한 모습을 재현하며 9월 말 선두 수원에 승점 2점차까지 다가갔지만 2006년 경기당 평균 관중 수 1만명을 넘기는 데에는 실패했다. 국내 대부분의 프로 스포츠의 경우 모기업의 금전적 지원을 받고 있다. 그로 인해 종목과 상관없이 프로 구단의 운영은 팬보다는 모기업의 만족을 앞세우는 것이 관행처럼 자리잡았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진정한 프로 구단으로 자리매김한데는 재정을 책임지는 모기업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다.
금전적으로 어려움은 있지만 K-리그에서 가장 훌륭한 서포터스와 팬들을 확보한 것은 온전히 구단의 능력으로 버텨야 하는 토양 때문이다. 부실한 재정이 홀로서기를 북돋운 셈이다.
인천은 박이천 감독대행이 밝힌 '재미있는 축구로 관중을 경기장에 오게 하겠다'는 올시즌 포부를 지키려 한다. 선수들은 TV보다 경기장에서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경기가 축구임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찬바람을 땀으로 데우고 있다.
구단과 관중(인천시민)의 중개자 역할을 하는 인천시의 각오도 남다르다. 시청 관계자는 "인천의 홈경기가 열리는 날인 '홈매치 데이'에 시 곳곳에 배너기를 달고 플래카드를 거는 등의 홍보 활동을 통해 지역 시민이 운동장을 찾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나아가 생활체육, 엘리트 체육, 프로구단이 긴밀하게 연계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공청회 등을 통해 시민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이상과 같은 요소가 구체적으로 결합될 때 성적 부진으로 멀어져갔던 팬들도 다시 경기장을 찾게 될 것이다.
인천은 지난 3일부터 올시즌을 대비한 본격적인 체력 훈련에 들어갔다. 이어서 오는 16일부터 4주 일정으로 괌에서 감바 오사카 등 J-리그 팀들과 동반 훈련을 통해 실전 감각을 익히게 된다. 약 2개월 후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을 누빌 선수들의 모습과 팬들의 함성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