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식이는 마치 야구를 위해 태어난 아이 같았어…."

   동산야구 1기 멤버로 박현식과 함께 운동했으며, 1960년대 전 인천시청야구팀 감독 역임 후 1967년부터 15년간 경기야구협회 전무를 지낸 하명호 전 감독은 학창 시절 친구 박현식을 이처럼 회상했다.

   하 감독은 "건장한 체구를 소유한 현식이었지만 걸음도 빨랐고 투수, 타격, 수비 공수주 3박자를 완벽히 갖췄다"며 "그는 우리가 하지 못하는 걸 하는 친구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장한 체구의 박현식이 처음부터 달리기를 잘 했던 건 아니었다. 박현식은 당시 동산중에서 수학을 가르쳤던 김완희 선생과 이달성 선생이 자취하고 있던 방에서 밥과 청소를 도맡아 하는 조건으로 더부살이를 하게 되는데, 그 때 김완희 선생의 지도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하 감독은 "김 선생님이 현식이에게 매일 저녁 달리기를 시켰다"며 "현식이가 타고난 면도 있었지만, 후천적으로 열심히 운동해 달리기 능력을 향상시켰고, 이를 통해 대형 야구선수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배트를 못질해 쓰고, 미군 부대에서 야구공을 훔치는가 하면 미군이 신던 커다란 스파이크를 줄여서 신던 시절이었지만, 당시 인천 야구의 열기는 대단했고, 그 중심에 우리가 있었다는 하 감독은 인터뷰 말미 "김선웅, 박현덕 감독님이 인천 야구 1세대를 이끄셨다면, 현식이를 비롯한 우리들이 인천 야구 중흥을 위해 노력했던 시절이었다"면서 "선배들이 어려움 속에서 어떻게 인천 야구를 지켜왔는지 어린 야구선수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김영준기자·ky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