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가 달라지고 있다. 흔히 '아파트'하면 이웃 얼굴도 모르는 삭막한 공간을 떠올리지만 이젠 주민들간 공동체 의식으로 서로 화합하고 마음을 열어 더욱 살기좋은 곳으로 함께 만들어나가려는 아낌없는 노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나 주민들이 직접 나서 전기나 가스 등 에너지 절약 실천을 위한 갖가지 방안을 마련, 손수 실천하고 나선 더욱 유쾌한 동네가 있어 찾아가봤다.
남양주시 도농동 부영아파트 1단지 주민들은 요즘 부자가 된듯한 착각마저 든다고 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모두 1천86세대에 4천여명의 입주자들은 큰 돈은 아니지만 그동안 마치 스펀지에 물 스며들 듯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빠져나가던 전기요금이며 가스요금으로 맘이 불편했단다. 물론 자기 집안에서 사용한 만큼이야 당연히 요금을 치러야겠지만 건물내 계단이며 현관문, 주차장에 있는 공공시설의 전기사용료에 대해 똑같은 값을 부담하기에는 '내가 손해보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는 것.
이에 주민들은 각 동의 대표자를 중심으로 한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해 불필요한 가스나 전기 등의 소비를 줄이고 그 대신 주민들을 위한 곳에 사용하자는데 뜻을 모았다.
주민들은 가장 먼저 지난 2003년 계단과 복도에 항시 켜져 있던 전등을 끄고 동작감지기가 달린 센서등으로 교체했다.
이어 지하주차장의 24시간 상시 전등 대신 점·소등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램프로 바꾸고 전력을 많이 소모하는 나트륨 전구 대신 삼파장 전구로 교체했다. 단순히 전구 하나 갈아끼운 것이 뭐 그리 대수냐 하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을 법 하지만 수천가구가 함께 사는 아파트라는 특성을 생각해보면 주민들의 뜻을 하나로 모았다는 것이 대단한 일이다.
이렇게 하나하나 바꿔나가기 시작한 지 4년여. 실제 지난 한 해 동안 절감된 전기 사용요금이 무려 4천여만원에 달한다.
이 소식이 입소문을 타고 여러 지역으로 번지면서 서울 강동구와 수원시 영통구 등 대단위 아파트의 동 대표와 입주자 대표들이 견학을 온다.
입주자대표회의 김동극(60) 회장은 "전구하나 갈아끼우는 것은 절대 거창한 일은 아니다"며 "하지만 주민들이 함께 뜻을 모아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고 있다는 것은 자랑할 만한 일"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남양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