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하이닉스반도체 이천공장 증설을 불허한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먹는 상수원 지역에 특정수질 유해물질인 '구리(Cu)' 배출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먹는물을 보전하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환경공학 교수들은 "과학적 근거없는 규제"라며 선진국들의 예를 들어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먹는 물을 보전한다는 측면에서 구리를 특정수질 유해물질로 구분하고 있다. 그러나 구리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된 상태다. 미국, 독일, 일본 등도 구리를 특정수질 유해물질로 구분한다. 하지만 구리를 특정수질 유해물질로 분류하는 이유는 물고기 등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서다"고 말한다.
구리의 인체 무해성은 이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조영상 박사의 연구결과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러면 선진국들도 우리처럼 상수원 지역에서 구리가 포함된 공정의 입지를 원천적으로 불허하고 있는가? 정답은 '노(NO)'다.
우리의 경우 수질환경보전법 제33조 제6항 및 동법 시행령 제9조에는 특별대책지역, 상수원 보호구역, 취수시설 상류 유하거리 15㎞ 이내 집수구역에서는 특정수질 유해물질(구리를 포함)을 배출하는 배출시설 설치허가를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팔당·대청호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 지정 및 특별종합대책'(환경부 고시)에서는 배출기준에 관계없이 미량의 구리가 배출되더라도 특별대책지역내 입지를 불허하고 있다.
반면 미국, 독일, 일본 등은 상수원 수계 인접 지역에서 구리의 배출이 우려되는 산업체 입지를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사례는 없다. 제한은 하되 일정 정도의 기준을 적용하고, 기준에 적합한 수질보전계획 등의 수립을 강요한다.
미국의 경우 기본적으로 상수원 보호구역내에서 특정토지이용을 허용 또는 금지시키고 있고, 금지의 경우도 토지이용의 조건부 및 특별허가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그 잣대가 되는 것이 수질환경기준은 수생생물보전 만성기준일 경우 0.009PPM, 수생생물보전 급성기준일 경우 0.013PPM 이하로 규제하고 있다. 또 배출허용은 업종별로 달리 적용하고 있고, 먹는 물은 1.3PPM 이하다.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그 기준을 지자체 조례로 적용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상수원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2~10배 이상 기준이 강화돼 있지 원천적으로 불허하지는 않는다. 일본의 수질환경기준상 구리기준은 0.04PPM이지만 보통 사업장의 배출허용기준은 이보다 10배 정도가 강화돼 적용되는 게 일반적이다.
독일은 미국, 일본보다 포괄적으로 규제하고 있지만 그 강도는 만만치 않다. 독일은 수계에 유해한 물질을 취급하는 배출시설은 그 물질에 의해 수계가 오염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취급업체는 가능한 최선의 수질보전대책을 수립해야 허가를 받을 수 있다.
김종찬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장은 "선진국들이 구리를 특정수질 유해물질로 두고, 가이드라인을 정해 규제하는 것은 먹는물 때문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먹는물에 대한 구리검출 기준은 1.0PPM이지만 미국은 1.3PPM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면 왜 규제하는가? 그 것은 구리가 인체보다는 생태계내 물고기 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생태계 보호차원에서 규제하는 것이다. 우리도 원천적으로 불허할 것이 아니라 합리적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