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지사는 취임 초는 물론 인수위 시절부터 도내 31개 시·군의 다양한 인사들을 만나면서 대수도론, 수도권규제철폐, 경안천 준설, 명품 신도시 건설, 뉴타운 사업지구, 제2외곽순환도로 및 제2 경부고속도로 건설 등 '메가톤급' 공약을 쏟아냈다.
김 지사는 이 와중에 전임 손학규 지사가 추진했던 도립환경교육센터 건립 등을 백지화시켰고 세종대왕 박물관, 도 경제산하기관 주요업무, 영어마을 등 도의 핵심적 사업에 대해서도 '운영의 효율성' 등을 내세우며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반면 오세훈 시장은 취임초부터 너무나 조용했다. 오히려 오 시장은 이렇다 할 공약 발표도 없이 뉴타운 사업, 노들섬 오페라 하우스 건립, 용산 미군기지 공원화 등 전임 이명박 시장의 사업을 계승 및 변용하거나 정부와 날을 세우는데 시정(市政)의 대부분을 채웠다. 시민단체들과 언론들로부터 "브랜드도 없고 콘텐츠도 없다"는 따가운 질책이 이어졌지만 오 시장은 "100일만 지켜봐 달라"며 정중동(靜中動)의 행보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새해에 접어들면서 가시적 성과는 오히려 서울시에서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김 지사의 대수도론 및 수도권 규제 철폐 정책은 정부의 반대와 비수도권의 반발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오는 7월 착공을 약속했던 제2 외곽순환도로 건설은 인천 시민들의 반대로 벌써부터 난항을 겪고 있고, 4개의 명품 신도시 건설은 2개로 축소됐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뉴타운 지구로 10개 지역을 발표했지만, 한달여만에 부천 소사지구 일부를 뉴타운 촉진예정지구로 추가시켜 '졸속행정'이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더구나 추가지역은 경인철도와 국도 사이에 위치해 있어 재개발이 어려운데도 민원에 밀려 뉴타운 지구로 지정한 것이 아니냐는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김 지사가 후보시절부터 뉴타운 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면 이들 지역을 보다 일찍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부동산 관계자는 "도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한 것은 뉴타운 지구발표 불과 5일전이었다. 이 때는 이미 대상지역들의 부동산 값이 오를대로 오른 뒤라서 도의 뉴타운 사업이 부동산 투기 열풍에 기름을 붓는 격이 돼버렸다"고 질타했다.
물론 오세훈 시장 역시 '뉴타운 50개 추가 건설'이라는 공격적인 주택정책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지난달 17일 "기존 뉴타운 사업이 미진한 상태고 새로운 뉴타운 지구의 일괄지정은 부동산 투기만 조성한다"는 이유로 뉴타운 계획 발표를 연기시켰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끝나버렸지만 무턱대고 주택공급을 늘리기보다는 투기를 잡아 실질적인 혜택이 중산층과 서민에게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오 시장은 공공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를 약속했고, 매년 1천500세대의 다세대·다가구 임대주택을 확보하기 위한 예산을 확보했다.
물론 경기도에도 오는 3월에 1천900여세대의 다세대·다가구 임대주택이 공급될 예정이지만, 이는 도가 아닌 주택공사의 예산으로 확보된 것이다.
두 지자체가 똑같이 공약으로 내건 자립형 사립고등학교(자사고) 건립 문제도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은평과 길음 뉴타운 지구 내에 1천375억원을 투입, 자사고 건립 부지 매입에 나섰고, 지난해 8월에는 (주)대교를 자사고 우선협상사업대상자로 선정했다. 반면 경기도는 과학영재학교가 급하다고 판단, 자사고 사업은 아직 준비조차 못하고 있다.
문화 분야에 있어서도 두 광역자치단체장의 행보는 갈리고 있다.
오 시장은 '문화 서울'을 앞세우며 연일 신규 문화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반면, 김 지사는 '효율성'을 이유로 사업성이 떨어지는 문화사업을 대폭 축소 내지 폐지해 내실화를 중시하는 입장인 것이다.
그나마 도가 서울시, 수원시, 문화재청과 공동 개최해 국가적 대축제로 치르겠다고 공언했던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 사업은 서울시가 재원조달이 어렵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돌아서는 바람에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익명의 도 관계자는 "취임 1년도 되지 않아서 누가 더 낫다는 평가는 내릴 수도 없고, 또 도가 서울시보다는 잘 하는 부분이 더 많다고 생각하지만 김 지사가 너무 성급하게 행정을 하려 한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