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강남으로 불리는 송도국제도시 입주민의 '물갈이'(?)가 빠른 속도로 진행될 전망이다.

곧 본격적인 봄 이사철(2월 중순~3월 초)이 시작된다. 이사철이 되면 전세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전셋값이 다소 오를 수밖에 없다. 송도국제도시도 마찬가지다.

올해에는 정부의 1·11 부동산대책 약발 등으로 전셋값도 덩달아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송도국제도시는 이번 봄 이사철을 시작으로 전셋값이 급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송도국제도시에 새 둥지를 트는 사람도 있겠고, 이 곳에서 내쫓김을 당하는 세입자들도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송도국제도시 첫 번째 입주단지인 '풍림아이원' 아파트는 2005년 3월 31일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당시 이 아파트 전셋값은 30평형대 기준으로 평균 7천만~8천만원 선. 물론 위치가 좋은 로열층은 1억원 정도 줘야 들어갈 수 있었다.

당시 송도국제도시는 아파트단지만 달랑 있는 상황. 마치 '무인도' 같았다. 주변에 공사장이 많아 공사자재를 나르는 덤프트럭이 뿌옇게 먼지를 일으키며 도로를 질주했다. 아파트 주변 도로변에는 하수관·모래 등 각종 건축자재가 쌓여 있었고, 인도에는 가로등조차 설치돼 있지 않았다. 불편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아파트단지 내 상가에 부동산중개업소와 슈퍼마켓 정도만 입점해 있을 뿐 편의시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시내버스 노선도 적어 인천도심으로 나가는 일도 쉽지 않았다. 교통이 불편하다 보니 야간에 대리운전을 이용해도 웃돈을 줘야 할 정도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상당수 집주인은 기반시설이 어느 정도 갖춰질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입주시기를 몇 년 뒤로 미루고 아파트를 전세로 내놓았다. 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아파트 전세금이 분양가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는 금액으로 저평가된 것이다.

전세계약은 보통 2년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제 한 달 보름 정도 지나면 만료된다. 일반적으로 집주인은 전세계약 만료 1~6개월 전에 전세계약 연장 여부를 세입자와 협의한다. 협의 내용은 간단하다.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하거나 세입자가 먼저 집을 비우겠다고 통보하는 것이다.

지금 송도국제도시의 전셋값은 입주 초기와 크게 달라졌다. 2년 사이에 두 배 이상 뛴 것이다. 30평형대 아파트에 들어가기 위해선 1억7천만~1억8천만원 정도는 집주인에게 줘야 한다. 평형별 평균 전셋값은 ▲ 43평형 2억3천만원 ▲ 49평형 2억5천만원 ▲ 50평형 이상 2억7천만원 이상 등이다. 64평형 등 대형 평형대는 전세물량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전셋값이 이 만큼 올랐다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송도국제도시가 입주 초기보다 살기 좋아졌다는 긍정적인 측면과 세입자들이 오른 전셋값을 구하지 못해 난감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송도국제도시는 2년 전과 많이 달라졌다. 주변 근린상가에 학원과 음식점이 많이 입점하는 등 편의시설이 하나 둘씩 들어서기 시작했고 국제학술연구단지 조성계획, 바이오메디컬허브계획, 인천대교 착공, 인천대 송도캠퍼스 착공 등 개발호재가 펑펑 터졌다.

신한은행 송도신도시지점 관계자는 "(돈도 없이) 무턱대고 분양받은 사람들이 1년 전부터 빠져나가기 시작했다"며 "(대출현황을 보면) 이들이 나간 자리에 연봉 7천만원, 의사 등 고소득자가 들어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적 여건이 그리 좋지 않은 세입자들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전셋값 때문에 주름살이 늘었다. 송도국제도시에서 생활하기 위해 기존 아파트를 팔고 온 세입자는 한마디로 '속이 뒤집어진다'고 한다.

인천시 홈페이지 '시정에 바란다' 코너에는 세입자의 딱한 사정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다.

"하루하루 사는 게 너무 두렵습니다. 이제 9월이면 2년 전세 계약이 끝나는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이 동네 전셋값은 부르는 게 값이 되어버렸습니다. 지난해 말 시화에서 팔고온 아파트가 1억원이 올랐다고 하더군요. 이젠 우울증 초기 증상까지 보이는 거 같습니다. 저와 같은 처지의 엄마들은 만나면 전세금 때문에 어떡하냐고 걱정이 태산입니다."

현지 A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학군 때문에 이 곳에 전세를 얻은 사람도 있지만 전세금이 싸 들어온 세입자도 적지 않다"며 "이들은 은행에서 전세자금을 대출 받거나 이사갈 곳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송도지점 관계자는 "오른 전세금 때문에 얼마까지 대출받을 수 있냐고 문의하는 고객이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송도국제도시의 이런 '물갈이' 현상이 인천의 미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우려한다. 향후 인천에서 벌어질 재건축·재개발·주거환경개선사업은 120여 개 정도. 이들 사업 대부분이 생활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구도심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서민은 은행빚을 내거나 다른 지역으로 보금자리를 옮겨야 한다. 이들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될 경우에는 '전세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 입주 2년째를 앞두고 있는 송도국제도시 아파트 이번 봄 이사철을 시작으로 대대적인 입주민의 '물갈이'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