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천인애봉사회와 나래별봉사회원들이 자매결연을 맺은 혜림원 아이들과 함께 집으로 출발하기전 활짝 웃고 있다.
지난 10일 정신지체장애아동과 청소년들이 머물고 있는 부천시 소사구 혜림원.

여느 때와 다름없는 토요일 아침이었지만 남일이(18·정신지체 1급)에겐 특별한 날이다. 바로 '엄마'가 오시는 날이기 때문이다.

남일이가 '엄마' 안순희(52)씨를 만난 건 지금으로부터 7년전. 매월 둘째주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안씨의 집에서 새로운 '가족'들과 함께 꿈같은 하루를 보내고 돌아온다. 남일이는 안씨 가족과 먹고 자는 것은 물론이고 시장에 가서 장도 보고 나들이도 함께 간다. 이틀 동안은 평범한 가족으로 일상을 지내는 것이다.

남일이를 비롯해 혜림원 아이들은 7년 전부터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인애봉사회'와 '나래별봉사회' 회원들과 남다른 인연을 맺고 있다.

두 봉사회 회원 10명은 아이들 가운데 한명씩 자매결연을 갖고 한달에 한번 자신의 집에 데리고 가서 가족들과 함께 생활한다. 평범해 보이지만 쉽게 줄 수 없는 사랑을 통한 재활치료인 셈이다. 보통 한번 자매결연을 하면 4~5년 동안 인연이 이어진다. 이렇게 봉사회와 인연을 맺어 거쳐간 아이들이 벌써 8명에 이른다.

어느 정도 재활치료가 이뤄진 아이들은 그룹홈(5~6명이 가정을 꾸려 직장을 갖거나 특수학교에 진학)을 통해 독립하게 된다. 물론 사회복지사가 이들을 지속적으로 옆에서 도와준다.

김사라(27·여·정신지체 1급)씨의 '엄마' 문정숙(48)씨는 "처음에는 사회적으로 여가시간도 있고, 자녀도 성장해 봉사활동에 참가하게 됐는데 막상 아이를 맡으니 정말 자식하나 더 기르는 것 같다"며 "요즘에는 오히려 남편이 아이가 집으로 빨리오기를 기다릴 정도로 이제는 가족 모두가 한마음이 됐다"고 말했다.

지금은 엄마와 자식처럼 지내는 이들이지만 중간에 놓인 장애라는 벽은 꽤 높았다. 아이들은 장애라는 이유로 부모와 사회로부터 두번 '버림'받은 상처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그래서 처음 '엄마'와 새 가족을 만났을 때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한다. 몇번씩 만나는 과정에서 믿음이 생겨야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심은하(9·발달장애 2급)양의 '엄마' 조우옥(45)씨. "처음에는 얼마나 낯을 가렸는지 몰라요. 처음 아이와 '엄마'가 만났을 때는 잘 따르는 것 같다가도 헤어질 때면 오히려 아이가 딱 정을 끊더라고요. 애써 얼굴도 안 쳐다보고…." 하지만 조씨의 사랑이 계속되자 은하도 곧 마음을 열었다. "어느 정도 계속 만나게 되니까 '날 데리러 와 주는구나'하는 믿음이 생겼나봐요. 잘 따르기 시작했어요."

아이들은 주말에 여느 가정의 아이들과 다름없이 가족들과 이야기꽃을 피우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며 사랑을 확인했다. 화장실도 스스로 못 가고 의사소통조차 어려웠던 상태였지만 지속적으로 가족들과 만나면서 상당히 호전됐다는 것이 시설측의 설명이다.

거창한 기부나 지원보다 살을 맞대며 정을 나누는 봉사가 결실을 보고 있는 것이다.

=부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