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승려들이 한양을 떠나 금강산을 향하는 구도의 길을 택했다. 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찰이 소요산 자재암·의정부 망월사·연천 심원사 등이다.
   금강산 가는 길은 깨달음을 찾는 길이다.

   금강산은 북산이다. 남악(南岳)·북산(北山)은 우리나라 불교 성지의 쌍벽을 이룬다. 바로 지리산과 금강산이다. 특히 금강산은 우리나라 불교의 상징이었고, 금강산에 들어간다는 것은 곧 승려가 된다는 말이었다.

   하여 금강산 가는 길에서 숱한 승려들과 그들이 거쳐 간 사찰을 만날 수 있다. 소요산 자재암, 의정부 망월사, 철원 심원사, 철원 도피안사, 금강산 유점사를 찾아가는 것이다. 이 길은 500년 전 매월당 김시습이 간 길이기도 하다.

   서울 도성을 떠나 금강산으로 깨달음을 찾아 가는 길에는 의정부 어간 도봉의 아름다움에 취해 망월사로 올랐다. 그렇게 북동쪽으로 가는 길에 소요산 자재암에 들러 자재한다고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었을 터.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에 위치했던 보개산 심원사에서 숨고르기를 하고 난 뒤 철원 도피안사 철불을 배관하고 철원평야를 에돌아 금강산으로 찾아가는 길은 승려들의 삼방로의 활용방법이었다.

   보개산 심원사는 우리나라 지장신앙의 메카인 석대암을 말사로 거느리고 있는 유서 깊은 사찰이었다. 심원사를 둘러보고 쓴 김시습의 시를 통해 옛 영화를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1907년 의병전쟁이 전국적으로 불타오를 때 일본군은 의병의 근거지로 활용된다는 지극히 자의적이고 침략적인 이유로 심원사를 불태웠다. 그리고 복구되었다가 한국전쟁 때 또 다시 소진된 심원사는 한국근대사의 아픔을 온전히 보여주고 있다. 바로 길목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상 철원 보개산 심원사로 통칭되었으나 지금은 연천 보개산 심원사가 되어 있다. 지금 중창불사가 한창이다.

   우리는 지금 금강산을 가고 있다.

   처음 동해 뱃길로 갔다가 지금은 고성 해금강의 육로로 가고 있다. 그럼에도 외금강의 언저리와 해금강의 일부를 보고 올 따름이다. 금강의 진면목을 보지 못하니 설악과의 차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더욱이 거기에는 사람이 없으니 허기진 영혼만을 가지고 올 뿐이다.

   내금강을 봐야 제대로 된 금강산을 본 것이니 삼방로를 따라 옛 선인들이 갔던 금강산 가는 길을 온전히 가고 싶은 것은 이 시대의 소원이다.

   금강산 가는 길은 단지 산을 찾아 가는 것만이 아니다.

   서쪽의 개성공단과 더불어 동쪽의 금강산이 남북을 어렵게 연결하고 있는 현실이다.

   금강산 가는 길, 그 길은 통일로 가는 길이다.

   하여 그 길은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후세에도 여전히 아름다운 길이어야 한다.

   /한동민 수원시 화성박물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