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두개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거나 현재 진행형인 실제의 일들이다. 반면 나머지 하나는 요즘 최고의 인기를 모으고 있는 TV드라마 '하얀 거탑'이 보여주고 있는 허구다. 그러나 각각의 이야기가 갖고있는 흥미진진함은 실제나 드라마나 큰 차이가 없다. 어떤 면에선 실제 상황이 드라마보다 훨씬 더 드라마틱하다. 그만큼 하얀거탑이라는 드라마가 우리 사회의 현실을 정확히 그려내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1년여전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황우석사태와 최근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고대사태를 하얀거탑이라는 공식에 대입시켜 봤다.
1년여전 황우석사태때는 어땠을까? MBC PD수첩이 검증에 나서기 전, 정확히 말하면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이 '줄기세포가 없다'고 밝히기 직전까지 황우석 박사는 마치 '신성불가침'이나 다름없었다. 그의 성과는 정확한 검증도 거치지 않은채 기적의 성과로 칭송받았고 막대한 자본을 끌어들였다. 물론 향후 기대되는 부와 명예는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다. 그야말로 황우석이라는 이름 석자는 절대 권력이나 다름없었다.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이필상 총장의 논문 표절 의혹을 둘러싼 고대사태 또한 교집합이 있다. 세계 100대 일류 사학의 총장이라는 자리 또한 외부에서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명예스런 자리이기 때문이다.
#권력 암투와 파벌 다툼=외과과장이 갖는 의미만큼 장준혁이 그 자리에 오르는 길은 험난했다. 후배의 능력을 시기한 전임 이주완(이정길 분) 과장이 미는 노민국(차인표 분)과 경쟁하게 되자 장준혁은 병원 부원장과 의사협회장 그리고 장인과 함께 돈과 야합, 협박, 심지어 교통사고 조작까지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 연결 가능한 혈연, 지연, 학연이 모두 동원되는 것은 물론이다. 그야말로 한국에서 있을 수 있는 권력형 부패사슬을 낱낱이 보여주는듯 하다. 물론 선의의 도움은 거의 없다. 손을 잡는 대신 원장선거 지원과 제약회사·의료기기회사 선정 등을 요구하거나 연구비 지원, 대학내 주요 보직이 오간다.
줄기세포 연구도 한 연구실에서 같은 연구를 하는 연구원들이지만 어디 소속이냐에 따라서 미묘한 갈등과 시각차가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줄기세포 '기적'에는 과기부 등 정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대학, 의료기관, 경제계 등 소위 권력이 있다는 곳은 직·간접적으로 발을 담그고 있었다. 암투까지는 아니더라도 참여주체간 치열한 신경전이 있었을 것은 분명한 일이다.
논문 표절을 주장하며 사퇴를 압박하는 일부 교수들과 이를 거부하는 고대 총장의 모습은 우리 대학을 지배하고 있는 파벌의 실상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오죽하면 '하얀고탑'이라는 조어까지 나올 정도다.
권력 암투와 파벌 다툼은 반드시 희생양을 만들어낸다는 점도 비슷하다. 아직 방송되지 않았지만 하얀거탑에서 의료사고 소송에 걸린 장준혁의 반대편에 친구이자 소화기내과 교수인 최도영이 서게 된다. 그 역시 해외연수라는 대가를 손에 들고 고민했지만 진실을 밝히기로 마음먹는다. 대부분의 의사들이 도움을 거절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보면 장준혁이 말한 '동업자 의식'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것. 마치 황우석 박사의 문제점을 언론에 제보한 내부 고발자가 이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빠지지 않는 음모론=황우석 사태때 제기됐던 음모론 중 하나는 모든 시나리오가 미국의 새튼 교수를 중심으로 다국적 제약사, 생명공학 기업들이 만들었다는 주장이었다. 더 나아가서는 미국 등 서방 정부들이 직접 개입했다는 설도 제기됐다. 또 의과대학 교수들의 수의과대학 견제론, 종교계의 개입설도 끊이지 않고 떠돌
고대에서는 이필상 총장이 직접 음모론을 제기했다. 논문 표절 의혹이 커지자 이 총장은 "동료 경영대 교수들이 '사퇴하고 입원해라'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표절 의혹 '물타기'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이 총장은 교수 신임투표 결과에 따라 사퇴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회심의 승부수로 맞대응했다. 하얀거탑 음모론도 최근 인터넷상에 회자되고 있다. MBC측이 자신의 야망과 목표를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의사를 보여주면서 황우석 사태를 재조명하고 간접적인 비판을 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