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를 뉴 마케팅의 시대라 한다. 과거 대량생산, 대량소비 사회에서 생산자 중심의 마케팅이 먹혀들었다면 이제는 소비자 중심의 마케팅 시대라는 의미에서 '뉴'자가 붙은 것이다. 그러나 이 소비자들이란 변덕이 심해 도무지 만족을 얻지 못하고, 혹 만족한다 해도 금방 시들해진다. 그러기에 기업의 마케터들은 골머리를 앓는다.

소비자들은 삶의 의미의 대부분을 특별한 물건을 소유하고 과시하는 데서 찾고 있다. 물건이든 서비스든 자신을 남들과 구분하려는 끊임없는 욕구를 갖고 있는 것이다. 과거 사치품이었던 물건은 이제 필수품이 되었다. 아니 이젠 절실품(?)이 되었다. 남과 다른 나를 위한 인간의 욕구 때문이다. 이로 인해 산업은 발전하고 풍요한 물질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물건 자체가 아니라 '의미가 있는 물건'이다.

상품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바로 광고다. 골치 아픈 머리도 낫게 해주고, 연인의 사랑도 얻게 해주며, 지성도 품격도 '바로 이 상품을 사면' 얻을 수 있다고 유혹한다. 그래서 소비자는 상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사는 것이다. 광고를 사는 것이다. 곁에서 책 한번 같이 읽어 본적이 없어도 학습지만 하면 자녀가 1등할 것 같고, 차창 밖으로 쓰레기를 버려도 고급 자동차만 타면 대한민국 1%가 된다 생각한다.

물론 광고가 성공하려면 은밀한 유혹이 필요하다. 그 속내가 소비자에게 들키면 소용이 없다. 그 유혹의 달콤함에 빠져 본디 예전부터 있어 왔던 '아주 뜻 깊은 의식'으로 자리잡은 상업적 기념일을 우리는 성대하게 치르고 있다. 지난 '밸런타인 데이'가 초콜릿 업자들의 마케팅 수단이라는 것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 초콜릿 기업은 이 기념일을 '소유'하며 특별한 초콜릿을 최고가에 팔아치움에도 불구하고 이제 '사랑을 전하는 고귀한 날'일 뿐이다. 밸런타인 데이는 또 돌아 올 것이다. 그러나 진정 '사랑'이 담겨있지 않는다면 당뇨병 환자에게 초콜릿을 주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 3월에는 '화이트 데이'도 있던데….

/정 상 환(문화커뮤니케이터·남서울대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