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년간 정든 교단을 떠나지만 한국과 중국의 문화·기술·교육 교류 분야에서 교육의 세계화를 이루겠다고 밝히는 김일남 수원 권선고등학교 교장. /전두현기자·dhjeon@kyeongin.com
"비록 현직을 떠나지만 한국과 중국의 문화·기술·교육 교류분야에서 '제 2의 교단'에 서겠습니다."

오는 23일 정든 교단을 떠나는 김일남(62) 수원 권선고등학교 교장은 "지난 71년 중앙대 사범대를 졸업하고 평택종합고등학교에서 첫 교편을 잡은 이래 36년, 정든 교단을 떠나려니 발길이 안 떨어진다"고 첫 말문을 연 뒤 "하지만 '한·중 교육 문화 교류'라는 또 하나의 교단에 설 테니 많이 섭섭하지는 않다"고 했다.

퇴임식과 김 교장의 출판 기념식('第二我의 삶')이 함께 치러지는 수원 리츠호텔에서는 특히 중국 교육참사관이 특별 강사로 참석, '한국과 중국의 문화·교육 교류'에 대한 강연회도 열 계획일 정도로 중국에 대한 열정은 뜨겁다.

김 교장이 '중국'이라는 나라에 관심을 갖게된 것은 지난 80년.

'청년단' 대표로 대만(당시 자유중국)을 방문, 34개국 청년들과 함께 국제 정세와 국제 교육 교류에 대한 세미나에 참여한 뒤 부터다.

김 교장은 "당시에는 우리나라 교육이 외국에서는 명함 한 장 내밀 수 없을 정도로 푸대접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라며 "그런 현실을 보고 '교육의 세계화' 및 끊임없는 교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토록 폐쇄적인 줄만 알았던 중국(당시 중공)이 홍콩, 마카오 등과 비공식적인 교육 교류를 하고 있는 사실을 목격한 뒤로는 '이제는 한국이 중국과 문화 교류가 필요하다'고 확신했다고 한다.

이후 '한·중 경제인 협회' 등 다양한 한·중 교류 활동을 펼치면서 '내공'을 다진 결과, 지난해 3월 경기도와 교육부의 지원을 받아 중국 창춘(長春)에 '만리 자동차 중·고등 직업학교'를 세우기에 이르렀다.

교과 과정도 ▲자동차 미용(인테리어) ▲자동차 정비 ▲자동차 관리 경영 등 철저하게 실용 과목을 위주로 편성했다.

김 교장은 "'자동차'는 우리 기술과 아이템으로 교육 뿐만아니라 기술, 문화 교류 등 각종 시너지 효과를 함께 낼 수 있는 아이템"이라며 "이미 900여명의 중국 조선족들이 학교에 찾아와 한국의 기술과 문화를 배우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 거대 중국이 몰려 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습니까?"라며 짧지만 정곡을 찌르는 정문일침을 놓았다.

인터뷰가 거의 마무리 되고 있을 때쯤 재학생 5명이 "선생님을 꼭 뵙고 싶다"며 교장실을 찾았다.

학생들이 직접 손으로 포장한 듯한, 조금은 엉성하지만 정성이 듬뿍 담긴 선물을 예쁜 봉투에 담아 왔다.

김 교장은 "소중한 선물을 받았는데 그냥 돌려보낼 수야 없지"라며 책장에서 책 5권을 꺼내 첫 페이지에 친필사인과 함께 '見性(견성)'이라는 글자를 써서 학생들에게 화두로 던졌다.

김 교장은 "글자 그대로 직역을 하면 '마음이 생겨나는 곳을 보라'라는 뜻이지"라며 "하지만 그 간단한 두 글자에는 더 깊은 뜻이 담겨 있는 만큼 너희들이 스스로 깨닫도록 해라"고 했다.

김 교장은 "저렇게 예쁘고 착한 아이들을 뒤로 하고 교단을 떠나야 한다는 현실이 무척이나 마음 아프죠"라며 "하지만 퇴임 후에도 한·중 교류 및 교육 친선 활동을 이어갈 것입니다"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