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경기도 안산 고잔고등학교 교장실에서 마주한 유경근 선생의 손자 부열(61)씨는 할아버지와 관련한 몇 가지 자료를 내놓았다. 그러면서 그는 퇴직 후엔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낼 계획이라고 했다. 자신이 선생의 손자라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일제 때 일본 상인들이 발붙이지 못한 곳이 개성과 수원, 그리고 강화라고 합니다. 강화에 일본상권이 들어오지 못한 것이 할아버지의 영향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할아버지를 곁에서 보아 온 부열씨는 선생의 등에 난 혹독한 고문 흔적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했다. "할아버지 돌아가시자 상여 행렬이 10리나 됐어요. 그런데 이젠 할아버지를 기억하고, 기릴 수 있는 것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는 할아버지의 행적 중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많은 부분이 채워지길 기대하고 있다. 후세가 본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선생의 생애 연구가 받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선 가족들이 나서 선생의 뜻을 기리기로 했다.

   "할아버지가 독립유공자로 서훈된 이후 어머니가 생전에 약간의 연금을 받으셨어요. 어머니는 그 돈을 한푼도 쓰지 않고 남기셨습니다. 좋은 일에 쓰라고 말이예요."
 
   부열씨를 비롯한 형제들은 이 돈으로 장학사업 등 할아버지의 유지를 잘 받들 수 있는 일을 펼치겠다는 각오다.

<정진오기자·schil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