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간병을 위해 다니던 대학을 그만 둔 효자 송재욱(40·인천시 옹진군 영흥면)씨가 22일 학사모를 쓴다.

화성에 위치한 국립 한국농업전문학교 특용작물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송씨는 186명의 졸업예정자 가운데 최고령자. 성적도 우수(4.5만점에 4.35점)해 농촌진흥청장상을 받는다. 옹진군 영흥도에서 태어난 송씨는 태어나자마자 인천시 동구 송림동으로 이사해 인천 송도 중·고등학교를 마쳤다. 건국대 축산학과에 입학했지만 2학년 재학 중에 아버지가 위암에 걸려 91년 5월 학교를 그만뒀다. 간병을 위해서다. 93년 부친 작고 뒤 횟집과 노래방, 뷔페식당 등을 운영한 지 10여년. 공부의 시작은 어머니로부터 시작됐다.

아들이 대학을 마치지 못한 게 한이었던 어머니(61)는 2004년 초 영흥면사무소에서 한국농업전문학교 원서를 들고 왔다. 어머니로서 의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감이 컸던 탓이다. "영흥도에 살려면 농사를 짓고 사는 게 좋겠다고 하시면서 원서를 갖다 주셨죠." 떠밀리다시피 시작한 공부지만 이젠 농업전문가가 됐다. 지금은 농업 블루오션을 외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 전공선택은 순전히 이름 때문이다. 세부전공은 약특용작물(약초재배). "특용작물하면 왠지 좋아보였다" 한다. 이랬던 그가 작은 씨앗 하나에 마음이 바뀌었다. "마는 씨앗으로도, 뿌리로도 심는데 1학년 실습시간에 씨앗을 심었습니다. 씨앗이 몇 십배로 커지는 것을 보면서 재미를 느꼈어요. 농사를 지어야겠다는 마음도 그 때 먹게 됐습니다."

이제 그의 꿈은 고향인 영흥도에서 엽채류를 재배하는 것. 민박과 식당운영에 보탤 작정이다. 오는 3월 모교명이 한국농업대학으로 변경돼 한국농업전문학교 마지막 졸업생이기도 한 송씨는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기분으로 농사를 짓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