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남쪽에서 온다. 그리고 봄이 오는 곳에4는 언제나 동백이 먼저 핀다. 올해도 겨울의 끝자락에 동백꽃소식이 들려왔다. 이번엔 바다가 보이는 14번 국도를 달려 동백을 만나러 섬으로 갔다. 한려수도에 찾아온 봄소식과 함께 거제도의 가볼 만한 명소를 소개한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서 봄을 만난다. 몇 해 전 거제도에 온 적이 있다. 섬의 첫인상이 깨끗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다시 찾은 거제도. 추위를 피해 따뜻한 남쪽나라에 온 것처럼 마음이 푸근하다. 드라이브 음악에 어울리는 CD와 동백꽃이 이번 여행의 동행이다. 이른 봄에 거제를 찾는 여행객이 많지 않다. 눈부시게 파란 바다 풍경에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기분이다. 사람도 첫인상이 좋으면 기억에 남는 법인데 여행지도 그렇다. 그래서 마음이 편해지는 여행지는 다시 찾아도 기분이 좋다. 거제도가 꼭 그런 곳이다.

지난해 통영까지 개통된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따라 달려온 4시간30분 정도가 그리 멀지 않게 느껴진다. 섬이라고는 하지만 거제대교를 넘어서면 고층건물이 운집한 시가지가 먼저 나타나기 때문에 섬이라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는다. 하지만 장승포를 지나면서 만나는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어느덧 푸른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입춘이 지나자 바닷바람이 따스하게 거제도를 감싼다. 오래된 팝송에 귀를 적셔도 좋고 차창을 열고 따뜻한 봄내음을 즐겨도 좋다. 봄이면 거제의 바다와 동백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거제대교를 건너 거제도에 들어서면 도로에 가로수처럼 늘어선 동백이 여행객을 반긴다. 거제도에서도 장승포에서 20㎞ 정도 떨어진 학동마을의 동백 숲(천연기념물 제233호)과 해금강의 울창한 동백 숲이 화려하다.

▲ 동백숲과 해금강.
학동 몽돌해변의 동백꽃을 먼저 만난다. 동백로를 달리다 보면 도로 옆에 차를 멈추고 동백꽃을 구경하는 여행객들이 눈에 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학동해안의 수백그루의 동백나무가 길을 따라 늘어서 있다. 3만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자생하는 거대한 숲이다. 2월 말이면 일제히 꽃을 피운다. 도로 옆 산자락에 펼쳐진 아름드리 동백 숲은 울창하다. 반짝반짝 윤이 나는 동백 잎은 햇살에 은빛으로 부서진다. 서서히 꽃망울을 피워내기 시작하는 동백이 유난히 붉다. 바람이 거센 탓에 꽃봉오리가 큰 동백꽃은 드물지만 가지를 넓게 펼친 동백나무들이 바다 쪽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 맨위부터 옥포대첩 기념공원, 학동 몽돌해수욕장, 거제어촌민속전시관, 거제대교 야경, 학동바다.
진초록 잎사귀 사이로 붉은 속살을 드러내는 동백꽃. 동백꽃은 그 붉고 선명한 색상 대비로 강렬한 인상을 준다. 눈부시게 파란 바다와 어우러지면 새색시의 연지곤지처럼 야릇한 매력이 느껴진다.

학동 동백 숲은 예로부터 유명한 동백 서식지였다. 하지만 나라에서 큰일을 당해 이곳으로 유배 온 사람들이 동백꽃을 마뜩찮게 생각해 많이 뽑아냈다고 한다. 화려하게 피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목이 잘리듯 떨어지는 꽃송이가 서글픈 느낌을 준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다시 거제도 곳곳의 동백꽃이 화사해지고 있다. 거제시에서 아름다운 숲으로 지정하고 동백나무를 꾸준히 심고 가꾼 덕이다.

해금강 입구에서 만난 동백도 인상적이다. 해금강호텔 앞의 동백 숲에 만개한 동백꽃이 많다. 여행객들도 해금강으로 내려서다 동백꽃과 동박새를 보며 화사하게 미소를 짓는다.

거제의 동백 여행은 학동 동백 숲에서 출발해 해금강을 거쳐 여차해변으로 가는 길이 편하다. 이 길은 에메랄드빛 바다를 곁에 두고 이어진다. 화사한 햇살을 받으며 드라이브를 즐기다가 바다가 보이는 언덕이 나오면 차를 멈추면 된다. 파란 바다를 바라보며 치마폭을 들썩이는 봄바람처럼 붉은 사랑을 품어본다.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는 자동차의 질주가 경쾌해 보인다.

거제도에서 바다 구경에 슬슬 질렸다면 거제 자연휴양림에 들러보는 것도 좋다. 녹음이 우거진 길을 산책하며 신선한 음이온을 마음껏 마시고, 숲 속 산장에서 1박을 하며 쉬어 갈 수도 있다(사전 예약 필수). 산장 외에도 휴양림 안에는 등산로와 산책로, 야영장 등의 편의시설이 완비되어 있어 가족끼리 편하게 쉬어갈 수 있다. 산 정상의 전망대에서는 거제도 전경과 한려해상의 작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오며, 날씨가 맑은 날은 멀리 현해탄과 대마도도 구경할 수 있다.

여행수첩/
■ 가는 길=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이용해 동통영IC로 빠져 나와 거제대교를 넘은 뒤 14번 국도를 달린다. 4차로로 확장된 14번 국도가 장승포까지 이어진다. 장승포에서 해안도로를 타고 20㎞ 정도 달리면 학동삼거리. 식당과 호텔이 몰려 있는 삼거리에서 1㎞ 정도 더 가면 동백 숲이 양쪽으로 펼쳐진다. 해금강의 동백 숲도 아름답다.

■ 볼거리=포로수용소(055-639-8125):한국전쟁 당시 인민군과 중공군 포로를 수용하기 위해 실제로 만들었던 포로수용소다.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에서는 잔존유적지와 막사촌, 사진 등 관련 자료를 구경할 수 있다. 탱크 전시장과 포로들이 걸었던 다리를 지나면 막사촌이 나오는데, 포로들이 수감되어 있던 현장을 그대로 복원해놓아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입장료는 어른 3천원, 청소년 2천원, 어린이 1천원.

■ 먹을거리=해금강호텔 바로 옆에 있는 천년송횟집(055-632-3118·사진)은 신선한 자연산회와 홍합죽으로 소문난 맛집. 신선한 해산물이 입맛을 돋우고 해금강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자연산 우럭회 5만원, 홍합죽 1만원, 해산물 모둠 5만원. 부원복횟집(055-637-4230)은 거제도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한 복 집이다. 복 수육과 복 매운탕, 졸복국 등 복어를 사용한 모든 요리를 내놓는다. 특히 복 수육은 여름철과 겨울철 구분 없이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최고의 인기 메뉴. 복 요리를 맛본 후 거제도의 바다 향기를 가득 느껴볼 수 있는 멍게비빔밥도 꼭 먹어보자. 복 수육 4만원, 복국 1만원, 멍게 비빔밥 1만원.

■ 잠자리=학동 몽돌해수욕장 주변에 숙박업소가 몰려 있다. 그중 객실에서 바다가 보이고 최신식 시설을 갖춘 하와이콘도비치호텔(055-635-7114)이 좋다. 해금강호텔(055-632-1100)도 객실에서 바다가 보이고 호텔 앞에 동백 숲이 펼쳐진다. 숙박요금은 7만~9만원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