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놈 못 잡으면 형사 소리 듣지 마라"
5년 전인 2002년 3월 2일 발생한 사건이다.
이날부터 남동경찰서는 수사본부를 꾸리고 4개월 동안 강력반 5개팀을 투입해 범인을 찾아 나섰다. 당시 형사들 사이에선 "이번 사건 범인 못 잡으면 형사 소리 들으면 안 된다"는 말이 돌았다. 형사들은 조를 짜 사건 발생 지역 인근에 거주하는 동일수법 전과자, 정신이상자, 변태성욕자, 우범자 등을 상대로 탐문 수사를 벌였다. 또 인근 만수 2·3동에 있는 모든 가구를 마치 호구조사를 하듯 돌았다.
아이 사진을 들고 무수히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목격자는 한 명도 없었다. 아이가 실종됐던 병원에 설치된 CCTV도 안타깝게도 사건 당시에 고장난 상태였다. 유력한 용의자도, 단서도 찾지 못한 채 수사본부는 문을 내렸다. 하지만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는 15년. 당시 사건을 맡은 한 형사는 "지금도 그 아이를 떠올리면 가슴이 아프다"면서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발생하면 범죄 유형을 맞춰본다"고 말했다.
#"수사본부가 해체된 후에도 아이 얼굴이 머리 속을 떠난 적이 없었다. 그놈을 꼭 잡고 싶었다"
범인은 친구들과 놀고 있는 아이에게 "백화점이 어디냐"고 물었고 아이가 손을 들어 백화점 방향을 가리키자 바로 오른쪽 옆구리를 흉기로 찔렀다. 경찰은 이보다 앞선 5월 31일 발생한 네살 여자 아이 피살사건도 동일범의 소행으로 추정했다. 직경 500 이내에서 두 사건이 발생했고, 흉기에 찔린 흔적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사건발생 이틀 뒤 계양경찰서는 수사본부를 꾸렸고, 이는 4년 6개월 동안 이어졌다.
경찰은 목격자인 아이 친구 2명을 상대로 몽타주를 작성, 사건 장소 주변에 배포했다. 하지만 뚜렷한 단서가 없었고 아이들의 진술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져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수사본부에 참여했던 한 형사는 "모든 수사 기법을 동원했지만 범인을 잡지 못했다"면서 "미제사건은 담당 형사들의 가슴에 응어리로 오래 남아있다"고 말하며 옛 기억을 떠올렸다.
# "그 놈이 범인인 것 같은데…"
연수경찰서는 2006년 여름 한 해 전 발생한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20대 남성을 붙잡았다. 이 남성은 2005년 1월 26일 새벽 연수동에 있는 한 빌라촌에 침입해 김모(39·여)씨와 아들(15)을 칼로 찔러 김씨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수사본부는 범인을 잡지 못한 채 오래 전 해체됐지만 당시 사건을 맡은 형사는 꾸준히 첩보를 수집했다. 그러던 중 "아는 오빠가 큰 사고 치고 서울에 올라가 안 내려오겠다고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용의자를 잡았다. 용의자는 살인사건 발생일을 전후해 사건 발생 지역에서 3~4차례 절도를 저지른 혐의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극구 부인했다.
사건 현장을 목격한 김씨의 두 자녀도 용의자를 지목하지 못했다. 결국 경찰은 국과수에 의뢰해 용의자에 대한 뇌파탐지와 거짓말탐지를 실시했다. 뇌파탐지기 사용 결과, 용의자는 8명의 여성 사진 중에서 살해된 김씨의 사진을 보자 '이상반응'을 보였다.
또 거짓말 탐지기는 용의자의 진술에 대해 '거짓'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결과는 '증거'가 아닌 '참고' 자료로만 활용될 수 있어 용의자는 절도 혐의로만 기소됐다. 사건 담당 형사는 "수사의 끈을 안 놓고 계속 알아보던 중 '앞뒤'가 맞았는데…"라며 아쉬워했다. 강력팀 형사들에겐 '근성'이 있다. '몹쓸 짓'을 저지른 범인은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영화 '그놈 목소리'에서 설경구의 마지막 대사처럼, 형사들은 말한다. "너 꼭 잡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