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같으면 상상하기 힘든 일들이 요즘 인천 법원에서 일어나고 있다. 대다수의 시민들은 직원들의 불친절과 지나친 권위의식 등을 법원에서 한두번 경험했을 것이다.
이런 안좋은 기억들 때문에 법원 근처에서 만나는 것 조차 기피하는 사람들도 있다. "좋은 장소 많은데 하필이면 법원 근처냐. 다른 곳으로 변경하자"며 핀잔을 줄 정도로 법원에 대한 민원인들의 인식은 싸늘했다.
지난 5일 오전 10시께 인천지법 1층 현관 '종합민원안내센터'. 이혼한 부인과 양육비 문제로 지난해 부터 법원을 드나들고 있다는 김형진(45·계양구 계산동)씨는 '확' 달라진 법원의 친절서비스에 어리둥절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는 "두달전만 해도 안그랬는데. 갑자기 너무 친절해져 오히려 불안하다"고 말했다.
경매업무 때문에 센터를 찾은 최돈순(70·남구 학익동) 할머니. 자신의 집이 경매에 넘어가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하소연과 함께 상담을 의뢰해 왔다.
센터 안철균(49) 계장은 '민원안내인계서'를 꺼내 할머니의 하소연과 민원을 꼼꼼히 적었다. 그리고 민원내용이 적힌 인계서에 몇층 몇호실 ○○계 담당자 이름까지 적어 할머니를 안내했다.
민원안내인계서는 담당 직원에게 찾아가기 전 센터에서 민원인의 고민이 무엇인지를 자세히 듣고 요약해서 담당자에게 인계함으로써 시간을 절약하고 높은 법원 문턱을 낮추자는 의미에서 만들어졌다.
경매계 담당 직원은 할머니에게 집이 경매에 붙여진 이유, 언제까지 돈을 갚으면 경매가 취소될 수 있고 돈을 갚지 못할 경우 언제쯤 경매에 들어갈 예정인지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센터의 도움으로 궁금증을 모두 해결한 할머니는 머리숙여 고마움을 표시한 뒤 귀가했다.
상담을 하는 동안 센터 민원전화는 쉴새없이 울렸다.
"네, 민원안내센터 김권식 주임입니다."
"음주교통사고로 벌금 100만원을 받았는데 95만원만 내라고 고지서가 나왔습니다. 어찌된 일입니까?(민원인)"
"음주사고 때 하루동안 경찰에서 구류를 산 적이 있으시죠. 하루동안 구류를 사시면 벌금에서 5만원을 빼고 부과됩니다. 선생님의 하루 옥살이가 5만원인 셈이죠. 억울한 점이 있으시면 고지서를 받으신 날로부터 일주일 이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하시면 됩니다"라고 김 주임은 친절하고 자세하게 민원인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준다.
친절서비스에 목말라 있던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인천지법이 지난 2월부터 현관 1층에 문을 연 '종합민원안내센터'는 법원의 히트상품으로 연일 민원인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그동안 법원업무를 제대로 몰라 법원 청사 입구에서 우왕좌왕했던 민원인들의 고민이 센터에 가면 해결되고 있는 셈이다. 센터에는 4명의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민원업무만 처리하고 있다. 하루평균 100여명이 넘는 민원인이 찾아들고, 500통 이상 되는 민원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센터에선 청사안내, 업무안내, 사건검색, 민원상담 등 법원의 모든 업무를 민원인에게 친절하게 소개, 상담해주고 있다. 센터 바로 건너편에는 법률상담실이 운영되며 이곳에는 법무사 1명과 사법연수생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항상 대기하고 있다.
센터 경비관리원 김진영(31)씨는 "하루종일 민원상담과 전화를 받다 보면 목도 아프고 짜증이 나지만, 법원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민원인의 칭찬에 힘이 절로 난다"며 "우리(센터)가 인천법원의 얼굴이라는 생각으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화업무를 담당하는 권지영(32)씨는 "이제는 고생한다고 음료수를 건네주는 민원인도 생겼다"며 "센터가 인천시민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어 다행"이라고 기뻐했다.
법원 청사안내(860-1111), 업무안내(860-1915), 사건 및 민원상담(860-11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