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들은 물론이고 전국 각지의 논술학원들은 언론인 출신들에게 적극적인 구애작전을 펼치고 있다. 이유는 뭘까?
K일보 출신의 기자를 영입한 성남 분당 K학원 문모 원장은 "논술 문제의 난이도가 어려워지면서 인문·사회과학적 소양을 갖추고 토론문화에 익숙한 386세대들을 논술 강사로 영입했었다. 하지만 통합형논술이 되면서 단순한 '썰(說)'을 푸는 수준이 아니라 깔끔한 글솜씨, 교양과 시사상식이 뒷받침된 주제 파악 능력 등이 중요해졌는데, 기자들은 이를 밥벌이로 하는 사람들이다"라며 기자들이 논술강사로 '뜨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국회 등에서 19년동안 '펜대'만 굴려온 기자가 직접 검증을 통과한 십수명의 기자와 함께 17일 화성 병점에 레마논술전문학원(www.remanonsul.com, 031-222-9688)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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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대학이 통합논술을 앞다퉈 실시하는 것은 학생들 스스로 독서와 토론을 통해 얻은 비판적 사고력을 바탕으로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검증해보기 위해서다. '지식'이랄 것도 없는 잡다한 '정보'만으로는 비판적인 사고와 창의력을 중시하는 시대에 살아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교육이 이를 소화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과목별 구분이 분명하고, 교과서 이외의 교재를 채택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수십명이나 되는 학생 수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현은미 레마논술학원장은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기자들이 이슈별로 논술수업을 진행한다. 경제지에서 청춘을 보낸 기자에게 경제기본 교육은 물론 살아있는 경제 시사상식까지 맡기는 식"이라고 말했다.
실제 레마논술은 방송, 일간지, 통신사, 잡지 등에서 최소 10년 이상 경력을 쌓아온 기자들을 각 전문분야에 맡겨 기본적 글쓰기는 물론 NIE논술, 고전논술, 철학논술, 역사논술, 경제논술, 현장체험논술 등을 마련해 다른 학원과 차별화했다.
물론 각 반은 10명 미만으로 구성해 이론교육은 물론 쌍방향 중심의 토론수업을 가능케 했다. 덧붙여 현 원장은 현직 기자 8명으로 구성된 첨삭 전문 강사진까지 별도로 마련했다.
레마가 내세우는 또 다른 차별화는 현직 방송기자가 직접 운영하는 '미디어논술'.
논술 지필고사 뿐만 아니라 자신이 쓴 논술을 가지고 면접을 실시하는 구술시험까지 등장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짧은 시간 동안 요점만 끄집어내는 훈련을 시키기 위해 화법, 주제선정방법 등 언론아카데미에서나 배울 수 있는 내용들을 교육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 원장이 레마논술의 가장 큰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분야는 바로 '어머니 논술교실'과 '어머니 리더십 특강'이다. 학부모의 잔소리를 단순한 '공부하라', '책 좀 봐라'라는 식으로 그치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 '알아야 면장도 한다'고 학부모가 직접 통합논술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갖춰 특히 초등학생을 둔 가정에서의 일상사를 논술과 직접 연결시키겠다는 것이다.
▲전문성 부족은 석·박사로 보충한다
물론 현 원장도 기자 강사들이 자칫 논술을 지나치게 시사적으로 다룰 수도 있다는 단점을 인정했다. 그래서 보완한 것이 석·박사 출신의 전문 강사진 배치다. 이른바 국내 SKY대 출신의 석·박사는 물론이고 미국 버클리대, 독일 뮌헨대, 중국 사해과학원 등 출신들을 전문 강사진으로 보충한 것이다. 중국 사해과학원, 홍콩 중문대 출신의 강사들이 '동양 고전'을 전담하고, 국내 철학과 석사가 철학 교육을 보충하는 식이다.
현 원장은 "일부 학원에서 소설가 출신 등을 영입해 논술 수업을 맡기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 기교적 글쓰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을 속일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평생 공부만 해온 교수들을 속일 수는 없다. 조금 무리해서 이들을 강사진으로 영입한 이유도 전문성을 보강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현 원장의 노력은 벌써부터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도내 A대 학보사가 논술 지도사 교육과정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해왔고, 일부 문화센터에는 교육과정 일부가 팔려나가기도 했다. 물론 일부 논술 학원들은 레마논술을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가입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해 오기도 했다.
하지만 현 원장의 원칙은 단호하다. "강남 등에서 성공한 일부 학원들은 프랜차이즈에 성공해서 전국적으로 1천개가 넘는 지점들도 있다. 하지만 가맹점이 급팽창하면서 강사진의 질이 떨어졌다"며 "요청한다고 무조건 사업을 확장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