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담그기
-배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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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종택기자·jongtaek@kyeongin.com | ||
항아리 깊숙이 메주를 쟁여넣고 소금을 푼다
소금물의 농도를 가늠하기위해
계란 하나까지 넣어본다
혹시 빠진 것이 없는지 둘러보는 사이
항아리 속 낮은 궁리에 젖어있던
계란이 겨우 솟구쳐 오른다
저 맹물들,
한동안은 짠맛 보다 더 깊은 단맛을 찾기 위해
싱거운 고개를 낮추고
세상 저쪽의 농도를 기웃거릴 것이다
그래서인지 오래된 간장독 속에는
긴 시간을 두고도 변하지 않는
검고 진한 향기가 천근의 무게로 서려있다
장을 담근다
변질되기 쉬운 우리들 눈치를 담근다
간장을 담그는 일은 쉽사리 변하지 않을
지조 하나 담그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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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광교산 아래에서 요리연구가 이성숙(49)씨의 지도아래 10여명이 모여 전통 장 담그기 행사를 가졌다. 장 담그기는 말린 메주를 꺼내 곰팡이균을 물로 씻어내는 것부터 시작한다. 참고로 간장과 된장에 쓸 메주는 보통 10~12월에 콩을 삶아서 만들어 띄운다. 잘 뜬 메주는 겉이 말라있고 노르스름하며 붉은 빛을 띤다. 속은 말랑말랑하면서 흰색이나 노란색을 띤다. 파랗거나 검은색이 나는 것은 균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것이므로 좋지 않다. 좋은 메주를 고른 후, 참가자들이 일제히 쪼그리고 앉아 메주를 쓱싹쓱싹 씻어낸다. 메주를 난생처음 씻어보는 몇몇 참가자들이 메주를 너무 빡빡 긁어내자 이씨는 "유익한 균인 메주 납두균까지 다 닦아내면 안된다"며 "메주에 묻은 먼지만 털어낸다는 생각으로 씻으라"고 타박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정성스레 씻은 메주를 항아리에 넣은 후에, 장 담그기의 제일 난코스인 소금물 만들기에 돌입했다. 장 담그기에는 소금이 제일 중요하다. 천일염을 미리 사서 간수를 빼서 준비하는 것이 좋다. 간수를 빼지 않으면 쓴맛이 난다. 장을 담그는 시기에 따라 이 소금의 염도를 달리해야 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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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달걀을 띄워 500원짜리 동전크기 만큼 달걀이 떠오르면 소금농도를 맞췄다고 한다. 장맛은 메주와 소금물의 농도와 햇빛에 의해 결정된다. 소금물의 농도가 너무 낮으면 장이 변질될 우려가 있고 농도가 너무 높으면 발효가 억제되어 장맛이 떨어진다. 그러므로 소금물은 장 담그기 하루 전에 미리 풀어놓아 침전물이 바닥에 충분히 가라앉은 후에 사용한다. 메주와 소금과 물의 비율은 1대1대3 정도로 한다. 간장의 양에 따라 물의 비율을 조절한다. 필요한 양의 물에 소금을 푼 다음 소금이 다 녹을 때까지 막대기로 휘휘 젓고 하루 동안 그대로 재워 두었다가 윗물만 떠서 장 담글 때 사용한다. 다음에는 어렵사리 맞춘 소금물을 메주가 든 항아리에 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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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주와 우러난 소금물을 가른 후, 먼저 건져 낸 메주는 소금을 넣고 버무려서 항아리에 눌러담고, 남은 소금물은 솥에 부어 달인다. 이 때 메주를 건져내고 남은 즙액이 간장이고, 건져낸 메주를 으깨어서 만든 것이 된장이다. 우리조상들은 '장맛이 변하면 집안이 망할 징조'라고 여길 정도로 장맛 관리에 정성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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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에 참가한 이향우(38·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씨는 "옛날 어머니가 장을 담그는 모습이 드문드문 기억나는데 그 느낌이 참 좋았다"며 "어머니처럼 내 손으로 직접 장을 담가서 우리 딸에게 기술을 전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사서 먹는 것보다 내 손으로 직접 만드는 게 더 특별한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며 "방부제도 들어있지 않은 자연 장으로 우리 가족의 건강을 지킬 예정"이라며 환히 웃었다.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