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TV홈쇼핑에서는 3만9천원에 5봉씩 팔아야할 쥐치포를 5봉 더 주고 거기에 한 봉을 더 얹어 총 11봉을 '엄청난 파격가'에 판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선전을 했다. 이씨는 이 말을 믿고 흐뭇해하며 쥐치포를 주문했고, 뿌듯한 마음에 다른 가족들에게까지 자랑을 했다. 하지만 동생은 "원래 쥐치포 가격이 그 정도"라며 오히려 면박을 주었다.
그럴리가 없다며 다음날 집 근처 대형할인점에서 비슷한 크기와 비슷한 품질의 쥐치포 가격을 확인한 이씨. 그정도 쥐치포는 할인점에서 1봉에 4천원이 채 안되는 가격에 팔린다는 것을 보고는 할 말을 잃었다. 그냥 1봉씩 사먹어도 될 것을 한꺼번에 11봉이나 산 것이다.
이같은 경험을 한 것은 직장인 최모(42)씨도 마찬가지. TV홈쇼핑에서 7인치 대형 화면의 네비게이션을 29만9천원 '파격가'에 판매하는 것을 보고는 "이게 웬 횡재냐"며 주저없이 주문을 했다.
비싼 가격때문에 네비게이션 구입을 주저하고 있던 터에 파격적인 가격에 사게됐다며 싱글벙글해진 최씨는 하지만 며칠후 대형할인점에서 똑같은 제품을 똑같은 29만9천원에 파는 것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할인점 직원은 "특판 상품도 아니고 늘 그 가격에 팔고 있으니 언제든지 사고 싶을때 사라"고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여유있을때 사도 될 것을 무리해서 산 것이다.
이씨나 최씨처럼 TV홈쇼핑이나 인터넷쇼핑에서 '파격가'니 '오늘 하루만 믿을 수 없는 가격'에 판다는 말을 믿고 주문을 했다가, 나중에서야 그 가격이 일반적으로 대형할인점이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가격이라는 것을 알고 기가 막혀 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TV홈쇼핑이나 인터넷쇼핑몰의 기획상품은 시중가격보다 싸게 판매되는 경우가 많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가격을 크게 낮추지 못한 제품을 파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또 TV홈쇼핑이나 온라인 쇼핑몰에 제품을 공급하는 중간상인들이 거의 같은 가격으로 대형할인점에 납품하는 경우도 있어서 가격에 큰 차이가 없어진 것이다.
한 대형할인점 관계자는 "최근에는 할인점들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실상 유통과정에서 더이상 가격을 낮출 수 없는 수준까지 가격을 떨어뜨린 상품들이 많기 때문에 TV홈쇼핑 등의 기획상품과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격의 유혹에 속는 경우는 TV홈쇼핑 뿐 아니라 인터넷쇼핑몰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가장 많은 상황은 e-메일로 날아오는 인터넷 쇼핑몰의 각종 광고들에 속는 것.
'○○○ 단돈 1천원', '○○○ 반에 반값' 등의 제목을 달고 날아온 e-메일을 열어보면 말만 그럴듯 하지, 사실은 정상적으로 살 수 없는 상품들일 경우가 많다.
실제로 최근 한 대형 인터넷쇼핑몰이 회원들에게 보낸 e-메일은 제목이 '○○○카메라 비싸야 1천원….'이었다. 메일을 클릭해 들어가면 카메라를 정상적으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1~1천원중 하나의 금액을 입찰가로 써내면 '중복이 없는 단독 입찰금액 중 최저금액의 고객님께 낙찰됩니다…' 등의 내용이다.
카메라도 직접 주는 것이 아니라 해당 금액을 적립금으로 주는 형식이었다. 말하자면 이벤트를 벌여 행운을 거머쥔 1명의 고객에게 카메라 1대에 해당하는 액수의 적립금을 주겠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판매행위와 전혀 관계없는 이벤트 메일이지만 제목이 마치 그런 가격에 파는 것처럼 그럴듯하게 포장한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리 없는 고객들은 e-메일 내용에 혹해 홈페이지를 방문하고, 결국 내친김에 다른 상품들을 둘러보다가 충동구매를 하게 된다.
한 인터넷쇼핑업체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보내는 메일의 '파격가'는 대부분 고객들을 인터넷 쇼핑몰로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같은 방법을 통해서라도 고객들이 쇼핑몰을 방문하도록 유도해야 하기 때문에 유혹적인 제목의 e-메일을 거의 매일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흔하게 벌어지는 또다른 가격 유혹은 '○○○ 브랜드 단독 특가전'이나 '○○○ 브랜드 최저가전' 등의 제목을 달고 요란스럽게 진행되는 특판 이벤트들이다. 마치 그 제품들을 저가에 독점 공급받아 저렴하게 판매하는 듯 하지만, 실제로 다른 쇼핑몰들과 가격을 비교하면 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비싸게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현란하게 치장된 이같은 '파격가' 선전에 속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이 구매하고자 하는 제품을 다른 쇼핑몰이나 대형할인점 등에서 어떻게 판매하고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보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