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 공무원 퇴출' 움직임이 전국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공무원 인사혁신제도 출발지는 파주시로 알려져 주목되고 있다.

유화선 파주시장은 서울시의 '무능 공무원 3% 퇴출' 발표가 있던 지난 19일 전 직원에게 보낸 메일에서 "파주시에는 퇴출될만큼 무능·나태 공무원인 철밥통은 없다"며 "파주 공무원들이 세상 변화를 먼저 읽고 미리미리 대비해 준 덕분"이라고 타 지자체 인사실험을 보는 소회를 밝혔다.

그는 "파주시가 다 해본 것을 다른 지자체들이 인사실험을 한다면서 야단법석을 떨고 있는 것"이라며 "파주시 공무원 참 고맙습니다"라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유 시장이 이렇게 느긋하기까지는 3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4년 11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유 시장은 '변화와 경쟁'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공무원들에게 그동안의 관행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자기혁신에 매진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후 5회에 걸친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무능 공무원을 퇴출, 공직사회를 '확' 바꿔 놓았다.

◇왜 변화와 경쟁인가?
이 "관행과 관례라는 '병풍' 뒤에 숨어살려는 공무원이 있다면 스스로 떠나십시오. 떠나지 않으면 '시청'이라는 버스에서 끌어내려질 것입니다."

유 시장은 2004년 12월 취임 한 달만에 열린 월례조회에서 '부·적합 인물 선별 작업'이 인사 원칙이라며 공직사회의 대변혁을 예고했다. 그는 "간부들이 숯검정(궂은 일)을 직접 손에 묻히라"고 주문하면서 "간부가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밑에선 뒷짐을 지게 된다. 그러면 간부들도 타고 있던 시청 버스에서 내려야 한다"고 간부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게으르고 무능력하고 그래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공무원은 부지런하고 능력있고 성과를 내는 공무원들에게 짐을 떠 안긴다. 좌석이 한정돼 있는 버스에서 성과를 내는 사람을 서서 가게 할 수 없지 않느냐"며 변화와 경쟁을 주문했다.

◇무능·나태 공무원 어떻게 퇴출시켰나?
유 시장은 2005년 7월 18일 "국장은 과장, 과장은 담당·주무급, 담당은 그 밑 문제 직원이 있다면 시장에 직접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특히 '권위적이고 어영부영하며, 민원 대응에 비협조적인 사람', '병원 핑계로 자주 자리를 비우는 사람', '술 마시면 출근않고 연락 두절된 사람' 등 42가지 문제 직원 유형을 낱낱이 공개하며 차하위 직원수의 20%명단 제출을 요구했다.

업무 역시 서로 떠넘기지 못하도록 국·과별 업무 분장을 명확하게 하면서 삼진아웃제를 도입, 민원처리 담당 공무원이 제때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면 '페널티(벌칙)'를 주고 창의적이고 능동적으로 진행시키면 기본급의 100% 상금과 G&G(Good & Great)상을 수여하며 인사에 적극 반영했다.

그는 "조직원 중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20%, 그저그런 사람 60%, 나머지 20%는 아무리 일하라고 다그쳐도 안하는 사람(파레토법칙)"이라면서 중간 60%를 상위 20%쪽으로 당기기 위해 5회에 걸친 인사에서 '써서는 안 될 사람'을 철저히 배제시켰다. 이 결과 5급 1명과 6급 3명을 대기발령하는 등 간부 10여명의 명퇴를 유도했다.

◇과장 자리가 등기낸 자리냐-인큐베이터제
"빨리 승진하는 것도 좋지만 문제는 능력있고 역량있는 사람을 승진시켜 간부 자리에 앉히느냐가 중요하다"는 유 시장은 지난 1월 2일 7개 과장 승진자리에 3명만 발령을 내고 4명은 권한대행으로 발령냈다. 바로 업무 수행능력을 검증한 후 승진시키는 '인큐베이터' 제도다.

물론 인큐베이터에 들어간 주무계장들은 빨리 인큐베이터에서 나오도록 노력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그 자리(승진 못하는)에 그대로 있게 된다. 연공서열 인사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유 시장은 "과장 자리가 등기내서 공증까지 한 자리냐"며 20% 발탁인사를 단행, '버선 속을 뒤집어 놨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조직을 대폭 수술했다.

◇회전문 속에 갇히면 개인도 조직도 불행
"30년 동안 한두 개 부서만 왔다갔다 한 사람은 간부로 발탁하기 힘들다. 인사통 등 인사·기획·감사라는 회전문 안에서 뱅뱅 도는 사람은 앞으로 승진을 해봤자 인사·감사·기획담당 밖에 더 하겠는가? 통 시대는 갔다. 올라운드플레이어가 돼야 한다."

기획으로 잔뼈가 굵은 기획통들이 인허가 부서나 의회, 읍·면·동으로 전보되는 등 인사에서 배제됐다. 특히 지원부서는 무조건 사업부서로 이동하고, 본청은 읍·면·동으로, 읍·면·동은 본청과 의회로 순환 배치했다. 바로 '역지사지' 하라는 것이다.

◇여자 공무원 3D부서 배치-장점 많다
파주 1천여명의 공직자 중 40%는 여성이다. 여성 직원들은 관행적으로 여성만 가야하는 자리로 배치되는게 관행이었다. 그러다보니 승진과도 멀어져 큰 불만을 사왔다. 유 시장은 그러나 여성 공무원을 전방위에 배치했다. 과·동장, 기획·예산 등의 부서에 여성을 선임 담당으로 배치, 남성과 똑같이 경쟁하도록 했다. 리스크가 있지만 동시에 여직원에게도 동등한 기회를 준다는 것이 배경이다. 남자 역시 보육담당 등 그동안 여성 전유물로 여겨졌던 자리에 배치한 것은 당연한 일.

유 시장은 "파주 공무원은 스페셜리스트가 아니라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한다. 간부 공무원은 한 분야에 정통한 사람보다는 두루두루 많이 알아야 된다는 뜻"이라고 강조한다. 파주시 공직사회가 곧 대한민국 공직사회의 표준이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