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때문에 예술의 길을 포기해야했던 70대 할아버지가 검정고시를 거친뒤 마침내 음대생의 꿈을 이뤄 화제다.
주인공은 수원대 07학번 음악대학 관현악과에 입학한 안상운(71·화성시 태안읍)씨.
합격 당시의 소감에 대해 안씨는 "떨어질 줄 알았는데 합격통지서를 받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며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었다"고 밝혔다.
"비록 고령의 나이지만 공부하는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안씨는 2박3일간의 오리엔테이션을 비롯해 한달간 거의 모든 학교 행사에 빠지지 않을 정도로 활기찬 새내기생활을 해내고 있다.
클래식 기타를 전공하고 있는 안씨는 학내에서는 나이로만 치면 최고령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선후배 할 것 없이 안씨에게 "어르신 안녕하세요"라며 깍듯이 인사를 한다. 안씨도 늘 후배의 자세로서 손자뻘 나이에 불과한 '하늘같은 선배'들을 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점심시간에는 서로 식사대접을 하기 위해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점심시간이 되면 선배들이 절반은 사주고 또 절반은 제가 사주기도 하죠. 어린 학생들이라는 생각보다는 함께 공부할 수 있는 동급생들과 선배들이 있어 든든합니다."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던 해에 초등학교를 졸업한 것이 안씨의 마지막 학창생활이었다. 전쟁에서 모든 가족을 잃고 고아가 되면서 먹고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성실성 하나로 열심히 일했던 안씨는 식품대리점 사업을 하면서 나름대로 성공을 했고 지난 2003년에 사업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제서야 못배웠던 한이 가슴속에서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어릴적 검정 교복을 입고 학교를 다니던 학생들을 보면 얼마나 부러웠는지…. 지난 50여년의 세월동안 못마친 공부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검정고시를 준비하게 됐지요."
그는 1년여동안 공부에 매달려 중·고등학교 검정고시에 잇따라 합격했다. 그리고 올해 수원대 음대에 당당히 합격했다. 공부와 함께 꾸준히 배운 클래식기타가 대학생이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평일이면 늘 예술대학 지하에 있는 연습실을 찾는 안씨는 선배, 동기들과 함께 선율을 맞춰보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강조했다.
"막상 대학에 들어와 보니 같은 동급생들과 비교했을때 실력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어 솔직히 힘이 들어요. 그래도 선배들과 교수님들이 차근차근 잘 가르쳐주고 있어 모든 게 고마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