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수지구청의 한 부서 공무원들이 그동안 선거에 출마하는 정치인들의 전유물로나 여겨졌던 매니페스토( Manifesto)실천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겠다고 나서 화제다. 최근 지자체별로 공직자 퇴출정책이 실시되고 있는 와중에 나온 자발적 혁신운동이어서 이채롭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부터 정책선거, 공약선거의 대명사로 인식돼온 '매니페스토'를 공직 활동에 생활화하겠다고 벤치마킹한 부서는 수지구 주민생활지원과. 사회복지와 가정복지, 지역경제, 청소 등 주민생활과 직결된 부서 업무의 특성상 대민접촉이 활발하다보니 말뿐인 친절, 봉사보다는 작은일 하나부터 구체적인 실천목표를 세우고 이를 시민들 앞에 공개적으로 약속, 그 성과를 평가받겠다는 데 직원들의 의기가 투합됐다.
공무원별로 시민과의 실천약속 2건씩을 모집한 결과 모두 44건의 실천과제가 확정됐고 지난달 29일 실천다짐 결의대회까지 열어 스스로의 약속을 '공약화'했다. 자율적 약속이지만, 직원들 스스로가 서로 상대방의 약속 실천 여부를 감시하고 조언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이에 대한 평가까지 실시, 선의의 경쟁이 가능토록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
작은 일이나마 약속을 제시하고 그를 이행하자는 취지지만, 매니페스토라는 용어의 중압감 때문인지 거창한 '공약'보다는 공직자로서 자기 자신과의 다짐이 주를 이뤘고 간혹 애교섞인 실천과제들도 적지 않았다. '아침에 출근할 때 직원들에게 차 한잔을 제공하겠다'는 여직원에, '주민들에게 밝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건강부터 챙기겠다'는 이색적인 약속도 등장했다. 목욕봉사 약속과 함께 빈곤층 복지대상자들에게 위안 편지를 쓰겠다든지, 환경미화원들과 함께 가로 청소를 실시하겠다는 만만찮은 과제도 상당수다.
이태용 주민생활지원과장은 "작은 약속의 실천이 주민 감동으로 이어진다는 소박한 생각에서 매니페스토 운동을 벌이게 됐다"며 "시민들이 불편해하는 사항들을 찾아가서 해결하는 감성행정, 한번에 해결해주는 깔끔행정, 현장에서 시민과 함께 문제를 풀어가고 시민을 내 가족처럼 생각하는 감동행정을 꾸준히 실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