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토에서 아침을 (Breakfast on fluto)

2005년/ 영국/ 128분/ 드라마, 코미디
감독: 닐 조던
출연: 킬리언 머피, 리암 니슨, 스티븐 레아
개봉연월일: 2007.04.05.목 (15세 이상 관람가)
홈페이지: www.pluto2007.co.kr
★★★★★★ (6.0/10)

호러마니아들 사이에 전설처럼 회자되는 '늑대의 혈족(1984)'과 에로영화의 옷을 입고 잠시 개봉했다 사라진 '모나리자(1986)', 그리고 작품 자체의 탁월함보다는 한국영화사를 통틀어 최초의 성기노출이라는 파격적인 스캔들로 기억되고 있는 '크라잉 게임(1992)'으로부터 이후 정치적 노선을 더욱 분명히 드러낸 '뱀파이어와의 인터뷰(1994)', '마이클 콜린스(1996)', '푸줏간 소년(1997)'까지…. 그의 작품들은 언제나 대중성이란 이름으로 환영받는 무난함을 훌쩍 넘어서는, 또는 전혀 의식하지 않는 듯한 자신만의 일관된 기조를 고집해왔다.

태어나자마자 성당 앞에 버려지는 처지로 시작된 '패트릭(킬리언 머피 扮)'의 인생살이. 다행히 양어머니와 누나 밑에서 '예쁘게' 성장하는데, 너무 예쁘게 커버린 것이 문제다. 사내녀석이 말이다. 스스로 여성이라 생각하는 패트릭의 낙천적인 성격은 주변의 시선과 편견 따위에 아랑곳 않는 당당한 삶을 살아가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다. 모든 것을 내던진 그(녀)는 '팬텀 레이디'란 애칭으로 부르기로 한 꿈에도 보고싶은 엄마를 찾아 런던으로 떠난다.

'닐 조던'의 근작 '플루토에서 아침을'은 이렇게 쉽게 근접할 수 없는 이미지로 각인됐던 그의 필모로서는 어떻든 별난 한 편임이 분명하다. 적어도 외양은 말이다.

사랑스런 배우들의 열연, 기막힌 상황들이 주는 독특한 재미, 화려한 미술과 감각으로 가득 찬 화면과 잠시도 쉴새없이 귀를 자극하는 멋진 음악들로 가득한 이 작품은 매우 경쾌하게 전개된다. 하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애타게 찾는 여장남자라는 설정부터 이미 무난한 인생은 아니리라 예상할 수 있지 않은가? 더구나 그의 인생이 한 맺힌 아일랜드 정치적 딜레마의 중심에서 펼쳐진다면 더더욱 말이다.

되레 이 영화를 식상하게 하는 것은 그의 영화로서 파격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변형, 즉 외형적 요소이다. 예의 많은 게이들의 이야기가 그랬듯 쉽지 않은 삶을 역설적으로 희화했던 많은 걸작 코미디의 형태와 분위기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도 하나의 장르적 클리쉐(Cliche)라고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창의적인 답습으로 보이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