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재난때는 '개인방송국'으로 변신하고 평상시에는 천사의 얼굴로 봉사활동을 펼치는 이가 있다. 바로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안산 아마추어무선봉사회 박팔문(53)회장이 주인공이다.

운전일을 하면서 10년 넘게 아마무선(HAM)활동을 하고 있는 박 회장은 적십자봉사원이라는 또다른 이름으로 안산지역의 마당발로 인정받고 있다. 지역의 크고 작은 행사는 물론 온갖 궂은 일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김해 중국민항기추락사고 등 각종 대형참사현장을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매년 태풍때나 장마철이 오면 HAM 설비를 들고 거친 산등성이로 올라가는 것도 그의 일이다.

평소에는 다른 봉사회원들과 함께 자매결연을 맺은 복지시설을 찾는다. 아마무선을 하는 회원들이다보니 전기, 전자쪽 전문가들이 많아 복지시설을 찾으면 전자제품 수리나 전기시설 보수 등의 활동을 한다. 물을 뒤집어쓴 수해현장의 가전제품 수리도 이들의 몫이다.

"일반인들은 안테나만 세우면 무선이 되는 줄 알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며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한번 이 세계에 빠지면 헤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10년 넘게 재해·재난현장을 뛰어온 그가 얼마전부터 새롭게 맡은 일이 있다. 바로 탈북자들의 정착을 돕는 일이다. 박 회장은 한달에 두세차례씩 안성에 있는 탈북자 교육시설인 하나원을 찾아 안산지역으로 이주할 탈북자들을 안내하고 있다. 안산에 데려와서는 이들의 구직활동을 주선해주는가 하면 어렵고 복잡하기만한 일상생활을 설명해주는 등 마치 아버지와 형의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박 회장의 부인도 함께 이들의 정착을 돕고 있다.

"남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실패하는 친구들을 너무 많이 봤어요. 물론 일부 문제가 있는 사람도 있지만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이들을 평범한 이웃으로 생각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에게도 걱정거리는 있다. 휴대폰과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젊은이들이 상대적으로 아마추어무선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봉사회의 문을 활짝 열고 젊은이들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

"아마무선만으로도 우리나라 전체를 커버할수 있을만큼 영향이 큽니다. 또 다른 봉사회보다 선후배간의 정이 유난히 끈끈한 것도 장점이고요"

이같은 박 회장의 한결같은 열정을 지켜본 동료 봉사원들은 그에게 '올해의 우수봉사원'의 영광을 안겨줬다. 그리고 그는 변함없는 봉사활동을 약속했다. "다른 상보다도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바로 우리 봉사원들이 뽑아준 거니까요. 할수 있을때까지 열심히 하는 것이 (보답하는) 길인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