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버그=연합뉴스)  버지니아공대 총격사건의 범인인 조승희씨가 자신의 범행에 대해 알리기 위해 전달한 우편물이 공개되면서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들이 일부 해소되고 있으나 여전히 적지않은 의혹이 풀리지 않고 있다.

또 오히려 새롭게 제기되는 의혹들도 있어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규명은 미궁속으로 빠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마저 제기되고 있다.

◇ 풀린 의문들 = 이번 우편물 공개로 일단 왜 조씨가 32명이라는 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무참하게 죽였는가 어느 정도 의문이 풀렸다. 조씨의 마음속에서 세상을 향한 분노, 불특정 다수에 대한 증오의 씨앗이 자라고 있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치정문제로 귀결돼 가던 범행동기도 이면에 더 큰 분노가 자리잡고 있었음이 입증됐다. 물론 조씨가 내세운 범행동기가 자신이 행동을 영웅시하고 합리화하기 위한 시도라고 볼 수 있지만 특정인에 대한 반감 이상의 범행이유가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또 1차 범행 이후 2차 범행 사이 1시간 30분~2시간동안 묘연했던 조씨의 행방의문도 어느 정도 해소됐다. 이 시간을 이용해 조씨가 우편물을 방송사에 보낸 것이 확실시돼 일종의 '알리바이'가 성립된 것.

◇ 여전히 남는 의문들 = 조씨가 방송사에 보낸 우편물 내용만을 놓고 보면 조씨가 다른 기숙사를 방문, 2명을 사살한 1차 범행이 왜 일어났는 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조씨가 부자들에 대한 반감, 쾌락주의에 대한 반감 때문에 불특정 다수를 향해 권총 방아쇠를 당긴 것이라면 소수가 생활하는 기숙사를 골라 1차 범행을 할 필요가 있었겠느냐는 것.

더욱이 자신이 머물고 있는 기숙사에서 다른 기숙사 1개 동을 지나서 위치해 있는 앰블러 존슨홀 기숙사에서 1차 범행을 한 이유가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조씨가 에밀리 제인 힐셔 양의 기숙사방을 범행대상으로 지목한 데 대해 추가설명이필요하다는 것. 에밀리는 지난 2005년 조씨가 스토킹했던 대상도 아니었다.

또 조씨가 1차 범행을 저지른 뒤 체포위험을 무릅쓰고 차량을 이용해 학교밖에 위치한 우체국까지 왔다갔다 활보한 뒤 2차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우편물 전달이 그만큼 중요했다면 1차 범행 전에 했어야 하는 게아니냐는 것.

우체국에서 우편물을 접수시킨 뒤 다시 노리스홀로 와서 범행을 저지른 점도 현재로선 설명이 안된다. 노리스홀 주변에는 대학본부 건물인 버러스홀을 비롯해 학생들이 수업하는 건물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는 것.

미 수사당국은 사건 1주일 전에 조씨가 독일어 시간에 여자친구와 다투다가 담당교수로부터 꾸지람을 받은 사실이 있어 노리스홀을 범행장소로 삼았을 수 있다고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DVD나 성명서에 명시된 범행이유와는 배치된다.

조씨가 최대 2시간 동안 경찰의 감시망을 피해 유유자적 교내를 활보한 점도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1차 범행을 단순 살인사건으로 간주해 많은 경찰력을 투입하지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수사당국의 주장이지만 1차 범행 후 경찰이 조씨가 아니라 숨진 에밀리의 '진짜 남자친구'를 수배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어 경찰이 초동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조씨가 우편물을 배달할 때 자신의 이름 대신에 '이스마엘'이라고 적어넣었고, 조씨 시신의 팔뚝에서도 '이스마엘의 도끼'라는 말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이스마엘'의 의미가 뭔지 역시 궁금증을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