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회 미스터 경기 선발대회(본선)'가 열린 지난 29일 '장년부'(만 50세 이상) 시합이 막 끝난 오후 3시.
대회 장소인 수원 시민회관 무대 뒤편에서 만난 이광우(51·평택시 평택동) 선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손을 내저었다.
가방에서 이내 바나나와 물을 집어들더니 "3일 만에 먹는 물 맛이 일품이네 그려"라며 껄껄 웃었다. "수분 조절을 위해 3일 만에 마음껏 물을 마신다"고 했다. 숨을 고른 뒤 가장 먼저 던진 말은 "오늘 내 복근(배 근육) 어땠어요? 괜찮았죠?"였다. 실제로 이 선수는 이날 장년부에 출전한 선수들 가운데 최고의 복근을 선보였다.
이 선수가 '복근'을 강조하는 데에는 시합에 출전하기 위한 것 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지난 2003년 아주대학교 병원에 자신의 신체와 장기를 모두 기증했기 때문이다. "의사 선생들 말을 들어보니까 장기 기증은 병들고 아픈 사람만 한다더라구요. 이왕이면 건강한 장기와 근육질의 튼튼한 몸을 기증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래서 다른 근육보다도 복근 운동을 열심히 해요. 아무래도 뚜렷한 이유가 있다 보니, 복근이 남들보다 훨씬 보기 좋더라구"라고 했다.
이 선수가 보디빌딩을 시작한 것은 1997년, 다시는 떠올리기조차 싫은 '알코올 중독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매일 술을 먹지 않으면 살 수 없을 정도였다고 했다.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바람에 술잔을 제대로 들 수 없었고 다리 근육은 힘이 빠져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찼다.
"남들한테 나쁜 짓도 참 많이 했었어요 그땐. 술도 많이 먹고, 담배도 많이 피우고. 그러다보니 가정은 깨졌고. 그게 괴로워서 또 술을 먹고…. 악순환의 연속이었죠"라며 "그때 일은 더 이상 묻지 말아요"라며 손을 휘휘 내저었다.
이 선수가 삶의 전환기를 맞게 된 것은 친구의 권유로 찾아간 의사의 진단 때문이었다. 너무나 술에 찌든 나머지 "3개월도 제대로 살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곧 거꾸러져도 전혀 이상할 것 없었던' 이때부터 근처 메카 헬스클럽(평택시 원평동)에서 운동을 시작했다.
당시 직장이었던 물류 창고에는 아예 몇 가지 헬스 기구를 갖다 놓고 틈틈이 몸을 만들었다. 수십년 동안 자신을 괴롭혀 왔던 술과 담배도 완전히 끊었다. "개과천선? 인생역전?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죠."
특히 최근에는 평택 에바다 복지원에서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헬스 코치'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이 선수는 "곧 심사 결과를 발표할 것 같은데…"라며 대회장쪽 눈치를 살피더니 "내년에 전국 대회 규모인 미스터 코리아 대회에서 1위를 한 뒤 수상 소감으로 왜 건강한 사람들의 장기 기증이 중요한지 말하고 싶어요"라는 말을 남긴 채 다시 대회장으로 발길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