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최대의 민간 기업협의체는 어디일까. 조직력과 결속력을 중심으로 따진다면 경기신용보증재단(경기신보) 기업협의회가 단연 으뜸이다.

지역별 상공회의소를 비롯해 업종별 단체, 대기업 기구 등 전통적인 기업협의체들이 산재해 있지만 경기신보 기업협의회가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결속하는 핵심 세력으로 성장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회영(56) 경기신보 기업협의회장은 "어려운 처지에 서로 만난 사이라서 그런지 회원사 간 유대관계가 어떤 조직보다 끈끈하다"고 말했다.

명칭에서도 알수 있듯이 경기신보 기업협의회는 경기신용보증재단으로부터 보증지원을 받은 기업들이 모여 만든 단체다. 대체로 지역 신용보증재단을 찾는 기업은 담보능력이 낮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다. 일반 금융권 등으로부터 담보대출이 어려워 기술력을 담보로 경기신보의 문을 두드린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그래서 회원사끼리는 자연스럽게 동병상련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다.

지난 2001년 출범한 경기신보 기업협의회는 이제 회원사만 1만4천여개에 이를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수원 안양 평택 성남 고양 의정부 부천 화성 안산 이천 남양주 등 11개 지부가 지역별 의견을 수렴하고 결속력을 다지고 있다.

이 회장은 "기업협의회는 단순한 친목 단체가 아니다"면서 "기업들의 연구개발, 생산, 판매 활동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사업들을 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차원에서 기업협의회가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가 해외시장 개척이다. 기업협의회는 그동안 미국 북유럽 동남아 등 4차례 해외시장 판로개척을 다녀왔다. 회원사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 회장은 "중소기업들의 가장 큰 약점이 정보력이다. 특히 해외시장은 늘 미지의 공간이다"면서 "판로개척이 곧바로 영업이득 창출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세계 시장의 흐름을 읽고 기술력을 검증받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협의회는 오는 7월 다시한번 미국시장에 도전한다.

또 각 지회별 정기 모임 등을 통해 국내 시장의 정보를 교환하고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는 것도 기업협의회의 주요 임무 중 하나다. 수도권이라는 공간적 특수성으로 인해 기업협의회에 접수되는 건의사항은 대부분 수도권 규제 문제로 직결된다.

특히 공장 입지와 관련된 회원사들의 민원이 많다. 또 각종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과 수도권 이외의 지역과의 형평성 시비도 끊이지 않는다. 경기신보 기업협의회의 위력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부분이 이 점이다.

기업협의회는 지난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에 반대해 회원사 6천여명이 참석한 대규모 궐기대회를 치른 데 이어 최근 하이닉스 공장증설 불허결정에 대해서도 조직적인 대응에 나섰다.

또 경기도의 경제정책 수립에 있어서도 파트너십을 발휘하고 있다.

사실 자신의 회사 경영에도 눈코 틀새없이 바쁜 이 회장이 기업협의회 일을 챙기기란 쉽지 않다. 이 회장은 반도체 및 LCD 관련 특수 정밀부품을 생산하는 (주)윈엔윈테크놀로지 사장이기도 하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입장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것도 풍부한 기업경영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회원사가 많다보니 늘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다. 자금난으로 혹은 급격한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문을 닫는 회원사들이 생길 때마다 남의 일 같지가 않다. 그는 그럴 때마다 기술력을 외친다. 중소기업의 살 길은 오직 기술력에 있다는 신념에서다.

그는 "연구 개발에 소홀히 하는 기업은 얼마가지 못해 밑천이 떨어지고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면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기업 스스로 자기 기술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