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족행사가 많은 달이다. 하지만 기념일을 챙기다보면 여행을 다녀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기념일에는 간단하게 선물을 건네고 주말을 이용해 신륵사가 있는 여주로 가볍게 당일 나들이를 떠나보자. 오전에 일찍 출발하면 넉넉한 하루 여행이 가능하다.
■ 남한강을 굽어보는 절집 신륵사
굽이굽이 물길을 돌던 남한강이 서울에 흘러들기 전에 물길을 늦추는 여강에 천년고찰 신륵사가 있다. 가람이 크지는 않지만 명찰답게 흐트러짐 없이 단아하다. 사찰의 규모가 크진 않지만 조선 왕실은 영릉과 가까운 신륵사를 영릉의 원찰로 삼았다. 조선 초기 억불정책으로 쇠락해가던 신륵사는 왕실의 후광을 입고 번창했다. 그래서 한때 임금의 은혜를 갚는다는 뜻의 보은사(報恩寺)로도 불렸다. 신륵사란 이름은 남한강과 관련이 있다. 남한강에 용마가 나타났는데 매우 거칠어 다룰 수 없었다. 이를 인당대사가 나서서 고삐를 잡으니 순해졌다. 신륵사(神勒寺)의 륵(勒)자가 바로 말고삐를 잡는다는 뜻이다. 신륵사는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강변에 자리 잡고 있는 사찰이다. 절 앞에는 남한강이 한 굽이를 돌면서 넓은 모래톱을 만들어 놓았다.
먼 산 능선이 파도처럼 물결치다 신륵사 은행나무에 엉겨 붙고 남한강 위로 금빛 햇살 물 위에 미끄러지며 일렁이고 새롭게 등장한 황포돛배는 유유히 흘러간다. 이포나루를 오가는 황포돛단배는 봄날의 느린 가락을 실은 채, 강심에 갇혀버린 연약한 역사를 추억하게 한다. 남한강 줄기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강월헌 석탑 앞에 서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 신륵사 경내를 배회하다 보니 흠뻑 자연에 빠져들었다. 어떤 시인의 서정이 그대로 다가온다. 봉미산은 나더러 들꽃이 되라하고, 남한강은 나더러 잔돌이 되라한다. 강월헌의 정취에 빠져 있자니 목은의 한시가 강물을 타고 흐른다.
남한강의 새로운 명물 조포나루 황포돛배도 새로운 이색 체험거리. 신륵사 바로 앞 조포나루에는 옛 흔적을 더듬어볼 수 있는 황포돛배가 재현됐다. 여주군청이 제작한 황포돛배는 노를 저을 사공이 없어 모터를 달았지만 모습은 옛날 그대로이다. 황톳물을 들인 돛배는 아이들에겐 신기한 구경거리. 돛을 펼치면 모터가 없이 바람만으로도 제법 빠르게 나아간다. 신륵사 앞 조포나루터에서 출발해 4.5㎞ 거리를 배를 타고 돌아본다. 강에서 바라보는 신륵사 풍경도 일품이다.
■ 생활도자의 메카에서 펼쳐지는 글로벌 도자기 축제
세계 도자디자인의 경향과 생활도자의 아름다움을 조명하는 전문 전시관으로 우리의 도자기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빠뜨릴 수 없는 곳이다. 입구에는 야외 공연장이 있으며 전시관에서는 각종 특별전과 상설전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적인 도자 디자이너의 작품과 세계 각국의 다양한 생활 도자기, 고려청자와 조선백자의 맥을 잇는 전통 도자기 등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이곳은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와 여주 도자기축제의 중심지로 여주 도자기 문화의 상징이라 할 만하다.
국내외 다양한 도자기를 온 몸으로 감상할 수 있는 여주 도자기 축제가 4월 28일부터 5월 27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행사는 조선시대 3대 도요지인 여주·이천·광주에서 동시에 열리는 '제4회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와 함께 진행된다. 19회째를 맞는 이번 축제는 '아시아를 빛내자(Reshaping Asia)'라는 주제로 기획된다. 과거 동양 최고의 기술을 가졌던 한국 도자기술의 재창출을 통해 '도자 한류'를 염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관람객들이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체험 공간도 더욱 많아졌다. 행사 기간 여주 남한강가에 마련된 나루 마당을 중심으로 가남 낙화놀이 공연과 함께 쥐불놀이, 캠프파이어 등 전통 문화 행사는 물론 수많은 페스티벌이 동시다발적으로 열려 흥겨운 자리가 마련될 예정이다.
여행수첩/
■ 가는 길=영동고속도로 여주 나들목을 나오자마자 만나는 37번 국도에서 여주 시내 방향으로 우회전하여 5분쯤 달리면 버스터미널사거리를 만난다. 이 사거리에서 우회전해 여주대교를 건넌 후 다시 여주일성콘도 앞에서 우회전하면 바로 신륵사 입구.
<천서리 막국수촌> 이포대교 앞의 천서리 막국수 촌이 유명하다. 30여년 전부터 하나 둘씩 막국수집이 생겼는데 현재 모두 11곳의 메밀 막국수집이 있다. 양지머리, 무, 다시마를 넣고 곤 육수도 별미. 홍원 막국수(031-882-8259)가 가장 유명하다.
여행tip/
■ 장인의 혼이 느껴지는 목아불교박물관
신륵사를 나서 10분 정도 이포나루 쪽으로 가면 목아박물관이 나온다. 목아박물관은 목조각 부문의 인간문화재 제108호인 목아 박찬수 선생이 제작하고 수집한 6천여점의 불교 관련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이다. 여러 조각상들과 석탑 그리고 연못과 수목들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 잘 꾸며진 작은 공원 같은 느낌을 준다. 문의:목아박물관(031)885-9952 / www.moka.or.kr 천서리>사찰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