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족행사가 많은 달이다. 하지만 기념일을 챙기다보면 여행을 다녀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기념일에는 간단하게 선물을 건네고 주말을 이용해 신륵사가 있는 여주로 가볍게 당일 나들이를 떠나보자.  오전에 일찍 출발하면 넉넉한 하루 여행이 가능하다.

■ 남한강을 굽어보는 절집 신륵사
서울에서 동남쪽으로 약 200리, 여주읍에서는 동편 강변에 위치한 신륵사. 신라시대에 창건되어 천년을 훌쩍 넘긴 오랜 역사를 간직한 절이다. 신륵사는 조포나루가 있는 천송리의 아담한 봉미산 끝자락에 자리를 틀고, 뒤편으로 아스라이 다가드는 산세의 윤곽을 뒤로 한 채 남한강을 굽어보고 있다. 신록의 청아한 빛이 남한강 굽이에 실려 여간한 절경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이름난 시인과 묵객들이 즐겨 찾았다고 한다.

굽이굽이 물길을 돌던 남한강이 서울에 흘러들기 전에 물길을 늦추는 여강에 천년고찰 신륵사가 있다. 가람이 크지는 않지만 명찰답게 흐트러짐 없이 단아하다. 사찰의 규모가 크진 않지만 조선 왕실은 영릉과 가까운 신륵사를 영릉의 원찰로 삼았다. 조선 초기 억불정책으로 쇠락해가던 신륵사는 왕실의 후광을 입고 번창했다. 그래서 한때 임금의 은혜를 갚는다는 뜻의 보은사(報恩寺)로도 불렸다. 신륵사란 이름은 남한강과 관련이 있다. 남한강에 용마가 나타났는데 매우 거칠어 다룰 수 없었다. 이를 인당대사가 나서서 고삐를 잡으니 순해졌다. 신륵사(神勒寺)의 륵(勒)자가 바로 말고삐를 잡는다는 뜻이다. 신륵사는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강변에 자리 잡고 있는 사찰이다. 절 앞에는 남한강이 한 굽이를 돌면서 넓은 모래톱을 만들어 놓았다.
더불어 풍광이 수려한 남한강변에는 주말마다 선남선녀가 많다. 화사한 웃음은 신록이 피어오르는 듯 곱기도 하다. 그들은 강월헌을 찾아서 오월의 강 풍경과 아릿한 전설을 떠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강가 절벽에 세워놓은 강월헌 위에 올라앉으면 남한강의 물굽이가 한눈에 들어온다. 또 강월헌 옆에는 절벽위로 넓게 바위가 이어져 있어 연인들이 함께 앉아 사랑을 나누는 장소가 되고 있다. 그리고 강월헌 뒤에서 남한강을 내려 볼 수 있는 암벽에 우아한 자태로 서 있는 다층전탑이 있다.

먼 산 능선이 파도처럼 물결치다 신륵사 은행나무에 엉겨 붙고 남한강 위로 금빛 햇살 물 위에 미끄러지며 일렁이고 새롭게 등장한 황포돛배는 유유히 흘러간다. 이포나루를 오가는 황포돛단배는 봄날의 느린 가락을 실은 채, 강심에 갇혀버린 연약한 역사를 추억하게 한다. 남한강 줄기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강월헌 석탑 앞에 서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 신륵사 경내를 배회하다 보니 흠뻑 자연에 빠져들었다. 어떤 시인의 서정이 그대로 다가온다. 봉미산은 나더러 들꽃이 되라하고, 남한강은 나더러 잔돌이 되라한다. 강월헌의 정취에 빠져 있자니 목은의 한시가 강물을 타고 흐른다.

남한강의 새로운 명물 조포나루 황포돛배도 새로운 이색 체험거리. 신륵사 바로 앞 조포나루에는 옛 흔적을 더듬어볼 수 있는 황포돛배가 재현됐다. 여주군청이 제작한 황포돛배는 노를 저을 사공이 없어 모터를 달았지만 모습은 옛날 그대로이다. 황톳물을 들인 돛배는 아이들에겐 신기한 구경거리. 돛을 펼치면 모터가 없이 바람만으로도 제법 빠르게 나아간다. 신륵사 앞 조포나루터에서 출발해 4.5㎞ 거리를 배를 타고 돌아본다. 강에서 바라보는 신륵사 풍경도 일품이다.

■ 생활도자의 메카에서 펼쳐지는 글로벌 도자기 축제
여주에 들어서면서부터 곳곳의 도자기 판매장이 눈에 들어오고 여염집의 마당마저도 도자기들로 장식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고귀한 예술품으로서의 도자와 생활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장식하는 생활도자가 결합되는 곳이 여주다.

세계 도자디자인의 경향과 생활도자의 아름다움을 조명하는 전문 전시관으로 우리의 도자기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빠뜨릴 수 없는 곳이다. 입구에는 야외 공연장이 있으며 전시관에서는 각종 특별전과 상설전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적인 도자 디자이너의 작품과 세계 각국의 다양한 생활 도자기, 고려청자와 조선백자의 맥을 잇는 전통 도자기 등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이곳은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와 여주 도자기축제의 중심지로 여주 도자기 문화의 상징이라 할 만하다.

도자관 단지 내에는 토야 도예공방과 흙놀이방도 있다. 흙놀이방은 흙이 익숙지 않은 도시 아이들이 흙을 가지고 장난을 치며 자연스럽게 도자의 의미를 깨우치도록 하는 곳이다. 흙을 주무르고 발로 밟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토야 도예공방에서는 직접 물레질을 하며 도자기를 빚고 무늬를 그리며 도자기를 쉽고 재미있게 만들어 볼 수 있다.

국내외 다양한 도자기를 온 몸으로 감상할 수 있는 여주 도자기 축제가 4월 28일부터 5월 27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행사는 조선시대 3대 도요지인 여주·이천·광주에서 동시에 열리는 '제4회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와 함께 진행된다. 19회째를 맞는 이번 축제는 '아시아를 빛내자(Reshaping Asia)'라는 주제로 기획된다. 과거 동양 최고의 기술을 가졌던 한국 도자기술의 재창출을 통해 '도자 한류'를 염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이번 행사는 예술적인 측면과 더불어 실생활에서 사용 가능한 도자기의 비중을 높인 것이 가장 큰 특징. '도자기=예술'이란 틀에서 벗어나 과거 선조들이 실생활에서 사용했던 도자기 본래의 용도를 다시 찾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전시장 및 축제장 곳곳에서 부엌·거실·주방·침실 등 생활공간 곳곳을 도자기로 꾸민 생활 지향적인 작품을 접할 수 있다.

관람객들이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체험 공간도 더욱 많아졌다. 행사 기간 여주 남한강가에 마련된 나루 마당을 중심으로 가남 낙화놀이 공연과 함께 쥐불놀이, 캠프파이어 등 전통 문화 행사는 물론 수많은 페스티벌이 동시다발적으로 열려 흥겨운 자리가 마련될 예정이다.

여행수첩/
■ 가는 길=영동고속도로 여주 나들목을 나오자마자 만나는 37번 국도에서 여주 시내 방향으로 우회전하여 5분쯤 달리면 버스터미널사거리를 만난다. 이 사거리에서 우회전해 여주대교를 건넌 후 다시 여주일성콘도 앞에서 우회전하면 바로 신륵사 입구.

■ 맛집= <사찰음식 전문 걸구쟁이네> 목아박물관 안에 사찰음식 전문점 걸구쟁이네도 유명한 맛집. 사찰음식과 도토리 수제비 등의 음식을 내놓는다. 사찰음식 중에서도 '표고버섯 찹쌀 전병 무침'과 '우엉구이'가 별미. '표고버섯 찹쌀 전병 무침'은 표고버섯과 애호박, 그리고 찹쌀을 넣어 전병을 만들어 양념에 무쳐낸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버섯의 향이 입맛을 돋운다.

<천서리 막국수촌> 이포대교 앞의 천서리 막국수 촌이 유명하다. 30여년 전부터 하나 둘씩 막국수집이 생겼는데 현재 모두 11곳의 메밀 막국수집이 있다. 양지머리, 무, 다시마를 넣고 곤 육수도 별미. 홍원 막국수(031-882-8259)가 가장 유명하다.

여행tip/
■ 장인의 혼이 느껴지는 목아불교박물관
신륵사를 나서 10분 정도 이포나루 쪽으로 가면 목아박물관이 나온다. 목아박물관은 목조각 부문의 인간문화재 제108호인 목아 박찬수 선생이 제작하고 수집한 6천여점의 불교 관련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이다. 여러 조각상들과 석탑 그리고 연못과 수목들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 잘 꾸며진 작은 공원 같은 느낌을 준다. 문의:목아박물관(031)885-9952 / www.mok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