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855 대 1.
사상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전국의 이목을 집중시킨 인천 송도국제도시내 '코오롱 더 프라우' 오피스텔. 청약이 완료돼 당첨자를 발표하고 계약을 체결한 지 한 달이란 시간이 흘렀다.

군별 분양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수억원대의 프리미엄설이 나돌아 시민들 사이에서는 '로또텔'이라고 불렸다.

청약 대행기관(은행)이었던 농협은 단기간에 증거금으로 5조3천억원을 유치했다. 이 중 2조원가량은 인터넷뱅킹으로, 나머지는 창구를 통해 현장에서 접수했다.

이로 인해 농협 인천본부는 1천억원을 고스란히 수신고로 가져와 한 달 새에 전체 수신고의 8%를 늘렸다.

또한 농협 인터넷뱅킹 가입 건수는 일주일 동안 1만여건으로 평소의 50배를 웃돌았고 통장 수요도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했다.

그야말로 로또텔의 효과는 메가톤급 태풍을 연상케 할 정도로 강력했다.

이처럼 전국 농협이 로또텔의 도움으로 브랜드 이미지 홍보, 단기 콜거래 이자 수익 등 유·무형의 실적을 얻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인천발전연구원 이종현 박사는 "당첨만 되면 대박이라는 공식이 일반화하면서 농협을 찾는 발길이 줄을 이었고 당초 민원 폭주에 따른 전산장애 등이 예상됐었다"며 "하지만 이런 우려를 말끔하게 씻으며 농협은 기존 아파트 청약시장을 독점해 온 국민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시공사인 코오롱건설이 한동안 질타와 뭇매를 맞은 반면 농협중앙회는 직·간접적으로 이익을 누린 것이다.

농협이 생각밖의 쾌거로 전면에서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는 그 순간에 남모르게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린 곳이 또 한 곳 있었다. 바로 인천광역시다.

한바탕 해프닝으로 막을 내린 '로또텔' 사태는 결과적으로 인천을 전국에 알린 계기로 작용했다. 인천은 과거 서울의 변두리 도시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번 일이 일어나고 나서 인천지역, 특히 송도를 비롯해 영종하늘도시, 청라지구 등 인천경제자유구역과 검단신도시, 논현택지개발지구, 가정오거리 도심재생 등 다양한 개발 현장이 온 국민의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각종 개발 프로젝트가 단기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는 투자의 대상으로 거듭났고 당연히 지속적인 시선을 받게 됐다.

이런 '전국발 관심'은 당시 은행창구를 거쳐 접수된 지역별 현황을 보면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접수된 전체 29만4천458건(100.0%) 가운데 강원 3천539건(1.2%), 경기 8만2천300건(27.9%), 경남 2천908건(1.0%), 경북 4천936건(1.7%), 광주 3천508건(1.2%), 대구 4천314건(1.5%), 대전 3천592건(1.2%), 부산 4천792건(1.6%), 서울 9만3천781건(31.8%), 울산 1천935건(0.7%), 인천 7만704건(24.0%), 전남 4천498건(1.5%), 전북 5천41건(1.7%), 제주 586건(0.2%), 충남 4천982건(1.7%), 충북 3천42건(1.0%) 등이다.

서울, 경기, 인천에서 주도적인 비율을 차지한 데 이어 전국적으로도 고른 분포를 보였다. 이와 함께 연령에 따라서도 2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폭 넓게 형성됐다.

특히, 인천시는 오피스텔 광풍이 각종 언론의 타깃으로 부각되며 더욱 빛을 누렸다.

주요 신문들은 일제히 중요면을 할애했고 청약 전부터 당첨자 발표, 계약금이 오가는 순간까지 전 과정을 집중적으로 노출시켰다. 중앙 및 지역방송사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이때 현지 시민들을 인터뷰 대상으로 등장시키거나 해당 공무원의 멘트를 인용하는가 하면 한발 더 나아가 지역 현황을 소개하기도 했다.

일례로 지난 3월 12일, 모델하우스 현장에서 단 하루만 진행되는 청약 접수일을 앞두고 전국에서 2천여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들었다. 영하를 밑도는 혹한의 체감경기에도 불구하고 '밤샘 줄서기'가 연출되자 신문, 방송, 라디오 등 언론사들은 이를 놓치지 않고 취재 경쟁을 벌였다.

시청률이 높은 아침 또는 저녁 뉴스의 한 부분을 담당했고 신문에서는 '2만여명 몰리며 부상자 속출' '내가 먼저야 전쟁터 방불' '계약자 전원 자금조사 실시' '구멍뚫린 정부 규정' 등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독자들의 눈길을 붙잡았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인천시는 한 푼의 예산도 들이지 않고 아주 손쉽게 '대박 홍보'를 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로또텔'로 인한 지역의 홍보 효과는 시가 책정하고 있는 연간 예산을 뛰어넘는 천문학적 금액의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인천을 바라보는 전국의 시선 쏠림 현상은 실제 최근에 벌어졌다. 인천에서 벌어질 개발 사업에 대해 발주시기와 민간·공공부문으로 나눠 소개한 '2007년 황금알을 낳는 투자사업가이드' 2007년판이 지난 8일 시청에서 배포되자 1시간 만에 1천5백부 전량이 금세 동이 났다. 배부가 중단되자 항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행렬은 '로또텔'로 인천에 눈길이 쏠린 투자자들을 겨냥해 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공인중개사와 전문 업자들이 대거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최근 정부의 집값 안정을 위한 고강도 주택 정책에도 불구하고 시중 유동 자금이 인천의 개발사업을 겨냥하고 있다는 방증이다"며 "시는 이번 오피스텔 분양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든 엄청난 부수적인 홍보 효과를 누린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